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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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이웃들, 교회의 따뜻한 손길 필요하다

[특별 기획] 생활고 비관 자살 …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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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11지구 빈첸시오 회원들이 가난한 이웃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부된 라면을 배송트럭에서 옮기고 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둔 지난 12월 23일 대구 북구의 한 주택에서 생활고를 비관했던 것으로 보이는 40대 부모와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 등 가족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후에도 12월 31일 대전에서 아빠가 4살 아이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 5일에도 김포에서 8살 아이가 포함된 일가족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가족 전체가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2019년 9월 이후 언론을 통해 확인된 것만 10건이다. 지난해 9월 전북에서는 엄마가 아이 1명과 함께 숨졌고, 대전에서는 아빠가 아이 둘을 데리고 목숨을 끊었다. 10월에는 경기도 시흥과 제주에서 부부와 자녀 2명이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또 경남 김해에서는 아버지가 자녀 둘을 살해하고 자살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다. 11월에도 서울 성북구에서 일가족 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인천 계양구에서 일가족과 딸의 친구까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례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앞서 지난해 7월에는 북한이탈주민 모자가 굶어 죽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과 전문가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빈곤, 채무,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데다 가정 내 불화,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평소 국가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보다 그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에서 상황이 악화되면서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자살예방센터 백종우 센터장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발표한 서울시 자살 사망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속적 빈곤층 이상으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계층이 하락한 경우에 자살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러한 위기 가정은 핵가족화 등으로 주변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감소한 데다, 절망감으로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문제는 자살하는 부모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아이들도 함께 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와 함께 숨진 아이들은 대부분 자다가 번개탄, 연탄 등에 의한 가스 중독, 또는 목 졸림으로 사망했다. 지난 9월 이후 모두 15명의 아이가 그렇게 죽음을 맞았다. 일부 언론에서 집단 자살로 썼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 뜻에 따라 생을 마감해야 했다. 굶어 죽은 경우도 사실상 부모가 아이를 내버려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부모들은 아이들만 남겨 놓고 갈 경우 자식들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빈곤이 대물림될 것이란 우려로 끔찍한 선택을 하고 있다. 부모들의 이기적이고 삐뚤어진 가족애에다 국가나 사회가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보살필 것이라는 신뢰가 없는 상황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백종우 센터장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보통 4가지 이상의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고 이들을 찾아내서 지원하려면 다양한 부서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부터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톨릭교회에서 자살 문제를 사회 문제로 보고 공동체를 복원하고 아픈 사람들을 연결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면 가족 살해 후 자살과 같은 비극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이런 비극이 빈번한 것은 이를 한가족이나 개인의 일탈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사회가 낳은 병리 현상이자 우리가 함께 치유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어려움에 빠진 이들이 개인 회생과 파산 등 법적 구제책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고립된 상태에서 혼자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이들이 쉽게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행정기관은 물론 종교나 사회단체가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특히 차상위계층을 주목해야 한다. 2019년 11월 현재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차상위계층 수급자는 94만 9093명이다. 차상위계층은 정부로부터 기초생활 보장을 받는 수급대상자 바로 위의 계층이다. 해마다 벌어들이는 총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 이하에 해당하거나 소득은 최저생계비 아래지만 재산이 있어 수급을 받지 못하는 계층이다. 이들은 총소득이 최저 생계비 이하인 가구 중에서 부양할 사람이 없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달리 재산이나 부양 의무자가 있어 수급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다. 최저 생계비는 정부가 해마다 1∼6인 가구별로 정하기에 해마다 달라진다.
 

문제는 이 같은 가난의 문제를 정부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는 점이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라는 복음적 명령을 실천하도록 재촉받는 교회는 궁핍한 형제들을 도와야 한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자선은 형제애의 중요한 증거 중 하나이기에 교회는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과 가진 것을 나눠야 한다. 차상위계층과 같은 가난한 형제들의 필요를 돌보고 그들의 것을 그들에게 되돌려주는 법안 마련에 교회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교구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장기선(요한 사도) 회장은 “희망이 없고 누구에게도 얘기하기 싫고 그런 자존심 때문에 죽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결국은 관심 부족, 우리가 주변을 돌아보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로 이웃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주민센터를 찾아다니면서 사각지대에 있고 행정 지원을 받기에 미흡한 분들이 있으면 우리가 도움을 주겠다’고 알리고 있다”며 “찾아오는 복지에서 찾아가는 복지로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장 김창해 신부는 “교회는 커졌지만 가난한 사람을 찾아서 돌봐야 한다는 본질은 흐려지고 있다”며 “‘내가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가 나를 살피고 관심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자기 자식을 죽이는 비극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구 사회복음화국 내에 물품, 인력, 자원을 지원할 수 있는 자원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며 “본당 사회분과장들이 가정 방문을 할 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찾아내 명단을 올려주면 교구 생명위원회에서 지원하는 출산ㆍ양육ㆍ치료비를 우선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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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1-0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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