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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14) 주일(主日·dies Dominica)과 일요일(日曜日·dies Solis)

부활 기념하고 기쁨 나누는 축제의 날/ 일요일은 태양신 섬기던 세속인에게서 유래/ 성찬례 안에 일치 이루는 거룩한 주일 지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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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느 선배 신부님은 교우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일요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그 자리에서 크게 화를 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주일이라는 말이 버젓이 있는데, 세속인들이 사용하는 일요일이라는 말을 쓰느냐!”고 하면서 꾸짖는다고 하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으로 옳은 말씀이다!’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다. 그리고 개신교 신자들도 ‘일요일’이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주일(主日)’이라는 말을 익숙하게 사용한다. 그렇다면 왜 ‘주일’이라는 말이 그렇게 중요한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주일(主日)에 미사를 참례하는 것은 가톨릭 신자의 중요한 의무로서 이 의무를 행하지 못하면 고해성사를 보아야 한다. 그러나 주일이라는 명칭은 단순히 주일미사를 드리는 날로만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 1항에서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사와 같다. 교회는 곧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라고 선언하였다. 주일미사는 이러한 교회의 성사성(聖事性)을 드러내며 미사를 통해서 그리스도와 그리고 하느님 백성인 교회 구성원들이 일치의 친교를 나눈다. 즉 주일은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며 그 기쁨을 나누는 축제의 날이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신자들 사이에서 간혹 주일을 일요일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있다. 초기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주일파공(主日罷工)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파공(罷工)이란 원래 늘 하던 본업의 일이나 노동을 쉬는 것을 의미한다. 즉 주일에는 노동을 쉬는 휴식을 의미한다. 창세기에 하느님은 6일간 세상을 창조하시고 7일째 되는 날 쉬셨다고 하셨다(창세 2,3). 주일의 휴식은 단순히 본업의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느님 안에서 쉬는 것이다.

먼저, 용어 비교를 해보면 라틴어에서 주일은 ‘디에스 도미니카(dies Dominica)’라고 하고 일요일은 ‘디에스 솔리스(dies Solis)’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날을 말하는 dies가 아니라 그 뒤에 붙은 Dominica와 Solis로써 Dominica는 예수 그리스도의 또 다른 호칭인 ‘주님’이고, Solis는 태양을 말한다. 즉 용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신앙인이냐 아니면 태양신을 모셨던 고대인들의 믿음을 멋모르고 따르는 세속인이냐로 구분할 수 있기에 용어를 잘 사용해야 한다. 라틴어권 언어에서는 주일이라는 의미의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프랑스 dimanche, 이탈리아 dominica, 스페인 domingo). 반면에 게르만어권에서는 태양과 관계된 용어를 사용한다(독일 sonntag, 영어 sunday).

다음으로 ‘주님의 날’이라는 용어는 요한묵시록(1,10)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는데, 이때는 그리스도인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주간 각 날의 명명에 있어서는 5세기 이후에 ‘태양의 날(일요일)’이란 용어를 대신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례주년에서 볼 때, 가장 먼저 형성된 기본적인 주기를 지닌 예배의 날이 바로 주일이다. 그 이유는 바로 예수님의 부활사건 때문이며 그날이 바로 “주간 첫날”(마태 28,1: 마르 16,9: 루카 24,1: 요한 20,1) 아침이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주간 첫날에 전례를 거행한 것은 그리스도가 부활하신 그 주간부터 시작하였다. “여드레 뒤에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모여 있었는데 …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하고 말씀하셨다.”(요한 20,26)

주일이 휴일이 된 것은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321년 3월 태양의 날이자 동시에 주 그리스도의 날인 일요일에 일을 하지 않도록 법을 제정하면서 부터이다. 그러나 주일은 단순한 휴일이 아님을 그전부터 그리스도인들은 알고 모임을 가졌다.
 

3세기 중엽의 「사도들의 훈육」(Didascalia apostolorum) 13장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세속적인 일들을 하느님의 말씀보다 위에 놓지 마시오. 주님의 날에 모든 것을 버리고 부지런히 여러분의 교회로 달려가시오. 왜냐하면 하느님께 여러분의 찬미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만일 생명의 말씀을 듣고 영원히 지속될 천상 음식을 취하기 위해 주님의 날 모임을 갖지 않는 이들이 하느님께 무슨 변명을 할 것입니까?”

주일은 첫째, 우리의 믿음을 확인하고 고백하며 거행하는 부활의 기념일이다. 둘째, 우리가 희망 가운데 체험하는 주님 재림의 기다림이다. 셋째,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여서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성찬례를 지내는 가운데 주님께서 현존하심이다. 넷째는 주님 사랑의 결정체인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통한 그분과의 일치이다.

주간 첫날은 새로운 창조의 날이기도 하다. 하느님께서는 말씀으로 창조하셨고 또한 말씀이 사람이 되게 하시어 제2의 창조인 구원을 주신 날이 바로 주일이기에 그리스도인은 그것을 기념하는 주일미사를 통해서 신앙인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성숙할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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