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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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남한 청소년들, 함께 봉사하며 편견 허물고 하나 돼

탈북 청소년·대학생들, 몽골 봉사에 나서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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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흘간의 봉사를 마친 뒤 탈북 청소년과 성직자, 수도자들이 테를지 국립공원 거북바위 앞에서 점프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 노밍요스 초등학교 어린이와 지도 교사가 탈북 청소년과 대학생, 봉사자들 앞에서 몽골 전통악기 마두금을 연주하고 있다.

▲ 봉사에 감사하는 뜻으로 교가를 불러준 노밍요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탈북 청소년들과 성직·수도자들의 환호에 감사하며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있다.

▲ 탈북 청소년들이 정세덕 신부 주례로 살레시오회 몽골 공동체 수도원 강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봉사 기간에 매일 미사가 봉헌됐다.



“북한과 비슷한 게 너무 많아 반가웠어요. 아무 생각 없이 왔는데, 잘 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포장하지 않은 진흙탕 길, 시커먼 역청을 칠한 목재 전신주,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은 사립짝과 울타리, 나무 전신주 사다리에 올려놓은 변압기…. 울란바타르 시 성긴하이르한 자치구 바양올린에 들어선 탈북 대학생 A씨는 깜짝 놀랐다. 2014년 탈북 당시 북한과 풍경이 너무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봉사하기에 앞서 새벽에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게르야 당연히 달랐지만, 언뜻언뜻 보이는 몽골 사람들의 삶은 북녘 형제들과 너무도 비슷했다. 해서 한동안 지켜보며 망향을 달랬다. 봉사하는 마음이 각별하지 않을 리 없다. 처음에는 그의 무뚝뚝한 표정에 아이들도 서먹서먹해 했지만, 한참을 놀아주니 경계도 풀렸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함도 서로 마음의 빗장을 여는 데 한몫했다.

“우니타스 봉사단과 함께하며 언어 때문에 답답했지만, 몸짓으로도 소통되더군요. 주눅이 들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기회가 닿는다면, 또 와보고 싶어요.”



몽골 아이들과 부대끼고 뒹굴며

나흘간 봉사는 탈북 청소년과 몽골 아이들을 하나로 이어줬다. 벽화 제작과 예ㆍ체능 봉사를 통해 1대1로 몽골 아이들과 부대끼고 뒹굴며 하나가 됐다. 기타와 오카리나, 컵 난타, K-POP 안무, 비트박스(Beat box) 등으로 나눠 교실별로 맹연습이 계속됐다. 때론 웃음꽃이 피어나고, 때론 개구쟁이들이 뛰어다니며 난장판이 되기도 했다. 간식도 나눠주고 함께 쉬며 정도 들대로 들었다. 노밍요스 초등학교 5학년 몽크토르 체첸(10)군은 “처음으로 오카리나 연주를 배웠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며 “언니, 오빠들이 잘 가르쳐주려는 마음, 그리고 친절함이 느껴져 고마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봉사를 끝낸 뒤에는 매일같이 ‘알쓸유사’(알수록 쓸모 있고 유익한 사는 이야기) 강의가 이어졌다. 신정환(토마스)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돈키호테처럼 살아라’, 김용호(요한 세례자) 경희대 특임교수의 ‘미ㆍ중 패권경쟁은 어디로 가나?’, 최진우(스테파노) 한양대 교수의 ‘생각과 말과 행위’, 마상윤(발렌티노) 가톨릭대 교수의 ‘희망이 있는 삶’ 등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들의 교양 강의를 통해 탈북 청년들은 미래를, 희망을 꿈꿨다. 강의 뒤에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최상희(보나벤투라)ㆍ서윤하(엘리사벳 씨튼) 수녀가 ‘똑똑똑’ 프로그램을 통해 영적 쉼의 시간을 가졌다.

봉사 4일 차, 마지막 날엔 미니올림픽과 학예회를 열어 다 같이 즐겼다. 눈 가리고 달리기, 훌라후프, 이인삼각 경기, 대형 주사위 던지기, 피구 경연, 깃발 잡기 등 게임을 즐겼고, 나흘간의 교육 봉사를 통해 익힌 기타와 오카리나 연주, 컵 난타와 K-POP, 비트박스를 선보이는 무대도 마련했다. 끝으로 노밍요스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몽골 서부 브레이드, 토르고 부족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춤과 마두금 공연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한몸에 받았다.



남북 학생들 서로 터놓고 대화

소수 참가자였지만, 이남 학생들도 탈북 청소년들의 봉사에 함께했다. 처음에야 남북 청소년, 대학생들은 서로 스스러워했지만, 이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 다가섰다. 탈북 청소년들이 먼저 탈북 과정과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자 이남 학생들도 귀를 기울이며 아픔에 눈물로 공감했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몰랐던 북한 얘기에 결국은 한 민족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 기타를 가르치는 데 함께한 대학생 박준영(다윗, 26)씨는 “탈북 대학생들과 함께 자고 함께 먹고 함께 봉사하면서 우리가 살아온 환경은 달랐지만 우리는 정말 똑같구나 하는 걸 절실히 느꼈다”고 고백했다.

고등학교 2학년 강준우(임마누엘, 17)군도 “영재학급 80시간 이수를 포기하고 온 터라 사실 아까운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봉사하고 나니 뿌듯하다”며 “중요한 건 북한이탈주민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님께서 마련하신 아름다운 시간

봉사를 마무리하는 파견 미사. 탈북 청소년, 대학생들의 소감 고백이 감동적으로 쏟아졌다. “하루하루가 선물이었습니다.” “사랑이 싹튼 시간이었습니다.”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정말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갔습니다. 아쉬웠습니다. 사랑합니다.” “너무 많은 걸 배워갑니다.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봉사 뒤 비 갠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 초원지대에 이르러 긴긴 여름날의 따가운 햇볕에 몸을 맡긴 채 말을 타고 푸른 초원으로 나서니 에델바이스의 향기가 지천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인터뷰 :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정세덕 신부


▲ 정세덕 신부




“탈북 청소년들이 (이남 청소년들과) 똑같이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탈북 청소년들의 첫 몽골 해외봉사를 주관한 정세덕(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신부는 “몽골 어린이들을 돕는 체험을 통해 탈북 청소년들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고 말문을 뗐다. 그런데 “이 먼 곳까지 와서 봉사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는 걸 보며 정말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몽골 봉사에 많은 분이 공감하고 도와주셨는데, 특히 노밍요스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자발적으로 함께해 주셔서 더 뜻깊은 봉사가 됐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탈북 청년들이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자신 있는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

정 신부는 이어 “우리가 최선을 다해 정성을 쏟는다면 몽골 아이들도 그걸 느낄 것이라고 말해줬는데, 그건 기우였다”면서 “놀랍게도 탈북 청년들이 몽골 아이들을 통해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았다고 말하는 걸 들으며 그들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삶도 그렇게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또 “봉사를 통해 탈북 청소년들도 자신을 변화시키고 미래를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밤마다 강의와 성찰의 시간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정 신부는 끝으로 “탈북 학생들에겐 무엇보다도 체험적 삶과 교육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앞으로 이런 봉사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제공하고 확대해 나가고 싶다”며 “교회에서도 우리 탈북 청소년들을 하느님의 눈으로, 사랑의 눈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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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8-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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