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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비추어라] 내가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 최정희 수녀(성가소비녀회)

20년 전 ‘자상한 아버지’ 지금도 그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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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4월 30일 베르골료 주교(현 교황) 숙소 앞에서 함께한 교황과 최정희(앉은 이 왼쪽) 수녀.

1993년 4월 16일, 성가소비녀회 세 명의 수녀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플로레스 지역 시립병원 원목으로 파견됐다. 언어, 문화 등 모든 것이 무지에 가까웠다. 하느님의 안배에 모든 것을 의탁하고 우리를 초청해 주신 교회를 믿고 떠났다.

당시 우리를 초청한 분이 베르골료 주교님,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시다. 주교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온화하며 겸손하신 모습, 그리고 우리에게 당부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수도생활에서 영적 도움이 필요하면 무엇이든지 도와주시겠다는 말씀과 오랜 시간 많은 일을 하면서 지치고 슬픈 모습으로 살지 말고 하루에 서너 시간만 일하더라도 웃으면서 기쁘게 살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 하느님이 왜 나를 이곳으로 보내셨는지 알 수 있었다. 나에게 새로운 수도생활의 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당시 주교님은 플로레스 지역 담당으로 병원 앞 은퇴 사제의 집에 거주하셨기에 교구청으로 출근하실 때 거리에서, 또는 은퇴 사제의 집으로 미사를 갔을 때 주교님을 뵈었다. 그때마다 잘 지내느냐고 물으셨다. 어느 해 성주간에 교구 신부님이 기획한 ‘수난 뮤지컬’을 관람하고 나오는데 주교님을 만났다. 우리를 보시더니 수녀님들을 만났으니 택시를 타야 한다면서 우리를 병원 앞까지 데려다 주셨다. 당신 혼자였으면 전철을 타셨을 텐데 우리를 위해 택시를 타신 것이다.

어느 날 주교님이 우리가 아르헨티나에 오도록 기도해준 가르멜 수녀님들이 우리를 보고 싶어 하니 꼭 한 번 방문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갔다. 그곳의 모든 수녀님과 함께 성모 찬송가를 부르면서 하느님 자녀로서 우리가 참으로 하나임을 가슴 깊이 느꼈다. 주교님의 자상하심과 세심한 배려 덕분이었다.

교황님으로 선출되신 지 1년이 지났지만, 그분 삶의 모습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20년 전, 내가 보고 느낀 주교님은 지금의 모습 그대로다. 당시 교구 신부님들이 그분을 존경하며 닮고자 하는 모습을 보았다.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 추기경님이신 마리오 아우렐리오 폴리 주교님은 당시 플로레스 지역 보좌 주교님이셨는데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병원 앞을 지나시기에 인사를 했다. 담당 지역 본당 신부님이 여름휴가를 가서 미사를 집전하고 오는 길이라고 하셨다. 놀라운 일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베르골료 대주교(당시)님이 자가용이 없으시기에 자신도 낡은 자가용을 없애고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다.

머나먼 한국에서 온 수도자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함께 사랑과 관심을 둬 주셨으며 그 힘으로 우리는 어려움 속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주교님은 교회 장상이라기보다는 자상한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우리 수도회 50주년에 첫 해외선교를 떠났기에 많은 부담도 있었으나 주교님의 보살핌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하느님과 교황님께 감사를 드린다.



「영성생활」 제47호에 실린

최정희 수녀 글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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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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