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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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농 25주년 -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④우리농 농촌 생활공동체 - 가톨릭농민회 전주교구연합회 어은·소토실분회

가족에게 먹일 양식 키우는 마음으로 유기농법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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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원씨 참깨 모판을 보며 유기순환적 농법을 고민하는 가농 전주교구연합회 어은ㆍ소토실분회원들.

▲ 12일 월례회의를 마친 뒤 정대원 회원의 집 앞마당에서 천반산을 배경으로 한데 모여 기념촬영을 하는 어은ㆍ소토실분회원들.



가톨릭 농민 운동이 ‘생명ㆍ공동체 운동’으로 전환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1990년이니 올해로 꼭 30년째다. 생명ㆍ공동체 운동만이 ‘함께 살고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는 확신에서였다. 이를 위해 ‘일용할 양식’을 중심에 놓고 ‘참된 나눔과 형제적 연대’를 구체화하는 우리농 생활공동체를 건설해왔다.

2019년 6월 말 현재, 가톨릭교회 내 농촌 생활공동체는 13개 교구에 69개 분회가 있다. 마산교구가 12개 분회로 가장 많고, 안동 11개, 광주ㆍ전주 9개, 원주 8개 순이며, 항도 부산교구에도 2개, 수도권 의정부ㆍ인천교구에도 1개씩 활동한다. 나눔과 섬김으로 농업 가치와 보람이 실현되는 대동 세상을 이뤄내는 농촌, 그 현장 가운데서 1985년 소값 폭락에 따른 피해보상활동으로 전국에서 전개된 ‘소몰이 시위’ 중 유일한 성공 사례로 기록된 전북 진안군 가톨릭 농민 운동의 전통을 잇는 ‘가톨릭농민회 전주교구연합회 어은ㆍ소토실분회’를 찾았다.



‘어은공소’는 내년 설립 120주년을 맞는 유서 깊은 공동체다. 공소로 설립됐지만, 본당 승격도 두 차례나 되고, 50여 명에 이르는 공소 결속력도 끈끈하다. 1904년에 지은 돌 너와집 15칸짜리 161.98㎡ 크기 어은성당은 등록문화재 287호로 지정돼 있다.



생명농법으로 다양한 밭작물 생산

그 신앙의 맥을 잇는 어은ㆍ소토실분회는 때마침 87차 월례회의 중이었다. 진안읍 죽산리 어은동, 물곡리 소토실 등 진안 신자들 8농가 15명은 회원 농가 다락집에 모여 교구연합회 활동을 공유하고 분회 안건을 논의하느라 한창이다. 안건은 다가오는 농민 주일 활동 공유와 함께 분회 차원의 ‘즐거운 불편’ 생활실천운동을 어떻게 실천할지 등이다. 유기순환적 생명농업 실천 또한 빼먹을 수 없는 안건. 진안군은 전체 면적의 80%가 산지여서 일교차가 크고 농사짓기가 힘든 터라 분회원들은 고추와 배추, 고사리, 대파, 옥수수, 율무, 감자, 더덕, 도라지, 표고버섯, 고구마, 토종벌 꿀 등 밭작물을 다품종 소량 생산한다. 이들 밭작물을 어떻게 하면,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쓰지 않고 유기순환농법으로 지을지가 과제다.

가농 전주교구연합회장을 역임한 서귀동(미카엘, 71)씨와 이순덕(마리아, 65)씨 부부는 28년째 친환경 유기농사를 짓는 생명 농사꾼. 고사리 농사가 가장 많고, 도라지나 청국장, 콩나물, 감자, 양파, 도라지즙도 생산한다. 처음엔 밭에서 수확한 뒤 남은 부산물과 소, 돼지 배설물, 율무껍질, 톱밥 등을 섞은 뒤 4년 넘게 숙성시켜 완숙 퇴비로 썼지만, 지금은 옥수수를 수확한 뒤 옥수숫대와 호밀을 땅에 묻어 거름으로 쓴다. 그는 특히 주위에 친환경 농법을 알리고 함께 짓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혼자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또 우리의 생명 창고인 농촌을 지켜내고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토대를 만들기 위해 힘겹더라도 친환경 농사는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함께하는 수밖에 없지요.”

이뿐만이 아니다. 분회장인 전태군(브루노, 73)ㆍ김영애(율리아나, 66)씨 부부는 벼와 잡곡, 복분자, 오미자 등 농사를 무농약으로 짓고 있고, 1970년대부터 회원으로 활동해온 이원표(모이세, 81)ㆍ원송자(마리아, 76)씨 부부 또한 고사리와 오미자 등을 무농약으로 지은 지 10년이 훌쩍 넘어간다. 한영석(베드로, 63) 전 가농 전주교구연합회장 또한 한 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생명농업에 투신하고 있다.

여성 회원인 원송자씨는 “돈 나올 데는 없어도 가족들에게 보내는 양식을 키우듯 생명농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어은ㆍ소토실분회는 또 젊은 후계농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에서 재단사로 일하다가 아버지 서귀동 전 회장 권유로 귀농한 서자룡(요아킴, 47)씨 부부, 2001년 귀농한 진현호(안드레아, 48)씨 부부, 소규모로 홍삼을 가공하며 무농약으로 율무와 함께 참깨, 들깨 농사를 짓는 정대원(43)씨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학교에 친환경 식자재 공급

귀향한 서자룡씨는 부친과 함께 7년간 진안군 내 초등학교 유기농ㆍ무농약 급식을 했고, 지금은 진안군 학교급식업체에 식자재를 공급한다. 그는 특히 유기농 콩나물 업체를 설립, 무주ㆍ진안ㆍ장수군, 곧 무진장 일대에 지역 농산물을, 학교에는 친환경 식자재를 공급한다.

2대 친환경 농사꾼의 길을 선택한 아들 서자룡씨는 “한 달 매출이라야 700∼800만 원, 콩값과 인건비 빼면 남는 게 없지만, 부모님과 함께 유기순환적 생명농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차 산업인 농산물 생산에 그치지 않고 이차 산업인 식품 제조ㆍ가공, 삼차 산업인 유통ㆍ판매, 체험ㆍ관광ㆍ축제를 잇는 6차 산업으로서의 농업을 꿈꾼다”고 희망을 전했다.



농부로서의 자존감 잃지 않으려

18년째 유기농 재배를 해온 진현호씨 부부는 초기 한살림 생산자회원으로 활동하다가 2016년 가농에 가입, 어은ㆍ소토실분회 총무로 활동한다.

“가능하면 에너지를 적게 쓰는 농법을 늘 고민하며 실험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농부로서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지요. 가능하면 여러 작물을 심고 재배하려 합니다. 절임배추를 가공해 우리농에도 공급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정대원 농민도 가농 분회원으로 열심히 활동 중이다. 그는 “친환경 생명농법에 관심이 많아 3년 전에 가농에 가입했다”며 “가농을 통해 무농약, 유기농 농사 경험도 듣고 나누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일교차가 너무 심해 지난 4월과 5월에 시도한 참깨 모종이 두 차례나 냉해를 입어 실패했는데, 세 번째 모종은 성공해 열흘 전에 밭에 옮겨 심었다”며 “올가을 추석맞이 선물세트로 무농약 인증 참깨를 가농 전주교구연합회를 통해 납품할 계획”이라고 꿈을 전했다.

생명농업 실천을 통해 ‘얼굴 있는’ 농산물로 소비자들과 만나고 유기순환 농업의 대안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어은ㆍ소토실분회원들의 노력이 진안 천반산 산등성이에 내려앉는 비안개보다 훨씬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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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7-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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