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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관련 양국 교회 담화(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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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이 유례없이 악화되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이하 일본 정평협) 회장 가쓰야 다이지 주교(일본 삿포로교구장)가 ‘한일 정부 관계의 화해를 향한 담화’를 발표했다.

광복절이자 성모 승천 대축일인 8월 15일 발표된 일본 정평협 담화는 과거 식민통치 역사에 얽매이거나 국가 간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정의와 평화의 관점에서 한일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고 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이하 한국 정평위) 위원장 배기현 주교(마산교구장)도 같은 날 ‘1945년 8월 15일, 새로운 질서, 평화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담화를 내고 한일 갈등의 정의롭고도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했다. 일본 정평협과 한국 정평위 담화 내용을 소개한다.


■ 일본 정평협 담화

▲ 일본교회는 한일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나

일본 정평협은 담화에서 우선 현재 한일 간 갈등이 “한국에서 보면 지극히 적대적인 처사이며 앞으로 양국 정부의 관계 악화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평협은 2018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에게 징용공(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피해(위자료) 배상을 명한 판결을 내린 것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와 기업에 강경조치를 취했다”고 그 동안의 경과를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4일 한국이 일본에 반도체 등의 소재를 수출하는 절차를 번거롭게 하는 조치를 취한 데 이어 8월 2일에는 일본으로부터 수출 관리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평협은 이상의 일본 정부 조치를 ‘지극히 적대적인 처사’라고 냉정히 평했다.

▲ 한일 갈등의 현실적 원인 무엇인가

일본 정평협은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 배상판결에 대해 가지는 인식과 해석을 한일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본 정부는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함께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것이고, 이 사법적 판단에 대해 한국 정부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국제법과 국제협약 원칙에 위반되며 언어도단이라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평협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배상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주장에 대해 “일본의 변호사나 학자들로부터도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이 대응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부연해 “민주주의 사회는 삼권분립 하에 있으므로 행정부가 사법부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당연하며 한국 정부에 이 판결에 대한 어떤 대응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이 일본 법조인들과 학자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요컨대 일본 정평협은 “한일청구권협정에서 국가 간의 청구권은 소멸했어도 전쟁피해 배상에 관련된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는 사실을 인정했다.

아울러 일본 정평협은 이번 담화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의 성격과 정당성에 대해서는 “과거 강제징용된 징용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강요당했던 피해에 대한 개인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그것을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직결된 비인도적 행위에 의한 인권침해로 인정하고, 그들을 직접 고용하고 일을 시킨 일본기업에 그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불하도록 명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 한일기본조약, 한일청구권협정 문제의 발단과 식민지 배상 책임

일본 정평협은 일본이 앞세우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이 태생부터 안고 있는 문제점도 거론하며 “현재의 일본과 한국 간의 긴장이 심층적으로는 일본의 조선반도에 대한 식민지 지배와 그 청산 과정에서 해결되지 않고 남겨진 문제에 원인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식민지배 역사에 대한 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자세와 이에 분노하는 피해국, 한국인들 마음과의 사이에 벌어진 틈에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평협은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이 “냉전체제 아래서 한미일의 전략적 구상에 밀려 급하게 체결됐다”며 과정상의 결함을 언급한 뒤 “일본 정부는 그 협상과정에서 일관되게 식민지 지배 책임을 부정했고, 양국 관계의 중심에 박혀 있는 식민지배의 책임에 관한 애초 합의가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에 들어 있지 않은 것, 이것이 한일관계 교착의 근원”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양국 정부는 상대를 비우호국으로 간주해 국민들 사이에 위협과 증오의식을 심어줌으로써 자국 정치의 동력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 그렇다면 화해의 길은

일본 정평협은 이번 담화에서 “정치가 어떻든 간에 일본과 한국이 중요한 이웃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인식의 바탕 위에서 “한일 양국 정부가 함께 지혜를 짜내서 막혀 있는 이항대립(二項對立)의 악순환을 벗어나 망가진 관계를 복원해 갈 길을 찾는 것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정치권에는 “기본조약이나 청구권협정에 집착해서 해석의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 나갈 수 없다면 한일 간의 진정한 우호관계를 쌓아 올리기 위해 명확한 ‘식민지배의 청산’을 포함하는 새로운 법적인 장치를 만드는 것”도 요청했다.

또한 일본사회에는 “이웃나라나 그 국민에 대한 역사수정주의,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증오 발언) 풍조를 진지하게 시정하라”면서 “한일 정치지도자들은 성실하게 과거를 마주하고 미해결인 채 두어 온 문제들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국 정평위 담화

▲ 1945년 8월 15일, 2019년 8월 15일의 의미

한국 정평위는 담화에서 우선 1945년 8월 15일이 지니는 의미를 “군국주의 일본의 35년 폭압적 식민지배를 받던 대한민국은 비록 정치적으로 해방됐으나 동서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분단과 한국전쟁을 겪었고 미일과 함께 북중러 사회주의 국가들의 팽창을 막는 최전선을 형성했다”고 해석했다. 이어 전쟁 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회복하려는 최근의 일본을 언급하며 현재의 세계질서를 “가히 새로운 사태, 새로운 질서라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평위는 올해를 “광복 74주년이자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라면서도 “일본 정부가 한국 사법부의 식민시대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 판결에 대해 대한(對韓) 수출 제한 조처를 단행함으로써 한일 갈등이 불거져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는 형국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최근 불거진 일본의 경제 제재는 이 뜻깊은 해에 돌출한 새로운 폭력이며, 이는 과거에 저지른 불의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성찰을 외면한 처사라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 한일 갈등 해결은 연대와 대화, 협력으로

한국 정평위는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해 “함께 뜻을 모아 기도하자는 일본 정평협의 초대에 한국 천주교회는 형제적 사랑으로 일치해 연대한다”며 “선의의 양국 시민이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교회는 그 도움을 아끼지 않아야 하고 오늘날 인류의 역사는 이웃 간의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나아가는 상생의 길을 요구한다”고 천명했다.

한국 정평위는 마지막으로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질서에 부응하는 진리와 자유, 정의와 사랑의 길을 찾아야 하며, 이를 위해 요구되는 필수적 전제조건은 참회와 정화”라고 강조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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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8-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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