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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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리더를 만나다] (27·끝) 정명호(요한) 토속촌 삼계탕 창업주

손님에게 보약 한 그릇 대접한다는 마음 삼계탕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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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자자(藉藉)한 서울의 맛집 가운데 한 곳을 찾았다. 맛의 비결과 성공 뒤에 숨겨진 창업주의 삶과 신앙 여정(旅程)이 궁금했다. ‘토속촌 삼계탕’의 창업주인 정명호(요한) 사장이다. 계절 음식으로 알려진 삼계탕의 전문점이 계절에 상관없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다. 왜 한 음식에 인생을 걸었을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겪은 좌절과 슬픔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평신도로 본당 사목회에 헌신하고 지역주민으로 세상에 복음을 외치며 그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보이지 않아도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지 않고 그냥 믿는 게 신앙이고 생활 속에서 늘 하느님을 찾아야 자신의 신앙이 흐트러지지 않고 정리된다고 말한다. 언제 어디서나 주님을 찾고 모시면 다 풀어 주셨다고 했다. 일과 신앙에서 ‘자기만의 길’을 걸어온 그의 남은 소망은 새로운 다짐이었다.

“예수님께서는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더 어렵다고 하셨지만, 더 작은 구멍이라도 들어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살고 싶습니다.” 서종빈 기자 binseo@cpbc.co.kr



▶삼계탕집인데, 계절에 상관없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요즘 음식이 삼계탕뿐만이 아니고 계절을 가리지 않더라고요. 예전에는 닭에 인삼이 들어가면 값이 비싸고 모처럼 먹는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경제사정이 많이 나아져 언제든지 찾고 있습니다. 모든 음식은 재료가 독특하고 신선해야 맛이 납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닭의 종류가 80여 가지인데 그중에서 음식용으로 많이 쓰이는 닭은 6~7종류입니다.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닭은 ‘와룡’이라는 품종인데, 천천히 크는 닭입니다. 삼계탕용으로 보통 20일에서 30일 키우면 되는데 우리가 쓰는 닭은 50일은 키워야 합니다. 새벽 2시면 양계장에서 당일 사용할 닭을 고르고 우리 집에 6시에 도착합니다. 그날 잡은 닭은 그날 소비합니다.



▶조류 인플루엔자(AI)라도 발생하면 영업하시는데 어려움이 많으시죠.

몇 군데에 농장을 두고 있습니다. 한 군데가 잘못되면 다른 곳에서 닭을 공급받습니다. 직영하는 농장도 있고 도급도 주는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닭 종자를 분양하고 우리에게 납품하는 방식입니다. 총 다섯 군데 농장에서 키우기 때문에 AI가 오더라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데, 대신 닭이 조금 작아질 수는 있습니다.



▶삼계탕에 인생을 걸어 보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으셨나요.

옛날에는 종로나 을지로에 가면 한의원들이 많았어요. 한의사가 있고, 운영자가 따로 있었는데, 저는 운영을 했습니다. 사향이나 녹용은 값이 비싸서 일반 서민들의 경우 약으로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반 서민들의 건강에 좋은 약을 한번 찾아보자’고 해서 찾은 게 바로 삼계탕입니다. 인삼과 황기가 들어가고 들깨, 율무, 호박씨, 은행, 밤, 마늘은 물론이고 대추 등 여러 가지가 들어갑니다. 중요한 것은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가격이 맞아야 하고, 맛도 있어야 하지만 소화가 잘 돼야 합니다.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젊은 시절 홀로 서울에 오셨죠.

월남전에 참전하고 1971년에 귀국한 뒤 먹고 살기 위해 대구에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서울에 와서 안 해 본 게 없습니다. 페인트칠하는 일용직을 시작으로 손수레에서 앨범 파는 노점 행상도 했고요. 이후 한의원을 시작했는데, 약재값이 비싸져서 한약재 수입업도 했습니다. 당시 녹용 수입이 할당제여서 수출 실적이 있는 사람에게만 녹용 수입을 할 수 있도록 제한을 했어요. 참 어려웠죠. 결혼해서 아이들 낳고 보금자리를 마련해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게 저의 작은 꿈이었는데, 스물일곱 살에 결혼해서 1년 만에 집을 샀습니다. 꿈을 일찍 이룬 셈이죠.



▶지금의 ‘맛’을 내기까지 과정은 어떠셨나요?

닭을 200마리 이상 실험용으로 사용한 것 같습니다. 음식은 궁합이라고 하잖아요. 이것저것 다 넣어봤죠. 한의원 운영 경험을 살려서 황기와 당기 그리고 각종 견과류를 넣으니까 제맛이 나더라고요. 요즘도 한약재를 구매하러 경동시장에 가는데 음식 궁합을 보고 값도 따져봅니다. 음식 맛은 완성이 없습니다. 늘 진행형이죠.



▶1시간 이상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삼계탕집으로 유명한데, 왜 프랜차이즈를 안 하십니까.

프랜차이즈를 하면 정해진 규격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해진 규격이 어디 있습니까? 만들 때마다 정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재료가 하나라도 빠지면 제맛이 안 나잖아요. 관리가 안 됩니다. 제가 돈을 벌려고 “가맹점 구합니다” 라고 하면 전국과 해외에서 100군데 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해야지, 제맛이 나고 실수를 안 합니다.



▶실질적인 운영은 아드님이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당부를 하시나요.

변함이 없어야 하고 가슴으로 해야 한다고 늘 이야기합니다. 직원들에게 겉으로만 입에 발린 칭찬을 할 게 아니라 가족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죠. 아버지 때부터 거래해 왔던 단골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유지하라고 합니다. 바뀌고 변하면 안 되잖아요. 30년 이상 재료를 공급하면서 바뀌지 않은 분들이거든요. 또 ‘갑질’ 하지 말고 직원들에게 겉으로 표 내지 마라. 어렵고 힘들 때 도와주고 가슴으로 대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요즘 TV를 보면 음식 프로그램이 아주 많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음식점은 한 방에 ‘대박’ 나는 게 아닙니다. 먹어보고 인정하고 입으로 꾸준히 전달돼서 쌓아 올리는 것입니다. 창업하시는 분들에겐 손님이 와야 하니까 방송이 필요하고 방송국 처지에서 보면 새로운 재밋거리를 찾아야 해서 필요하긴 한데요, 업주도 방송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도 한 번은 닭 속에 인삼이 안 들어가 손님이 항의하길래 복권에 당첨되신 거라고 말씀드리고 수삼 열 뿌리를 꿀과 함께 갖다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음식점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기는데요, 고비를 지혜롭게 잘 넘겨야 합니다.



▶35년 동안 삼계탕집 하시면서 힘들 때마다 어떻게 견디고 극복하셨나요.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셨는데, 어릴 때 아침, 저녁으로 집에서 기도하고 추운 겨울에도 20~30분씩 걸어서 대구 계산동성당에 다녔습니다. 아버지가 성당 가라고 하면 ‘춥고 배고픈데 무슨 성당을 가라고 하느냐’고 반항하기도 했습니다. 그땐 신앙이 가슴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이 돌아가시니까 ‘성당에 가지 않아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겠구나!’ 했지요. 그런데 다급한 일이나 무서운 일이 생기면 십자성호부터 긋고 하느님을 찾게 되더라고요. 월남전에 참전했을 때도 신부님을 찾아가서 ‘기도 좀 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묵주를 주셔서 월남 전쟁터에서 22개월 내내 기도하며 생활했습니다.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신앙인데, 보이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게 몸에 배 있더라고요. 누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게 뭐냐고 물으면 저는 자신 있게 ‘신앙’을 물려받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게 믿는 구석이죠.



▶본당 총회장도 하시고 사목회 봉사활동을 많이 하신 분으로 유명하신데요.

본당이 풀어야 할 숙제가 있을 때 노력해서 풀고 정상화되었을 때 많은 보람을 느꼈죠. 노인분과장을 할 때 노인분들에게 기쁨을 주고 청년분과장을 했을 때는 아이들과 어울려서 함께할 때 참 좋았습니다. 청년들이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일거리를 주고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심에 있는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재미있게 노는 것이죠. 저에게 신앙은 몸 일부이고 생활 일부입니다. 언젠가는 찾을 수 있고, 모실 수 있고, 급할 때 부를 수 있는 그런 분이 하느님입니다. 신앙이 진통제처럼 당장 효과는 없지만 언젠가 돌아보면 문제가 다 풀려있더라고요.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에게 한 말씀 해 주시죠.

남이 잘된다고 답습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자기가 찾아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절대로 쉽게 가려고 하면 안 됩니다. 요즘 푸드트럭이 유행하고 있는데, 쉬운 게 아닙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기에게 맞는 일을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끝이 보입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다 대기업에 가고 공무원을 할 수는 없잖아요. 험하고 작은 일이라고 업신여기지 말고 재미있게 최선을 다하면 꼭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속에 늘 품고 계신 성경 구절이나 좌우명이 있는지요.

예수님께서 토마스에게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고 말씀하셨잖아요. 이 성경 구절이 항상 제 몸속에 있습니다.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믿음’인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한 몸이다, 하느님이 아버지이고 예수님이 아들이다’라는 말씀이 머리로는 이해가 잘 안 되잖아요. 무조건 믿어야 합니다. 시시비비를 가리면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고 봅니다. 열심히 하든 안 하든 믿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은 무엇인가요.

성경 구절에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기가 더 쉽다”(마태 19,24)고 했잖아요. 저 역시 바늘구멍은 못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바늘구멍보다 더 작은 구멍이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의 다짐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들어갈 수 없지만, 그 작은 구멍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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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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