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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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 평화-혼인성사] 혼인성사, 부부가 서로 사랑하도록 ‘특별한 은총’ 베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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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 ‘혼인성사’의 의미
가톨릭교회는 혼인을 ‘성사’(聖事)로 여긴다. 성사란 보이지 않는 하느님 은총을 보여주는 표징 혹은 전달하는 통로를 말한다. 혼인성사를 통해 부부는 서로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하느님의 은총을 드러내는 표징이자 전달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성사으로 맺어지는 부부에게 그에 필요한 은총을 베풀어 주신다. 그러하기에 교회는 젊은이들에게 혼인의 성사적 의미를 각별히 강조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혼인은 또한 단일성(單一性)과 불가해소성(不可 解消性)의 특징을 지닌다. 단일성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을 뜻한다. 불가해소성은 혼인의 끈이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죽기 전까지는 결코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하느님 앞에서 부부로 살기로 약속했고, 하느님께서 이를 맺어주셨기에 혼인한 부부는 죽을 때까지 서로를 사랑하며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랑의 기쁨」에서 “약혼한 이들은 혼인을 하나의 여정이 아니라 성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렇듯 교회는 혼인을 말할 때 ‘성사’에 방점을 둔다. 젊은이들에게 예식에 치중하기보다 혼인 이후의 삶에 더 집중하기를 거듭 강조한다. 성사인 혼인의 삶을 잘 가꾸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성찰하게 한다. ‘혼인교리’와 ‘약혼자 주말’ 등에서 일러주는 내용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혼인성사의 방점은 ‘혼인’에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혼인성사를 성당에서 식을 올리는 ‘성당 결혼’쯤으로 생각한다. 젊은이들은 성사를 위한 준비보다는 성당을 예약하고, 예식 비용을 계산하며, 여러 ‘업체’를 선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런 젊은이들을 마냥 나무랄 수도 없다. 혼인이 두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 대 집안 행사로 치러지는, 우리 사회가 지닌 독특한 혼인 문화가 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혼인성사를 문의하러 성당에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는 성당 사용 날짜, 예식 비용, 스튜디오 및 뷔페 업체 선정 등에 관한 설명이다. 성사를 위해 필요한 혼인 교리, 혼인 서류 준비, 사제 면담과 같은 이야기는 그 다음이다. 교회는 ‘성사’를 말하지만 그 ‘성사’를 현장에선 느끼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예비부부들은 ‘성사’에 집중하려고 마음먹어도 준비 과정에선 크고 작은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히기 일쑤다. 본당 사무원이었던 김 안드레아(43)씨는 “사제 면담 전엔 혼인관계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 한쪽이 신자가 아닐 경우 처음 보는 사제에게 그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는지 의문이고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천주교에서 혼인하려면 왜 이러한 서류가 필요한지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이해하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루카씨는 “신자라면 대부분 성당에서 혼인하기를 바라지만 혼인성사 준비 과정이 다소 복잡하고 거쳐야 것이 많아 실제로는 꺼리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왕이면 본당에서 혼인한 부부들을 대상으로 피정과 강좌 등 후속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혼인생활, 손해 보는 만큼 사랑 배우는 여정


▲ 혼인교리 강사 황지원 신부(작은형제회)

“젊은이들이 혼인교리를 받는 이유는 성당에서 혼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혼인교리를 받으러 온 젊은이들을 보면 ‘예비군 훈련’에 온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물론, 쉽지 않은 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부터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혼인교리를 해온 황지원(작은 형제회, 사진) 신부는 “성당에서 혼인을 준비할 정도면 신앙생활을 그나마 잘하는 젊은이들일 텐데도, 자신의 신앙보다 부모님의 신앙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양쪽이 신자인 경우보다는 반은 외짝 신자로 온다”고 설명했다.

“잘 생각해보세요. 늦지 않았습니다”는 말로 시작하는 혼인교리는 신혼여행과 청첩장, 예물ㆍ혼수 준비에 들뜬 젊은이들 마음을 툭툭 건드린다.

 

더 사랑하기 위해 결혼하는 것  

“여러분은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지만, 더 사랑하기 위해서 결혼하는 것입니다.”

황 신부는 사랑은 자연스러운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며, 혼인성사의 의미와 가치를 젊은이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풀어준다.

“준비하지 않고 혼인하면, 혼인생활에서 오는 어려움을 감당할 힘이 없습니다. 사랑은 배우자에게 10을 줬는데 2, 3만 돌아와도 견디는 것입니다. 자녀에게는 10을 주고도 하나도 되돌려 받을 수 없지요. 내가 손해를 보는 만큼 사랑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이 나를 이렇게 사랑하시는구나를 알게 되는 거죠.”

 

교회도 부정화법 대신 긍정화법 써야

황 신부는 “교회는 혼인에 대해 이혼하지 마라, 혼전 성관계는 안된다며 혼인을 어떤 구속처럼 옭아매는 것 같지만, 그 틀에서 벗어나 혼인성사의 의미와 가치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신부는 “교회도 안된다고만 가르쳐서는 안된다”며 “그러면 젊은이들은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려면 너희는 (성당에) 오지 말라는 뉘앙스로 소통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황 신부는 대신 ‘~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이 더 좋다’는 식으로 사랑이라는 가치를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사목자라는 직분의 특성상, 행복한 부부보다는 갈등과 어려움이 있는 부부들을 더 많이 아는 황 신부는 “‘이만큼만 사랑하면 되겠지’라는 본인의 기준을 넘어, 인간적인 한계까지 계속 넘어서게 하는 게 혼인”이라며 “그렇기에 혼인은 하느님이 더 많이 필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혼인성사 준비 절차에 대해 문턱이 높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하자, 황 신부는 “절차가 복잡해서 혼인성사 받는 것을 포기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힘든 걸 피하는 게 답이 아니다. 오히려 어렵게 가는 게 잘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인성사가 때론 불편하고 낯설 수 있지만, 하느님은 혼인성사를 통해 너무나도 큰 축복을 주신다”면서 “하느님은 부부가 어렵고 힘들 때에 항상 도와주시고, 함께 걸어가 주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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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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