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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으로 보는 교회사 한 장면] (3)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콘스탄티누스의 꿈’

이교도 어둠 걷어낼 천사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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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콘스탄티누스의 꿈’, 바치 경당,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 내, 아레초


 

로마 제국의 역사에서 그리스도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황제를 꼽으라면, 네로와 콘스탄티누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네로는 박해로 그리스도교의 수난과 동시에 내적인 성장을 촉진하는 시발점이 되었다면, 콘스탄티누스는 신앙의 자유와 교황의 세속적인 권한이 시작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소개하는 작품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 1416/1417~1492)의 프레스코화 ‘콘스탄티누스의 꿈’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 아레초 시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내 바치 경당(Capella Bacci)에 그린 교리교육용 연작 벽화 중 하나다.
 

작품의 내용은 콘스탄티누스가 막센티우스와 전투를 앞둔 날 밤으로 설정된다. 역사 비평이 아무리 이 꿈 이야기가 허구라고 해도, 정치는 그것을 기정사실로 했고, 화가들은 계속해서 이 주제의 그림을 그렸다. 그래야 콘스탄티누스가 로마 제국의 단독 황제가 되고, 그리스도교는 신앙의 자유와 함께 서방세계에서 ‘하느님의 뜻’이라는 명분을 얻어 뿌리를 내리게 되기 때문이다.

 

콘스탄티누스
 

콘스탄티누스와 막센티우스의 전투는 312년 10월 28일에 있었다. 이야기는 좀 더 앞에서부터 시작된다. 284년, 로마 제국의 황제가 된 디오클레티아누스(Valerius Diocletianus)는 방대한 제국의 원활한 통치를 위해 제국을 둘로 나누어 자기는 동쪽에, 서쪽에는 막시미아누스(Marcus Aurelius Valerius Maximianus)를 세워 통치하도록 하는 이른바 ‘이분통치’를 시작했다. 이것은 후에 ‘사분통치’로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그리스도교는 계속해서 확산되었고, 제국의 황실에까지 들어갔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아내와 딸이 그리스도교로 개종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지만 황제는 여전히 그리스도교에 냉소적이었고, 심지어 박해까지 했다.
 

305년, 로마 제국을 공동 통치하던 두 황제가 퇴위하고, 각자 부제(caesar)로 옹립했던 갈레리우스(Galerius Maximianus)와 콘스탄티우스(Flavius Valerius Constantius)가 뒤를 이었다. 이 콘스탄티우스가 콘스탄티누스의 아버지다.
 

콘스탄티누스(Flavius Valerius Constan tinus)는 군인이었던 아버지 플라비우스 발레리우스 콘스탄티우스와 어머니 헬레나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293년 부제의 지위에 올랐을 때 콘스탄티우스 1세 클로루스라는 칭호를 얻고, 막시미아누스 황제 밑에서 일하기 위해 서로마로 갔다. 거기서 막시미아누스 황제의 의붓딸 테오도라와 결혼하기 위해 헬레나와 이혼했고, 어린 콘스탄티누스는 동로마 제국의 니코메디아(오늘날의 이즈미트)로 보내져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궁정에서 자랐다.
 

306년 서방의 정제가 된 지 얼마 안 된 콘스탄티우스 클로루스가 갑자기 죽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아버지가 죽기 1년 전에 디오클레티아누스의 황궁에서 나와 믿음직한 장수로 갈리아, 잉글랜드를 평정하고 있었다. 그 사이, 콘스탄티누스도 막시미아누스의 딸 파우스타와 결혼했다. 그러니까 막시미아누스는 콘스탄티누스 부자(父子)에게 딸을 하나씩 준 공동의 장인이 된 셈이다.
 

콘스탄티누스가 계속해서 북방 지역 평정에 전념하고 있을 때 로마에서는 콘스탄티우스 사망 이후 막시미아누스의 아들 막센티우스가 아버지의 도움으로 세베루스를 몰아내고 황제의 자리를 차지했다. 막센티우스는 아들보다 사위를 더 챙긴다며 아버지에게 불만을 드러냈고, 막시미아누스 역시 권력에 대한 향수에 젖어 결국 부자(父子)는 서로를 배신했다. 아들에게 버림받은 막시미아누스는 갈리아로 와서 콘스탄티누스와 합류했지만, 결국 사위마저 배신하고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밀비오 전투와 밀라노 칙령
 

로마 황제가 된 막센티우스는 폭군으로 시민들의 원성을 샀고, 로마는 제국의 패권을 의미하는 장이 되었다. 콘스탄티누스와 막센티우스가 결전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312년 콘스탄티누스는 4만 명의 병력을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 로마 북쪽 삭사 루브라로 진격했고, 막센티우스는 안방에서 10만 명이 넘는 병사를 거느리고 콘스탄티누스를 맞았다. 수적으로 열세지만 사기가 충만했던 콘스탄티누스의 군대는 막센티우스를 밀비오 다리까지 몰아붙였다. 좁은 다리는 수적으로 많은 병사가 퇴각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치고 들어오는 적에 밀려 말과 병사들이 뒤엉켜 좁은 다리는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고, 그 와중에 막센티우스도 테베레 강에 빠져 죽었다.
 

열악한 조건에서 콘스탄티누스 군대의 사기가 어떻게 북돋우게 되었느냐에서부터 허구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전투를 앞두고 콘스탄티누스가 꿈을 꾸었는데, 천사가 “In hoc signo vinces”(이 표시로 승리하리라)라고 적힌 깃발과 함께 십자가를 들고 오는 장면을 보았다는 것이다.
 

전투는 예상대로 콘스탄티누스가 승리했고, 분할통치 시대의 막을 내리고 로마 제국의 단독 황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313년에 밀라노에서 ‘종교 관용령’ 「밀라노 칙령」을 발표하여 그리스도교를 공인하였다. 당시 로마는 다신교 사회였기 때문에 유일신교였던 그리스도교와 유다교는 소수 종교로서 법적으로 금지된 종교였다. 「밀라노 칙령」은 이들에 대한 종교 자유의 선언이자, 그리스도교의 박해가 끝난 것을 의미했다. 또한, 서방 세계에서 그리스도교가 뿌리를 내리는 중대한 시발점이 되었다.
 

 

콘스탄티누스의 꿈
 

이제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작품은 1452~ 1466년,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그린 ‘거룩한 십자가 전설’ 연작 중 하나다. 거기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찾아오는 장면’, ‘솔로몬을 방문한 사바의 여왕’, ‘채찍질 당하는 그리스도’, ‘주님 탄생 예고’(성모영보) 등이 있다. 이 시리즈는 작가의 최고 작품 중 하나이자, 초기 르네상스의 귀중한 자료기도 하다. ‘콘스탄티누스의 꿈’은 서양 미술사 최초로 밤 풍경을 그린 작품이자, 카라바조 이전, 밤 풍경을 가장 설득력 있게 조명한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는 회화에 수학과 과학을 도입하여 균형 잡힌 구성, 계산을 통한 원근법을 구사한 인물이기도 하다. 동시에 단순한 형태와 부드러운 색채로 종교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 작품은 플랑드르 화풍이 가미된, 그러니까 바치 경당의 시리즈 후반부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의 작품과 확연히 다른, ‘빛’에 강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빛의 변화에 따라 색을 잘 사용하여 밤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속 장면은 열린 막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배경이 없었다면 막사가 아니라 어떤 무대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멀리 하늘이 밝아오는 걸로 봐서 새벽, 빛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보인다. 막사의 붉은 지붕과 황금색 커튼이 황제의 막사라는 것을 암시한다. 막사 앞에는 두 병사가 양쪽에 서서 잠자는 황제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눈을 크게 뜨고, 한 사람은 황제를 보고, 다른 한 사람은 관객을 보고 있다. 황제의 몸종은 침대 발치에 기대어 관객을 보고 있다.
 

몸종과 황제의 연관성은 침대 시트와 담요의 흰색과 붉은색이 몸종의 옷과 신발과 같은 색이다. 여기서 몸종의 역할은 관객의 시선을 끄는 것으로 해석된다. 천사는 왼쪽 위, 관객 쪽에서 막사로 향하고 있다. 한쪽 날개가 반사되어 크게 보이지만 손에 든 하얀 십자가는 매우 작다. 손가락은 잠든 황제를 가리킨다.
 

여기에서 주인공은 ‘빛’이다. 작은 십자가에서 시작된 빛이 병사들의 갑옷과 모자를 비추고 잠든 황제를 향한다. 병사들과 배경은 어둠 속에서도 깨어 있다. 화가에게 이 빛은 ‘신비’다. 제국 시대 이교도의 ‘어둠’에서 그리스도교의 ‘빛’으로 이동되는 것처럼 말이다. 천사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극적이고, 본질적으로 ‘빛의 사건’이 되는 것이다.

 

▲ 김혜경 세레나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상임연구원 이탈리아 피렌체 거주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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