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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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설주 인물 조각, 그리스도 자신이신 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45. 샤르트르 노트르담 대성당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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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르 노트르담 대성당 제단부. 출처=photographfrance.com

회중석 기초는 대부분 로마네스크 양식

8세기 주교 성 풀베르투스(St. Fulbert, 960 ~1028)가 건립한 샤르트르 대성당은 목조 지붕을 얹은 로마네스크 양식이었다. 이 대성당은 1100년 무렵에도 있었다. 지금의 대성당은 1194년에서 12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 회중석 기초는 대부분 로마네스크 성당의 것이다. 제단부에 있는 세 개의 방사형 경당도 옛 로마네스크 성당을 모방한 것이다. 따라서 그 옛 성당이 지금 성당의 평면, 특히 양 측랑과 중랑의 베이를 규정하고 있다. 1130년대에 확장되었을 때, 두 개의 탑을 가진 새로운 정면은 옛 성당의 서쪽 끝에서 거리를 띄우고 착공되었다. 이때 정면의 조각은 이곳에서 90㎞ 떨어진 생드니에서 쉬제르가 재건 사업에 열중했던 1140년 무렵에 만들어지고 있었다.

서쪽 정면의 쌍탑은 12세기에 만들어진 기부(基部) 위에 올린 것이다. 높이 115m인 북쪽 탑은 1150년에 완성되었고, 이어서 높이 106m인 남쪽 탑(‘옛 탑’)은 1160년에 세워졌다. 남쪽 탑의 8각 대첨탑은 높이 40m에 이르는 초기 고딕 양식이다. 그런데 섬세한 플랑부아양 식(Flamboyant style, 불꽃 식)으로 지어졌던 북쪽 탑의 목조 첨탑부가 낙뢰로 소실되고 말아 1513년 후기 고딕 양식에 재건되었다. 그래서 이 탑을 ‘새 탑’이라 부른다.

샤르트르 대성당은 고전 고딕의 기본 형식이다. 회중석이 3랑이고 제단부는 5랑이며, 주보랑에는 방사형 경당이 5개가 있다. 수랑에는 평행 경당이 없으며, 중랑 벽면은 3층 구성이고 천장은 4분 볼트로 되어 있다. 보통 회중석이 3랑이면 세 개의 문은 각각의 ‘랑(廊)’과 이어진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3개의 문이 중랑으로만 열려 있다.

중세 성당의 정면은 이념적인 의미일 뿐 정서향은 아니었다. 그래서 샤르트르 대성당의 정면은 남서향이다. ‘왕의 문’을 지나면, 높이가 37m나 되는 어둑한 공간 안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비춰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채색의 빛의 진동이 전해져 온다. 질과 양에서 모두 최고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해와 구름의 움직임과 함께 미묘하게 변화하며 빛나는 공간이 이 성당 안에 나타나 있다. 이때 거대한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내부에 울려 퍼지면 그 다채색의 빛도 함께 진동한다.
 
샤르트르 노트르담 대성당, 서쪽 포탈 '왕의 문'. 출처=lonelyplanet.com

찬연히 빛나는 남북의 중후한 장미창

이러한 공간에서 제단의 깊은 곳에 13세기 스테인드글라스의 고창이 빛나고 있다. 그 중앙에는 성모자상이 서 있는데, 이를 향해 똑바로 걷는 중랑의 장축은 곧 하느님 나라에 이르는 길을 나타내고 있다. 제단은 7변형의 부채꼴을 이루며, 그 위로 교차 리브가 만나는 보스(boss) 아래에 성모의 주제단이 놓여 있다. 폭은 16.5m인데 중랑의 길이가 110m로 비교적 짧은 것은 동쪽 끝에 지형상 단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사상 경당의 돌출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회중석과 수랑은 중랑에 좌우 측랑을 하나씩 더한 3랑식이지만, 제단부는 5랑식이다. 바깥의 주보랑에는 깊이가 깊은 세 경당과 깊이가 얕은 네 개의 돌출부가 있다. 돌출부 중 하나는 14세기의 고딕 레요낭(rayonnant) 식의 생피아 경당(St. Piat chapel)에 이르는 통로가 되었다. 이렇게 발달한 제단부는 동쪽을 향한 축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동쪽 주보랑에서는 제단을 클로튀르(clture) 곧 스크린(1715년)으로 막아 축선을 강조한다. 그러나 중랑을 따라 걷던 움직임은 길이 60m가 넘는 강력한 횡랑과 만나는 교차부에서 멈추고 만다. 찬연하게 빛나는 남북의 중후한 장미창 때문이다.

제단부에 이르는 직사각형의 중랑 베이와 측랑 베이가 1대1로 대응하고 있다. 이른바 단식(單式) 베이 시스템이다. 중랑 벽에는 커다란 원기둥에 4개의 작은 8각 기둥을 덧붙인 복합기둥과, 8각 기둥에 4개의 작은 원기둥을 붙인 복합기둥이 번갈아 나타난다. 로마네스크의 복식(複式) 베이 시스템의 자취다. 그 위를 4분 볼트가 균질하게 덮여 거대한 장당(長堂) 공간이 구성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18세기에 대리석이나 회반죽으로 장식되어 제단의 기둥은 회중석의 리듬은 잃고 말았다.

중랑 벽은 트리뷴이 없이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비로운 빛이 들어오는 고창층도 높이 12m나 되는데 대(大) 아케이드 높이와 대략 비슷하다. 이 두 요소는 4련(連) 아케이드의 트리포리움 띠가 어두운 수평층을 이룬다. 이것은 어두운 것은 트리포리움 바로 뒤에 측랑 지붕 밑을 가로막는 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수평 띠는 동시에 수직성도 강조하고 있다.

샤르트르 성당도 다른 대성당처럼 서쪽 정면, 남쪽 수랑, 북쪽 수랑 등 세 방향에 포탈을 두었다. 1194년에 건조된 북쪽 포탈은 ‘노트르담’ 성당의 이름처럼 ‘성모의 대관(戴冠)’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남쪽의 포탈은 심판자 그리스도의 ‘최후의 심판’이 묘사되어 있다.
 
샤르트르 노트르담 대성당, 북쪽 포탈. 출처=Steven Zucker
 
샤르트르 노트르담 대성당, 남쪽 포탈. 출처=Steven Zucker

문설주상의 출현으로 고딕의 조각 탄생

이렇듯 세 포탈에는 조각가들에 의해 거룩한 세계가 돌로 장대하게 번역되어 있다. 정면의 ‘왕의 문’에는 하층부가 1155년경에는 대략 완성했다. 세 개의 문마다 반원의 팀파눔과 그 밑의 수평 부재인 상인방에는 절대자이신 그리스도께서 군림하고 계신다. 중앙에는 요한 묵시록의 ‘재림하시는 그리스도’, 오른쪽에는 ‘탄생과 유년의 그리스도’, 왼쪽에는 ‘승천하시는 그리스도’가 새겨져 있다.

샤르트르 대성당의 포탈은 로마네스크 시대에 등장한 성당 포탈 조각의 정점을 보여 준 것이었다. 로마네스크 시대에는 지방마다 달리 팀파눔만 강조하거나 그것을 둘러싼 테두리만을 강조했으며, 조각도 여러 곳에 배치되었다. 그러나 샤르트르 대성당의 포탈에서는 조각이 전체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었다. 특히 남쪽 ‘최후의 심판’ 포털에서 볼 때 다양한 요소가 이어지는 문설주와 아치볼트가 대각선으로 벌어지면서 조각이 강력하게 통합되어 있다.

로마네스크 조각은 건축과 일체를 이루었고 원기둥의 틀을 따랐다. 그러나 샤르트르 대성당 포탈 ‘왕의 문’ 주위에는 1150년경에 완성된 정교한 인물 조각인 문설주상(jamb figures)이 원기둥에 붙어있는데, 바로 이 문설주상의 출현으로 고딕의 조각은 탄생했다. 문설주상은 마치 하늘로 올라가려는 듯이 똑바로 서 있고, 옷의 주름도 수직선을 따르고 있다. 로마네스크와는 달리 머리 등이 완전히 원기둥에서 돌출해 있어, 원기둥에 종속되면서도 독립하고자 했다. 이렇듯 샤르트르 대성당의 조각은 로마네스크 조각을 집대성하면서도 초기 고딕 조각을 대표하고 있다.

문설주상 원기둥의 주두(柱枓)도 주목해야 한다. 왼쪽 문 좌우와 중앙의 왼쪽 원기둥의 주두는 성모님의 생애를, 중앙의 오른쪽과 오른쪽 문 좌우의 원기둥의 주두에는 그리스도의 생애와 수난이 새겨졌다. 그 사이에 세 문의 문설주 6곳과 정면을 향한 두 벽기둥에는 천사와 구약의 인물이 배열되어 있다. 원기둥의 주두를 딛고 있는 문설주상은 구약 성경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조상인 유다의 임금들이다. 우리는 구세주 그리스도가 나타나실 때까지 몇백 년을 기다린 구약의 그들을 지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그리스도 자신이신 문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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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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