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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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시간이라도 스마트폰 끄고 성경 읽기 어때요!

스마트폰 사용 줄이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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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스마트폰 과의존이 점차 심해지면서 교회 활동 중에도 스마트폰의 무분별한 사용이 엿보이고 있다. CNS 자료사진



“선생님, 성당 와이파이 비밀번호 좀 알려주세요!”

A본당의 초등부 주일학교 교리교육 시간. B교리교사가 “얘들아, 이제 휴대폰 넣고 시작기도 하자”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한 아이가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와이파이를 요청했다. 평소 아이들이 교리교육 시간에 스마트폰을 되도록 이용하지 않게 하고자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온 터였다.

B교리교사는 “그래도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교리에 참여하도록 학교처럼 스마트폰을 뺏거나 다그치며 강제하지는 않고 있지만, 많은 아이가 교리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서 “스마트폰 삼매경인 아이들은 친구들과도 대화가 적고, 심지어 옆 사람과도 메신저로만 대화하기도 한다”고 교리실 풍경을 전했다.

C본당 신심 단체장인 D씨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자꾸만 정치적인 글과 영상을 올리는 한 단원 때문에 한동안 몹시 불편했다. ‘알아서 그만하겠거니’ 여겼지만, 신앙생활과는 큰 관련이 없는 내용을 올리는 그에게 D씨는 “조금 삼가해 달라”고 청했고, 그제야 단체방 분위기가 정리됐다.





스마트폰은 오늘날 많은 현대 신자들의 신앙생활 영역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과 무분별한 사용 습관이 실제 교회 활동 중에도 엿보이는 게 현실이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성당 교리실의 한 풍경이 됐고, 일상과 신앙의 구분없는 정보와 ‘가짜 뉴스’가 때때로 교우들의 사회 관계망 공간을 넘나들기도 한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현대인의 생활은 여러 면에서 분명 편리해졌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지구 반대편 친구와도 간편히 대화하며, 초행길도 두려움 없이 척척 갈 수 있게 됐다. 몰랐던 지식도 글과 영상으로 다양하게 익힐 수도 있다. 모두 스마트폰이 주는 이기다.

그러면서 차츰 ‘스마트폰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됐다. 똑똑하고 곧바로 반응하는 스마트폰이 일상 삶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주인’ 역할까지 하고 있다. 화면 속 세상으로 인해 우리 생활은 때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졌고, 길을 걸으면서도 화면만 들여다보다 정작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도 사라졌다. 어릴 때부터 화면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오히려 일상 대화를 어렵게 느끼게 됐고, 성인들도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묵상의 시간을 잃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막을 순 없지만, 스마트한 ‘기계’만 지녔을 뿐 내 삶은 이웃도 모르고, 하느님도 모르는 결코 스마트하지 못한 삶으로 나아가고 있진 않은가.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잊고, 심지어 하느님과의 대화 시간까지 잃어버리진 않았는지. 지금도 우리 옆에는 스마트폰 과의존 고위험군에 속하거나, 잠재적 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이 많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상대방의 눈을 봅시다!”

“스마트폰 보관함을 마련해두고 집에서는 가족과 더욱 대화하겠습니다!”

서울 청담동본당 신자들은 지난 3월 사순시기 동안 ‘디지털 금식’을 실천했다. 사순시기 동안만이라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자 전 신자가 ‘디지털 금식 서약서’를 작성했다. 대신 가족과 더 대화하고, 함께 기도하며, 성경 읽기로 선용하는 ‘불편함의 영성’을 실천한 것이다.

본당 여성총구역장 나영숙(아나스타시아)씨는 “한참 유튜브 영상에 빠져 다음 날 아침 미사 때까지 눈이 아플 정도로 자제하지 못했다”면서 “디지털 금식을 실천한 뒤로 영상은 끊고, 대신 성경과 신앙 서적 읽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고 했다.

성상훈(마티아) 본당 청년연합회장도 “디지털 금식을 계기로 가족과 아침저녁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마련해 지키고 있다”며 “본당 청년들 사이에서도 스마트폰의 불필요한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손영모(가브리엘) 본당 사목회 부회장은 “잠들고 일어날 때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따로 두고서 가족과 대화하고 기도하는 데 노력할 수 있었다”며 “디지털 금식을 넘어 신앙생활에 좋은 정보와 나눔에 활용하는 ‘디지털 보식’ 운동도 함께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담동본당은 어린이 첫영성체 교리와 예비신자 교리교육 시간에도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교육을 실시해 신자들이 스마트폰을 신앙적으로 선용하도록 이끌고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일상에서 그 비중(현저성)이 늘어나고, 조절력이 감소하며, 주변과의 갈등과 불편함 등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에 과의존 정도를 측정할 때 △현저성 △조절 실패 △문제적 결과 등 세 가지 속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2018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외벌이 부모에 비해 맞벌이 부모의 유아동 자녀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이 높게 나타났으며, 부모가 과의존 위험군일 경우 자녀들도 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이 높았다. 스마트폰 콘텐츠별 이용 정도는 메신저, 뉴스, 영화 및 동영상 순이었다.

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연령별 ‘스마트폰 바른 사용 실천 가이드’를 통해 스마트폰을 쉬게 하는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본부는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스마트폰 끄기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절제하고 매일 복음쓰기 △스마트폰 끄는 시간을 정해두고 보관함에 넣어두기 △메신저로 가족과 기도하고 묵상 나누기 △신앙 관련 앱 함께 이용하기 등 신앙적으로 선용하는 방법을 널리 전파할 계획이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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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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