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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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문명과 질병 그리고 인류와 교회의 길 (상) 페스트의 유행과 교회의 부흥 - 가장 치명적인 너무나도 치명적인 인간 그리고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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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어디에서 시작됐으며, 무엇으로부터 생겨났는가? 이 물음은 의학적 혹은 생물학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류학적 질문이고 그 배후에는 종교적 질문이 자리한다. 가톨릭신문은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신앙인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지성용 신부(인천 용유(준)본당 주임)의 특별기고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신앙이란 무엇인가? 요즈음 국민적 지탄을 받는 ‘신천지’라는 종교단체를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 않다. ‘저 멀리 언제 올지 모르는 신천지’를 향해 ‘지금 여기의 이웃과 형제, 자매들’을 제치고 14만4000명 안에 들어간다는 불온한 희망인 저것이 과연 신앙의 길일까? 그러면서도 동시에 60~70% 넘는 교인들이 20대, 30대 청년들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가톨릭교회에서 ‘수많은 인력들과 예산을 투입하면서 청년사목을 한다’ 하는데도 교회 청년들이 사라지는데 어떻게 저런 비합리적이고 반사회적인 종교단체에 무수한 청년들이 몰려들었는가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금까지 우리의 방식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돼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모르긴 몰라도 신앙은 세상을 하느님의 눈으로 지혜롭게 이해하고, 하느님 창조의 본래의 뜻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며,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시대의 징표를 통해 세상과 세계의 현상을 꿰뚫어 보고 이해하는 안목을 가져 나가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 인수공통 전염병

데이비드 콰먼의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에 따르면, 1981년 이후 인수공통 감염병에 걸려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는 2900만 명에 달한다. 인간은 전염병의 원인을 원숭이, 박쥐, 들쥐 등 야생동물들에게 돌리지만 실상 인류가 동물들의 서식지를 침범하고 때로는 야생동물들을 식용하고 가축화시키면서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바이러스의 변형으로 인간에게 치명적인 감염의 바이러스로 되돌아 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상당한 문제는 사실 인간에게 있었다.


■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추다

최근 바이러스 질병의 세계적 확산은 다른 어느 때보다 인류를 더 상호의존적으로 만들고 있다. 사스(2002~2003), 신종플루(2009), 메르스(2012~현재), 에볼라(2014~2016), 지카(2015~2016)는 국제적으로 확산됐고, 최근 2019년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시작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는 전 세계를 암흑으로 몰아가는 듯하다. 중국에서 한국, 일본 그리고 유럽의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그리고 북미대륙에 상륙한 코로나19는 미국 뉴욕의 주요 도시까지 걷잡을 수 없는 맹위를 떨치며 세상을 멈추게 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발간하는 가톨릭 신문 아베니레(Avvenire)에 따르면 3월 25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사제는 총 69명에 달한다. 모든 것이 멈췄다. 성당, 학교, 공항, 식당, 사람들이 북적이던 광장도 멈췄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한다. 한국교회 역시 전래 236년 만에 공적인 미사가 멈췄다. 박해시대에도 일제 강점기에도, 한국전쟁 때도 멈추지 않았던 미사가 멈췄다. 그런데 이런 재앙 앞에 등장한 ‘신천지’라는 유사종교집단의 비상식적이고 비밀스러운 선교방식이 온 국민의 뉴스가 됐고, 그들의 교리와 타인을 속여서라도 전도하라는 ‘모략’이라는 비뚤어진 윤리의식은 시민사회에 적지 않은 ‘종교’ 근본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그들이 모아 낸 천문학적인 현금과 조직과 건물과 부동산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 종교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종교란 무엇인가? 누구의 말처럼 ‘종교는 인민의 아편인가?’, ‘멈춰야 비로소 보인다’라고 했던가! 바이러스 전파의 중심에 정통이든 사이비든 ‘그리스도교회’가 있었다. 소금물을 입에다 뿌려대며 “아멘, 할렐루야”를 외치는 그리스도교인들과 종교인들이 우리 사회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 무엇이 치명적 바이러스인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류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시작과 전파에 인간이 있었다. 우희종 교수(서울대 수의학과)가 말한다. “새로운 병원체의 등장으로 국제사회가 시끄럽지만, 돌이켜 보면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병원성이 높은 생명체가 지구에 존재한다.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를 등장시킨 생물체로서 코로나19보다 유전자 크기가 훨씬 크고 복잡하며, 신속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일부 오지를 제외하고는 지구 널리 퍼져 있다. 그 생명체 이름은 ‘인간’이고, 이들이 지닌 이성과 욕망으로 생태계는 교란되고, 그들의 비이성적 두려움과 불안 및 무지는 이 병원체가 지닌 병원성의 동력이다.”


■ 페스트

페스트(흑사병)가 인류 역사상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역사적 기록으로는 6세기 독일과 동로마제국에서 페스트가 창궐한 것으로 추정된다. 페스트의 만연은 로마제국의 멸망을 재촉했다. 서로마는 5세기경 게르만, 프랑크, 서고트, 반달 등의 침입으로 멸망했다. 서로마가 멸망에 이를 무렵 유목민족들이 로마에서 활보하기 시작하며 대규모 페스트가 유행했다. 6세기 동로마제국 유스티니아누스(Justinian) 황제 시대에 광범위하게 발생해 ‘유스티니아누스 페스트’라고도 불렸던 이 전염병은 유럽 전역에서 어림잡아 1억에 가까운 목숨을 앗아갔으며 반세기 동안이나 지속됐다.

도시에 지나치게 많은 인구가 밀집돼 도시환경이 매우 불결했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인구의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페스트도 따라 움직였다. 의학은 페스트에 도무지 속수무책이었다. ‘세상의 빛’이라고 불리던 철학도 이미 그 존재의미를 상실했다. 페스트는 도시 전체를 말살시킬 만큼 위협적이어서 비참한 상황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시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돌아갈 곳도 잃어버렸다. 아무도 이성과 과학으로 질병의 과정을 연구하거나 설명하지 못했다.


■ 교회의 새로운 국면

이때 오히려 그리스도교회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며 이전과는 다른 세계관, 종교관이 대두되기 시작한다. 즉 이 지긋지긋한 전염병으로 가득 찬 절망적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은 ‘저세상’ 천국이며 이 모든 것을 신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신앙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심판, 천국, 죽음 등의 개념이 이원론적 세계관을 더욱 공고하게 했고 체계화하고 강화하기 시작했다. 페스트의 시작은 병으로 무력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의학으로도 해결 불가능한 한계상황에서 ‘지금 여기’ 차안(此岸)이 아닌 ‘다음 저기’ 피안(彼岸)으로 가는 길을 알려 줬다. ‘페스트가 그리스도교를 선교했다’ 하면 큰일 날 얘기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의 고통에서 그리스도교회는 인류에게 ‘생명’의 희망을 던져 주며 제 자리를 공고히 해 나가고 있었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는 없다.

중세교회 번영의 기초를 마련해 준 것은 다름 아닌 페스트, 아니 더 정확히는 페스트 앞에 무력했던 인간의 ‘한계상황’에 대한 체험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리스도교회가 번영하면서 학문도 스콜라 철학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8세기에 접어들어 샤를마뉴(Charlemagne, 742~814) 대제가 궁정과 각지의 수도원에 신학원(scholar, 스콜라)을 설립해 왕족과 귀족 자제들에게 ‘고전철학’을 가르치도록 했다. ‘스콜라’는 이후 대학교육, 대학의 기원이 된다. 이때부터 그리스도교 교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진입하며 새로운 교회의 사상적 토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지성용 신부 (인천 용유(준)본당 주임)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에서 2006년 영성 전공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천가톨릭대학교와 가톨릭대학교(성심교정)에서 신학원론, 영성신학 등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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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3-3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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