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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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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 기획] 포천 ‘모현센터의원 호스피스병동’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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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지나면 우리는 죽음에 한걸음 가까워진다. 가본 적 없는 길이기에 죽음의 순간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며 영원한 삶을 향해 나아가는 문이다. 따라서 가톨릭교회는 위령 성월에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죽음을 묵상하면서 그 너머에 있는 희망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희망은 오늘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삶을 완성하는 호스피스병동. 그곳의 하루를 살펴보며 죽음과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 바로 오늘, 돌봄이 필요한 영혼들을 위한 ‘성모님의 언덕’

“당신은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가 항상 당신 곁에 있겠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을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만지고, 땀을 닦아줄 수 없었지만 그 자리를 지키며 한없이 기도했다. 메리 포터 수녀는 ‘갈바리의 십자가 아래에 서 계시는 성모 성심’을 따르고자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를 설립했다. 임종자들을 돌봐주며 임종의 자리에서는 기도로 지원해 주고 임종자들을 외롭지 않게 지켜주는 것이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의 사명이다.

그 정신을 이어받아 2005년 포천에 모현센터의원 호스피스병동이 문을 열었다. ‘어머니가 나타났다’는 모현(母現)은 성모님께서 자리를 지켰던 ‘갈바리 언덕’을 의미한다.

이곳에서는 호스피스 돌봄이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원목자가 입원에서 임종까지 함께 영적인 동반을 하고 있다. 목욕을 비롯해 아로마 마사지, 티 테라피, 음악요법, 미술요법, 원예요법 등을 진행하며 가족모임을 통해 가족들이 사별 후에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 호스피스병동의 하루

총 14병상인 병동은 12명의 환자가 머물고 있다. 취재를 위해 모현센터의원 호스피스병동을 찾은 날은 병문안을 위해 오가는 이들이 제법 많았다. 호스피스병동 자원봉사자는 “환자 세 분이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가족들이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병동을 찾은 것”이라고 귀띔한다. 죽음을 기다리는 순간은 고요했다. 슬픔과 아픔을 묻어둔 채, 내일이면 손을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가족을 위해 이곳에 들른 이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모현센터의원 원장 표양복 수녀는 “이곳에서는 심리적, 정서적뿐 아니라 영적으로 지지가 되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며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성사도 드리고 타 종교 성직자들이 오셔서 함께 기도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에게 아름답고 좋은 것을 선물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각각의 병실에는 꽃 이름을 붙였다. 물망초 병실에서 만난 권씨는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이곳을 찾았다. 입원한 지 2주째인 그의 옆에는 그간 손으로 뜬 수세미가 수북하다. 선반에 놓인 꽃에 대해 묻자 “병동 꽃꽂이 수업 때 만들었는데, 너무 예쁘죠?”라고 웃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아프기 전에는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고 부지런히 살았다는 권씨. 그는 “처음에 암 판정을 받았을 때는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며 살았는데 왜 내가 아파야 하나라며 원망을 한 적도 있다”며 “하지만 모현센터의원에 머무르면서 수녀님들이 너무 친절하고 편하게 해주셔서 마음의 치유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소박한 희망도 이곳에서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원래 운동을 좋아했는데, 아픈 뒤로는 엄두도 못 냈습니다. 이곳에서 좋은 생각을 하며 편안하게 지내면서 나중에 건강해져서 운동을 다시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생겼습니다.”

병동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형형색색의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모현센터의원에서 꾸민 산책길이다. 이 길은 탄생부터 죽음까지 인간의 일생을 형상화했다. 자궁 모양의 연못에서 시작해 감각정원을 지나 죽은 이들을 추모하는 메모리얼 가든으로 마무리된다. 가을색이 완연한 10월 말, 정원에는 형형색색 꽃들이 만발했다. 몇 달 뒤면 져버릴 꽃들은 온힘을 다해 생명의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 덕에 정원은 나비와 벌들로 가득했다. 마지막까지 온힘을 다해 살아내는 꽃들처럼 호스피스병동은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이들의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성모님의 언덕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후원 및 문의 031-536-8998 모현센터의원 호스피스병동, 국민은행 219-01-0173-857 예금주 (재)천주교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 모현센터의원 원장 표양복 수녀
“죽음 앞둔 두려움과 외로움 딛고… 삶을 잘 마무리하길 기도”


“죽음을 앞둔 분들 대부분은 두려움과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저희는 힘들어하는 분들 곁을 지키며 기도하며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게 도울 뿐입니다.”

모현센터의원 호스피스병동에 머문 이들은 삶의 마지막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짧게는 반나절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한 사람의 일생으로 보자면 짧은 순간이지만, 가장 의미 있게 보내야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모현센터의원 원장 표양복 수녀(마리아 막달레나·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는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가실 수 있게 돕는 것이 저희의 몫”이라고 말한다.

표 수녀는 “죽음이 가까워 왔을 때 선한 영과 악한 영이 부딪친다”며 “그 순간에 기도가 가장 필요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수녀들이 이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병동에 오는 환자 대부분은 대학병원이나 준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중단한 경우다. 병의 완치가 아닌 의미 있는 삶을 완성하기 위해 병동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표 수녀는 “모현센터의원 호스피스병동의 핵심은 전인적 돌봄이다”며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여기에서 지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가족 간에 화해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뿐만 아니라 개신교, 불교 등 환자의 종교에 해당하는 성직자들이 와서 기도하면서 영적인 지지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표 수녀는 “호스피스병동은 죽으러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기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뒤늦게 오시는 분들이 많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기에 사별가족들은 ‘조금 일찍 올걸 그랬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신다”고 전했다.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보는 것은 힘들고 슬픈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 수녀가 보람을 갖고 임종자들을 돌보는 이유는 하나다. “폐암으로 치료를 받다 지치고 힘든 상태에서 이곳에 오신 아버님이 계셨어요. 병동에 오신 날 마침 정원에서 야외 음악회가 열렸고, 침대에 누운 채로 음악회를 보시곤 너무나 행복해하셨어요. 그리고 다음날 밤에 돌아가셨죠. 장례를 마치고 저를 찾아온 따님이 ‘아버지가 꽃을 좋아하셨는데 꽃도 만지고 좋아하는 민요도 듣고 가실 수 있어 좋았다’고 그러더라고요. 고된 삶의 마지막에 하고 싶은 것을 해드릴 수 있어 저도 마음이 놓였습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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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1-0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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