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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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성경 필사 마친 아이들 눈빛엔 성취감이 가득했어요”

[선교지에서 온 편지] 캄보디아(중) 도전의 기쁨 -운대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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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필사를 마친 아이에게 상을 주고 있다.

▲ 썰롱톰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필자.

▲ 첫영성체를 한 어린이들과 함께.

▲ 본당 어린이 복사단과 함께한 필자.



남자아이는 태권도 학원, 여자아이는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시절에 저는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제 기억에 남아 있는 인생의 첫 번째 도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처음 말을 하는 것도, 첫걸음을 걷는 것도, 또 배변 훈련을 하는 것도 모두 도전이었겠지만, 필수가 아닌 선택에 의한 도전이었다는 점에서는 분명 첫 도전임이 분명합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도 매 순간이 도전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여, 또는 부모나 주위로부터 선택되어 다양한 도전을 해왔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경험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교우들과 어린이들은 그러한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참고로 저희 교우들은 모두 베트남인이며, 연로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과거에는 사이공(남베트남) 지역에서 살다가 베트남전 당시에 메콩강을 거슬러 탈출해왔다고 합니다.



절박하고 고단한 삶

북베트남이 승리하여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캄보디아에서는 크메르루주의 대학살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게 되었고 곧이어 베트남-캄보디아 전쟁까지 발발하여 위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종전 이후로도 캄보디아인들의 베트남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말미암아 10여 년 가까이 힘들게 살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야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즉 지금 저희 본당에 있는 제 또래의 교우들은 전쟁 중에 태어나 전쟁 중에 유년기를 보냈으며 그들이 체험한 도전이란 모두 생존과 직결된 것이었습니다. 또한, 여전히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경험 안에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자녀들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시켜야 할지 또 꿈과 목표를 어떻게 심어줘야 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 때문인지 자녀들 또한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삶의 필수적인 도전들 외의 경험이 매우 부족합니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열심히 노력해서 무언가를 성취해본 경험을 가진 아이들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그것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지금까지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의지도 거의 생기지 않았던 듯합니다.

제가 맡은 세 개의 본당 중 하나인 썸롱톰(Somrong Thom) 본당에는 교적상 어린이가 100여 명 정도 있고, 그중 40명가량이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베트남인이라고는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태어나 캄보디아에서 자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어를 능숙하게 하는 아이가 거의 없습니다. 캄보디아어를 잘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고 그 외의 학업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심지어 자신들이 늘 사용하는 베트남어도 책을 읽을 때는 상당히 더듬거립니다.

한동안 아이들에게 자극이 될까 싶어 일주일에 두 번씩 아이들 앞에서 베트남어를 읽는 연습을 했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베트남어를 할 줄 모릅니다. 그러나 두 달 정도가 지났을 때 절반 이상의 아이들보다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 아이들에게 노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너희가 훨씬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려 했지만, 아이들은 그저 웃으면서 “많이 느셨네요!”라고 할 뿐, 어떠한 자극도 받지 않았습니다.



성경 필사 대회를 한 이유는

무언가에 도전해서 성취해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 도전에 대한 의지를 불러일으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언가를 해냈을 때의 기쁨, 그리고 실력이 늘어가는 기쁨을 어떻게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떤 보상을 걸고 아이들이 노력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성경 필사 대회’였습니다. 3개월 동안 마르코 복음서(캄보디아어)를 필사하는 것이 목표였고, 가장 빨리 쓰는 순서대로 1~3등 상을 주며, 그 외에는 순위와 상관없이 상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상품이 무엇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28명의 어린이가 기꺼이 도전했습니다.

3개월 뒤, 필사를 마친 아이들은 5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상품을 공개한 순간 필사를 마치지 못한 아이들의 눈빛은 아쉬움으로 가득했습니다. 1등에게는 상자에 들어 있는 정품 운동화, 2등과 3등에게는 백화점에서 구입한 남방셔츠를 선물로 주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필사를 마친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고급 학용품 20종 세트를 나눠주었습니다.



뿌듯해 하는 아이들을 보는 기쁨

대회를 치르며 제가 가장 기뻤던 점은 상품에 앞서 필사를 다 한 아이들의 표정에 이미 뿌듯함이 가득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분명 성취감과 함께 자신감도 얻었을 것입니다. 또한, 무리해서라도 좋은 선물을 준비한 것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필사를 마치지 못한 아이들이 다음에는 또 언제 대회를 시작하느냐고 묻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요즘 저희 아이들이 캄보디아어를 잘 읽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성경 필사 대회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치를 예정이지만 무언가를 걸지 않고도 아이들이 기쁘게 도전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들을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계속 도전하면서 아이들이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사제로서, 사목자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 이곳에서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윤대호 신부(한국외방선교회 캄보디아 프놈펜대목구 메콩강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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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8-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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