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0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순 특집] ‘십자가의 길’에 등장하는 인물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다 보면 예수님의 죽음을 더 깊이 체험할 뿐 아니라, 구원자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된다. 십자가의 길을 바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길 점은 각각의 처가 기념하는 수난 사건들을 통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영광으로 기념하고, 그 안에서 우리의 구원과 생명, 부활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즉 예수님이 겪은 모든 과정은 영광의 약속이다. 고통의 길에서 친구, 원수, 무관심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최고의 가르침과 화해를 위한 절정의 순간이다. 전승과 성경 안에서 오늘날 14처로 고정된 십자가의 길 중 예수님과 만난, 명시적으로 언급되는 인물들을 살펴보고 의미를 되새겨본다. 사진은 수원교구 죽산성지 십자가의 길 14처 중에서.

● 제4처 -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십자가의 길 제1~3처에서는 사형선고 받으심, 십자가 지심, 첫 번째 넘어지심 등 예수님의 고통을 묵상한다. 제4처에 이르러 그 고통을 함께 나누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성모님이다.

이 장면은 성경에 기록된 것이 아닌 전승에 따른 것이다. 성경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이 숨을 거두기 직전 성모님의 순간이 기록돼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요한 19,25) 성모님은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님 곁에서 함께 고통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요한복음사가는 그 고통의 길 끝에 교회의 창립을 예고한다. 즉 십자가 밑에서 새로운 미래가 시작됨을 알린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순간, 어머니를 당신의 공동체에 맡기며 또한 공동체를 어머니에게 맡기신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6-27)

이처럼 고통과 부활의 길을 예수님과 함께 걸어온 어머니 마리아는 교회 안에서 특별한 공경을 받으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곧 성모님은 신앙의 모범이며,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룩된 하느님의 가족인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구현하는 인물로 드러난다.

● 제5처 -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제5처에서는 키레네 사람 시몬이 예수님을 대신해 십자가를 지고 가는 장면을 묵상한다.

현재 리비아의 동부지역인 키레네(Cyrene)는 희랍인들이 아프리카 북쪽 해안에 건설한 식민도시였다. 키레네는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유다인들이 많이 살았던 자유로운 도시였다. 시몬 역시 키레네 출신이다.

그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진 장면을 복음서는 이렇게 기록한다. “그들은 지나가는 어떤 사람에게 강제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게 하였다. 그는 키레네 사람 시몬으로서 알렉산드로스와 루포스의 아버지였는데, 시골에서 올라오는 길이었다.”(마르 15,21) 바오로 사도는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끝인사와 권고 중 자신의 선교 활동에 도움을 준 이들을 하나하나 열거하고 있다. 그중에서 “주님 안에서 선택을 받은 루포스, 그리고 나에게도 어머니와 같은 그의 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로마 16,13)라며 루포스와 그의 어머니에 대해 언급한다. 루포스의 어머니는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었던 키레네 사람 시몬의 아내다. 그들 가족은 바오로 사도의 감사인사를 받을 만큼 초대교회의 열심한 교우였다.

이 장면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주변의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여준다.

● 제6처 -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드림을 묵상합시다

제6처에는 성경에 기록돼 있지는 않지만, 예수님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천과 관련된 전설적인 여인 베로니카 성녀가 등장한다. 중세시대 ‘베로니카’라는 이름은 예수님의 얼굴이 새겨진 천을 전해 준 사람을 가리키는 동시에 그리스도의 참모습이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베로’는 라틴어로 ‘베라’(참, 진실한)이고 ‘이카’는 ‘아이콘’ 즉 성화상을 뜻한다.

그녀의 이름은 그 자체가 그리스도의 ‘참 모습’이란 뜻이 된다.

?전승에 의하면 베로니카 성녀는 예수님이 골고타로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 예수님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피땀을 닦아 준 여인이다. 그녀는 자신의 천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씻었는데 나중에 살펴보니 거기에 예수님의 모습이 박혀있었다고 한다. 이 천에 기적적으로 새겨진 초상은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이 친히 남겨주신 첫 성화라고 전해지고 있다.

베로니카는 여러 인물들로 추정된다. 예루살렘 출신의 신심 깊은 부인으로서 루카복음 23장 27절에 나오는 통곡하는 여인들 중 한 사람으로도 추정되며, 마태오복음 9장 20~22절에 나오는 하혈하는 여인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베타니아의 마르타라고도 했다. 또 다른 전승에 의하면 그녀는 루카복음 19장 1~10절에 언급된 자캐오의 부인으로서 남편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가 남부 프랑스인들의 개종을 위해 헌신했다고도 전해진다.

● 제8처 -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제8처에서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시는 장면을 묵상한다. 예루살렘 부인들은 루카복음에서 기인한다. “백성의 큰 무리도 예수님을 따라갔다. 그 가운데에는 예수님 때문에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들에게 돌아서서 이르셨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 때문에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 때문에 울어라.’”(루카 23,27-28)

이 당시 여성들은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했으며 남자의 부속물, 재물로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재산을 털어가며 예수님의 활동을 돕는 여인들이 있었던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루카복음은 예루살렘 여인들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몇몇 여자도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 헤로데의 집사 쿠자스의 아내 요안나, 수산나였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루카 8,2-3)

열두 사도마저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쳤지만 이 여인들은 충실하게 자리를 지켰고 마침내 예수님 부활을 목격한 증인이 될 수 있었다.

독일의 라이어제더 몬시뇰은 이렇게 말한다. “참된 공동체는 십자가 밑에 서 있는 신앙인들의 공동체다. 주님을 끝까지 따르는 이 공동체는 한없이 약한 여인들이지만 영광스런 부활의 미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사진 박원희 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04-10 등록

관련뉴스

말씀사탕2019. 8. 20

시편 32장 12절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마음 바른 이들아, 모두 환호하여라.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사목지침서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인터넷 굿뉴스. [전화번호보기]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