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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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 불러주는 신자들이 있어 ‘아버지’가 된 신부

[선교지에서 온 편지] 캄보디아(상) ‘아버지’라는 이름 - 윤대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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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를 아버지라 부르는 캄보디아 아이들이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윤대호 신부 제공

▲ 캄보디아 소녀에게 고해성사를 주고 있는 필자.

▲ 캄보디아 썸롱톰본당 신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필자.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는 사제를 부를 때 ‘신부(神父)’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물론 ‘탁덕(鐸德)’이라는 말도 있고 그냥 ‘사제’라고도 쓸 수 있지만, ‘신부’라는 말이 가장 익숙하고 입에도 잘 붙습니다.

그런데 동북아 3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사제를 ‘아버지(Father)’라고 부릅니다. 이는 서구문화권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문화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베트남에서는 ‘짜(Cha)’, 태국에서는 ‘퍼’라고 부르는데, 이는 모두 아버지와 같은 단어입니다.

캄보디아에서 신부는 ‘록어으뽁’, 또는 줄여서 ‘록뽁’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아버지는 ‘어으뽁’이라 부르지만, 앞에 ‘록’이라는 호칭이 붙으면 ‘아버님’ 정도의 높임말이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제품을 받고 한동안 ‘다니엘 신부님’으로 불리던 제가 캄보디아에 와서 ‘록뽁 다니엘’로 불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제가 가지고 있던 사제관(司祭觀)이 조금씩 변하게 되었고, 그것은 곧 제 삶을 변화로 이끌었습니다.



호칭에서 시작된 변화

처음에는 단지 호칭에 변화가 있었다고만 생각했고, 그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캄보디아어가 익숙해지고 교우분들이 저에게 쓰는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제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캄보디아어로 어린이, 자녀를 뜻하는 ‘꼰’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교우분들이 제 앞에서 자기 자신을 지칭할 때, ‘꼰’ 이라고 말하는 것이 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린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가 제 앞에서 자신을 ‘꼰’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소자가…’, ‘소녀가…’ 이런 식의 말이 되는 건데,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바로 제가 ‘록뽁(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언어적 습관이어서 교우분들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저에게는 큰 의미가 되는 단어였습니다. 성소에 대해 고민이 많던 시기에, 기왕이면 사제가 부족한 곳에서 살아가며 미사와 성사를 드리고, 복음을 선포하며, 어려운 교우들과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제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곳이 한국외방선교회였습니다. 그러나 캄보디아의 교우들이 저를 아버지라고 불러주기 시작했을 때, 제 생각의 뿌리 자체가 잘못 내려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는 더 잘 사는 나라의 체계적인 교회 시스템 안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은 신부이기 때문에 당연히 도움을 주고 많은 것을 베풀어야 한다’는 교만한 생각이 제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버지’ 역할 하려는 열망으로

이 생각은 저를 저의 교우들로부터 스스로 분리해서 ‘나는 한국인, 당신들은 캄보디아인’이라는 경계선을 긋게 하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영성적으로 많이 부족한 제게 ‘신부’라는 단어는, 내재한 포괄적 의미들보다는 그저 사제와 신자를 구분하는 직분적인 단어로만 받아들여졌던 것 같습니다. 교우들과 화목하게 지내면서도 늘 내면에 그어진 경계선의 범위를 지켜오던 저에게, ‘아버지’라는 호칭은 그 경계선을 관통하여 제 마음 깊은 곳까지 도달한 사랑의 부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깨달음을 얻은 그때부터 저는 아버지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지금 맡고 있는 세 개의 본당에서, 제가 사목에 중점을 두고 있는 대상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입니다. 캄보디아에서 서른아홉이라는 나이는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의 자녀를 둔 가장의 나이이며, 빠른 경우엔 손주도 보는 나이입니다. 그러므로 저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예쁘기만 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길 바라며, 더 나은 미래를 계속해서 제시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아버지이고, 그들은 제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하여

지금까지는 주로 교육 활동과 체험 활동 중심으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사목을 해왔습니다. 여러 봉사자의 도움으로 영어 회화, 윤리, 컴퓨터, 사회 인문, 그리고 체육 교육 등을 실시했고, 시청각자료를 활용한 교리와 성경 공부도 시행해왔습니다. 앙코르와트나 박물관, 영화관, 왕립대학교 등을 견학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양육과 성장 과정에서 오는 차이 때문인지, 의도한 만큼의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성취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껴보지 못해왔고, 그로 인해 목표 의식과 끈기가 많이 부족하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제가 추측한 원인이 맞다는 가정하에, 최근 새로운 사목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윤대호 신부(한국외방선교회 캄보디아 프놈펜대목구 메콩강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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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7-2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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