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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혐오표현’ 연구하는 홍성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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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혐오가 넘치고 있다. 혐오표현은 더 이상 어느 한 대상을 싫어하는 감정을 전달하는 표현 중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혐오표현은 ‘말’을 ‘칼’로 바꾼다. 혐오는 사회 전체에 소외된 이들, 약자에 대한 편견을 전파하며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혐오범죄’라는 직접적이고 끔찍한 폭력으로 드러나고 있는 지금, 혐오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홍성수(토마스 아퀴나스)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가 혐오표현을 주제로 한 연구를 바탕으로 펴낸 「말이 칼이 될 때」 가 대중들에게 꾸준히 공감을 얻고 있다. 홍 교수를 만나 한국사회의 혐오와 혐오표현의 문제에 대해 듣고 변화의 가능성을 들어봤다.

◎대담: 최용택 취재2팀장
◎날짜: 2019년 6월 27일
◎장소: 숙명여자대학교 진리관 홍성수 교수 연구실


-최용택 팀장(이하 최 팀장): 재작년 발간한 책 「말이 칼이 될 때」가 우리사회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어떤 계기로 혐오표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홍성수 교수(이하 홍 교수): 혐오표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받기 위한 한계 영역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습니다. 유럽에서 이미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논의가 많이 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하고 연구하던 중 우리사회에서도 혐오표현이 이슈가 되기 시작해 계속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됐습니다.


-최 팀장: 언제부턴가 우리 일상에서 ‘맘충’, ‘남혐’, ‘여혐’, ‘극혐’, ‘김치녀’ 등 특정 집단 혹은 개인에 대한 모욕적 의미를 담은 혐오와 차별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상황입니다. 우리사회에서 이런 혐오표현들이 넘쳐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홍 교수: 사실 혐오표현은 예전부터 있던 현상이지만, 최근 들어서 노골적으로 격화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진짜 문제와 맞서 싸우기보다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희생양을 만들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입니다. 거기에 이를 부추기거나 조장하는 인터넷과 미디어 환경의 영향으로 혐오나 차별을 담은 표현들이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 팀장: 이런 혐오표현은 듣는 이들, 특히 소수자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크게 훼손하는 말입니다. 혐오표현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 우리사회에는 어떠한 영향이 미치게 될까요?

▲홍 교수: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소수자들에게는 인격훼손과 정신적 손상을 주는 일입니다. 여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생활 전반에 지장을 주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혐오표현이 단순한 표현이라기엔 사회적 영향이 크고 사회에 직접적인 해악을 야기한다는 것입니다. 혐오표현의 대상은 대부분 이미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집단입니다. 사회가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집단인데, 혐오표현이 난무하다보면 ‘차별해도 되는 것 아닐까’, ‘무시해도 되는 것 아닐까’하는 의식이 확산되고, 차별이 노골적으로 변합니다. 특히 장애인,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가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혐오표현의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최 팀장: 교수님께서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데요. 혐오표현의 문제에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홍 교수: 교회의 정신은 사랑과 포용이잖아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행적도 늘 더 어려운 사람과 가까이하고 사회에서 소외·배제된 사람들에게 다가간 것이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분의 삶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교회가 혐오와 차별에 가장 민감해야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대표적으로 우리 사회에 난민이 화제가 됐을 때 제주교구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이 중요한 사례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시선을 던질 때 가장 먼저 나서서 손을 내민 것은 한국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보여주었지요.
이미 교회는 사회에서 소외된 집단에 늘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들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고 먼저 손을 내미는 태도는 오늘날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또 교회가 누구나 환대하는 열린 곳이고, 교회 안에서 만큼은 차별이 없다면 혐오와 차별을 막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 팀장: 혐오표현은 규제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 가치 충돌이 일어나는 데요.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과연 차별금지법이 이런 차별과 배제를 막아낼 수 있을 까요?

▲홍 교수: 헌법은 차별을 금지한다고 선언하지만, 현재 그 내용이 구체화된 법은 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에 차별이 금지돼있다는 공식적 선언이라는 면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을 구체적으로 보면, 혐오표현을 제한한다기보다는 그것이 차별로 이어질 때, 그러니까 반감표현을 표출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불이익을 줬을 때 규제할 수 있는 법입니다. 법이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차별을 막는 최소한의 계기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최 팀장: 혐오표현을 막아내는데 있어서 언론도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홍 교수: 언론이 역할을 하지 못하면 혐오는 노골화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언론 자체가 노골적으로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의 범죄 보도를 예로 들면, 그 기사 내용은 사실을 말하고 있겠지만, 정신장애자는 잠재적 범죄자이며 위험하고 감금할 필요가 있다고 여론을 몰고 가는 등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언론인들은 차별이나 혐오가 조장되지는 않을까에 관해서 몇 배의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최 팀장: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홍 교수: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혐오·차별문제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회는 늘 사랑과 포용으로 차별받고 배제된 집단을 환대했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 역사가 지금 상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가톨릭교회는 교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사람이더라도 그 사람 자체는 포용해 왔습니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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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7-0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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