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닫기
하루동안 열지 않습니다.
2019년 12월 13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빛을 맞이하는 사람들 (상) 서울 성모아이센터 박경진 원장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루카 3,4-6)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 빛을 기다리는 4주 동안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주님께로 가는 길을 찾는다. 어둡고 고요한 시간들을 잘 버티고 나아갈 때 우리는 진정한 빛을 만날 수 있다. 대림 시기를 맞아 본지는 3회에 걸쳐 빛을 맞이하기 위해 노력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살펴본다. 마음속에 잠재된 빛을 꺼내 더 많은 이웃들과 공유하고 있는 현장은 예수님을 기다리는 기쁨을 더욱 충만하게 느낄 수 있게 도울 것이다.


■ 마음의 평화를 지켜주는 의사

오후 2시. 점심시간이 끝난 병원에 진료를 받기 위한 환자들이 줄을 잇고 들어선다. 갖가지 증상으로 눈이 불편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얼굴은 걱정이 가득하다. 서울 성모아이센터 박경진(베드로·55·서울 대치동본당) 원장은 그런 환자들의 기분부터 살핀다.
“점심은 맛있게 드셨어요?”, “마음 편하게 먹고 열심히 치료 받으면 나아질 거예요.”

박 원장이 건네는 따뜻한 한 마디에 환자들의 표정이 조금씩 풀어지고 무거웠던 진료실 분위기가 가벼워진다.

진료실을 둘러보면 박 원장이 가톨릭 신자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곳곳에 진열된 십자고상과 예수성심상이 따뜻하게 환자들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병원은 몸이 아파서 마음까지 힘들어지는 분들이 오시는 곳”이라며 “그 모든 것이 치유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병원에 오시기 때문에 저는 단순히 돈과 돈의 관계가 아닌 마음을 주는 의사가 되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한다. 환자들의 마음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 의사가 되고 변하지 않는 이 다짐은 박 원장의 특별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대학교 3학년 때쯤, 좋지 않은 일이 겹쳐 힘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고자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시작했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가슴에서 뻥하고 빛이 터져나가는 느낌을 받았고, 뇌에서 찌릿찌릿한 전류가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이전에는 경험한 적이 없었던 편안함과 행복감에 휩싸였죠. 눈을 뜨고도 20분간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눈물만 계속 흘렸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머리로만 기억할 뿐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던 박 원장은 그 사건 이후로 달라지게 됐다.

“그 경험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설명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천국이라면 죽음이 두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한없이 평화로웠던 그 순간을 기억하며,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때부터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라 빛을 향한 길을 찾다

눈은 세상을 보는 창이자, 마음을 볼 수 있는 통로다. 우리 삶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눈을 치료하는 안과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묻자 박 원장은 “하느님이 주신 것을 망가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 저의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20년 전부터는 의미 있는 선행도 실천하고 있다. 신부님과 수녀님에게 라식수술을 해드리는 것이다.

“2000년에 우연히 저희 병원에 오신 신부님의 라식수술을 해드린 적이 있어요. 신부님의 돈을 받았는데, 찜찜한 마음이 몇 달간 계속되더군요. 그래서 3달 뒤 신부님이 계신 곳을 수소문해 수술비를 돌려드렸어요.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더라고요.”

20년간 50여 명. 박 원장의 배려 덕분에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사목과 전교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박 원장은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제 능력으로 해드릴 수 있는 게 라식수술이었다”며 “신부님들에게는 무료로, 수녀님들에게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라식수술을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사람은 한번 시력을 잃으면 빛을 영원히 볼 수 없게 된다”며 “하지만 작은 빛을 인지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그 빛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안과의사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각자의 삶에서 빛을 찾는 과정에 제가 조금이라고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원장은 눈 건강을 해치지 않는 의술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희 병원은 백내장 수술을 하지 않고 있어요. 지금의 기술로는 눈의 조절근이나 주변조직들을 지키면서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2007년부터 눈 건강을 지키면서 할 수 있는 백내장 수술방법을 연구했고, 특허를 내고 내년 임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며 작은 빛을 모아 큰 빛으로

의사를 꿈꿨던 한 청년은 빛을 체험했고, 그 빛은 30년간 꺼지지 않고 신앙의 길을 밝혔다. 그리고 그 빛은 타인에게로 전해져 더 큰 빛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다. 마음의 평화를 지켜주길 바랐던 이 다짐은 환자의 마음을 쓰다듬는 한 마디를 만들고, 신부님과 수녀님에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웠다.

“제가 30여 년 전 경험한 신비한 현상이 하느님을 만난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때 제게 전해진 가르침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살아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목표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하고 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마음껏 하느님을 믿을 수 있도록 제가 죽기 전에 북녘 땅에 성당을 여럿 짓는 것이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대림 시기를 어떻게 보내왔는지 묻자, 박 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오랜 시간 힘든 시간을 버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임하신 것처럼 하느님은 마음이 깨끗한 사람, 자신의 전부를 바친 사람들에게 나타나시는 분입니다. 특정한 장소가 아닌 마음이 선한 사람 앞에 나타나시는 것이죠. 저는 하느님이 성당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디든지 계시며 우리는 그분을 볼 준비를 늘 해야 합니다.”

박 원장의 말처럼 하느님은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는 하느님을 발견하기 위해서 우리는 신앙적으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 어떻게 준비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말씀을 묵상하고 실천하며 대림 시기를 보낸다면 지금보다 밝은 빛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11-26 등록

관련뉴스

말씀사탕2019. 12. 13

시편 50장 23절
찬양 제물을 바치는 이가 나를 공경하는 사람이니, 올바른 길을 걷는 이에게 하느님의 구원을 보여 주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사목지침서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인터넷 굿뉴스. [전화번호보기]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