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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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서 빛으로…] ‘다시 봄 캠페인’으로 새롭게 눈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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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서 빛으로.’

지난해부터 올 4월 15일까지 총 50명이 ‘다시봄 캠페인’으로 개안수술을 받았다.

다시봄 캠페인(이하 다시봄)은 (재)바보의나눔(이사장 손희송 주교)이 정부의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저소득층의 시력을 되찾아 주기 위해 지난해 4월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한 모금 운동이다.

(재)바보의나눔은 생전에 ‘눈은 마음의 등불’이라는 붓글씨를 남기고 사후 각막까지 기증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되새기고자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

6개월 동안 진행된 다시봄에는 총 7810명이 참여했다. 1억6624만4842원이 모였고 (재)바보의나눔은 가톨릭중앙의료원에 1억 원, 한국실명예방재단에 6624만4842원을 전달했다.

칠흑같은 어둠을 지나 다시봄으로 새롭게 부활한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봄 수혜자는 한국실명예방재단과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각각 1명씩 추천받았다.


■ 유전적 당뇨로 시력 거의 잃었던 윤지혜씨

“어둠 끝에 만난 세상… 밝은 미래 꿈꿀 수 있어”
시력 탓에 일자리 못 구했지만 수술 후 직업훈련 받을 예정
“응원해주는 이들 있음에 감사”


“어둠 속에 갇혀 있다가 밝은 곳으로 나오면 눈부시면서 전부 새롭잖아요. 지금 제가 딱 그래요.”

4월 13일 경기 부천의 한 고시원에서 만난 윤지혜(24)씨는 이렇게 말했다.

“원래는 눈이 안 좋아서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용기도 못 냈지만, 이제는 눈앞이 선명해지니까 모든 게 새롭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윤씨는 지난 4월 1일과 3일 부천 소사동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에서 각각 왼쪽 눈과 오른쪽 눈 수술을 받았다. 20대의 어린 나이지만, 윤씨가 받은 수술은 백내장 수술로 유전적으로 내려온 당뇨 탓에 얻게 된 질병이었다. 20세에 우연히 당뇨로 입원했을 때 백내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후 윤씨의 시력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왼쪽 눈은 거의 안 보였어요. 뿌옇게 안개가 껴서 오른쪽 눈도 잘 안 보였고요. 안경을 쓰면 조금 나았지만, 글씨가 두 개로 겹쳐 보였어요. 책 읽는 것도, TV 보는 것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제게는 곤혹이었죠. 거리에서 상점을 찾을 땐 간판이 보일 때까지 가게 앞으로 가까이 가서 확인해야 할 정도였죠.”

이렇게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윤씨에게 눈 수술은 이루기 힘든 꿈만 같은 일이었다. 한때 가출 청소년이었고 중학교를 중퇴한 윤씨는 스스로 공부해 중졸·고졸 검정고시에까지 합격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윤씨에겐 세 살 난 아들도 있어 당장 돈이 생긴다고 해도 자신을 위한 수술은 사치로만 여겨졌다.

그랬던 윤씨는 다시봄으로 백내장 수술을 받은 뒤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모든 게 뿌옇게 보여서 청소할 때 먼지가 있는지도 잘 몰랐는데, 지금은 가까이에서부터 멀리까지 안경을 쓰지 않고도 선명하게 모든 걸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윤씨는 무엇보다 “메모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제는 글씨가 잘 보여 수시로 기록할 수 있다”면서 “새 삶을 찾은 것 같다. 도움 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현재 윤씨는 되찾은 시력으로 아들과 함께 새 미래를 가꿔 나갈 희망에 부풀어 있다. 지금은 사정상 아들과 떨어져 아들은 아동 보호소에, 자신은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눈이 보이는 만큼 직업훈련을 받고 일자리를 구해 아들과 함께 단란하게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시봄 캠페인으로 저는 따스한 봄 햇살을 볼 수 있게 됐어요. 앞으로도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순 없겠죠.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응원해 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응원에 저는 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어요. 너무 감사해요. 저 역시 어서 자립해 누군가에게 따뜻한 봄 햇살의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난시·노인성 백내장으로 시력 나빠졌던 강선자씨

“성경 다시 읽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발 헛디뎌 자꾸 넘어져 본당 활동·복사 그만둔 상황
“도움 필요한 이 위해 매일 기도”


강선자(율리아·73·서울 역촌동본당)씨는 3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30여 년을 밤낮없이 한복을 만들어 팔았다. 원단을 떼 와서 5시간씩 3벌을 만드느라 최대 15시간을 한자리에 앉아 바느질만 한 적도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옷감을 들여다보고 앉아 바느질만 하면서 몸은 삭을 대로 삭았다. 눈도 예외는 아니었다. 난시에 더해 노인성 백내장이 생겼다.

나빠진 시력에 강씨는 바로 앞에 있는 사랑하는 손자의 얼굴도 뿌옇게 봐야 했다. 계단 턱이 있는지도 몰라 걷다 보면 자꾸 넘어지고 엎어지려 하기 일쑤였다. 그 탓에 강씨는 세례를 받은 뒤 꾸준히 해 왔던 본당 활동도 접어야 했다. 가장 좋아했던 복사도 더 이상 설 수 없었다. 집에서도 코 앞에 있는 휴대전화를 찾지 못했다. 글자는커녕 색도 잘 구분하지 못했다.

4월 10일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 위치한 강씨의 집을 찾았을 때 강씨는 허리디스크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강씨는 “허리디스크에, 심장병에 갈수록 치료비가 만만치 않아 눈 수술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오래 전부터 집안 생계를 책임져 왔고, 자녀들에게 손 벌리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씨는 “항상 눈에 뭐가 끼여 있어 굉장히 괴로웠지만, 매달릴 수 있는 건 오직 하느님뿐이었다. 하루하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저와 함께해 주세요’라고만 외쳤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 살던 강씨는 지난해 다시봄을 통해 노인성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이후 현재까지 강씨는 “하느님 체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감격했다. 아플 때마다 십자가의 길을 마음 속으로 걸었고, 답답해도 주님께서 부여한 삶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견뎌낸 결과 좋은 기회가 찾아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강씨는 “도망갈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도 ‘저를 당신께 의탁하겠습니다’고 했던 말을 주님께서 들어주셨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제 손자의 얼굴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계단 턱에 걸려 넘어지지도 않고, 가로등과 휴대폰 등 눈앞의 모든 걸 구별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강씨는 매일 아침 성경을 읽고 묵상할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작은 글씨를 보려면 안경을 써야 하긴 하지만, 강씨는 “성경을 읽을 수 있는 것 자체로도 행복하다”면서 “모든 건 하느님의 뜻이자 은총”이라고 밝혔다.

이제 강씨는 자신처럼 육체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어 당장 본당 공동체 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는 없지만, 자신을 도와준 이들을 생각하면서 집에서나마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다.
강씨는 “옛날에 비해 지금은 눈이 너무 잘 보여서 기쁘고 감사해 날아갈 것 같다”면서 “이 기쁨을 깨닫게 해 준 고통의 시기조차 값지게 여기고 앞으로 어떤 어려움에도 얼굴 찡그리지 않고 주님만을 믿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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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4-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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