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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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로 멍들어도 ‘지옥 같은 집’으로… 이웃의 관심 절실한 아이들

국내 아동 학대의 현실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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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문채현.



엄마의 체벌로 여행 가방에 갇힌 아홉 살 초등학생은 실신한 채 응급실로 실려 갔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또 다른 아홉 살 초등학생은 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맨발로 집을 탈출하다 주민에게 발견됐다. 얼굴과 몸은 멍과 화상 자국으로 성한 곳이 없는 상태였다. 최근 잇달아 보도되는 아동 학대 뉴스는 기사를 끝까지 다 읽기 힘들 정도다. 어린 자녀를 어떻게 이렇게까지 학대할까 믿기지 않지만, 아동 학대는 지금도 이웃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현실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016년부터 3년간 부모의 학대와 방임으로 세상을 떠난 아이는 102명이다. 한국 사회에선 열흘마다 한 명꼴로 아동 학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2018 아동 학대 현황

2018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집계된 아동 학대 의심사례 신고 접수는 3만 3532건이다. 이 가운데 실제 아동 학대가 이뤄진 경우는 2만 4604건(73.4)으로 집계됐다. 사망한 아동은 28명이다.

피해 아동 성별은 아동 학대로 판단된 2만 4604건 중 여자아이가 1만 2737건(51.8), 남자아이가 1만 1867건(48.2)으로 나타났다. 피해 아동은 초등학생(만 7~12세)이 39.7로 가장 많았다. 중학생(만 13~15세)이 25.4로 뒤를 이었고, 고등학생(만 16~17세) 13.4, 유치원생(만4~6세) 11.1, 영유아(0~3세)가 10.3였다.

학대 행위자는 대부분 부모였다.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과의 관계는 부모가 1만 8919건(76.9)이었는데, 이 가운데 친부가 학대한 경우는 1만 747건(43.7), 친모가 학대한 경우는 7337건(29.8)이다. 계부와 계모에 의한 학대는 각각 480건(2)과 297건(1.2)으로 나타났다.

학대는 주로 집에서 이뤄졌다. 아동 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1만 9748건(80.3)로 가장 많았다. 아동을 돌보고 교육하는 기관인 학교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도 2086건(8.5)이나 됐다.



아동 학대와 가정 폭력

통계에서 보듯 아동 학대 가해자 10명 중 7명이 친부모이고, 학대 장소의 80는 집이다. 아동 학대는 가정 폭력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한국 사회가 가정 폭력을 법으로 처벌하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조금 넘는다. 가정 폭력 가해자를 처벌하는 가정 폭력 처벌법과 가정 폭력 피해자를 보호ㆍ지원하는 가정 폭력 방지법이 1998년 7월 시행되면서부터 가정 폭력이 집안싸움이 아니라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가정 폭력 중에서도 아동 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학대받는 아이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기까지는 16년이 더 걸렸다. 아동 학대 처벌법은 2014년 9월부터 시행돼왔다.

연일 불거지는 아동 학대 뉴스를 보면 ‘내 아이를 내 방식대로 키운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아이는 맞으면서 커야 한다’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는 비뚤어진 인식을 바꾸는 데에는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무부는 최근 “민법을 개정해 아동 체벌 금지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결정이라면서도 아동 학대 예방과 방지를 위해선 가해자에 대한 보다 확실한 처벌과 아동 학대 발생 가정의 지속적인 관리ㆍ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법과 정책은 가해자 처벌보다는 가정 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어 2차, 3차 피해를 가중시키는 실정이다. 학대하는 부모와 피해 자녀를 떼어 놓더라도 부모가 용서를 청하고 선처를 구하면 가해 부모에게 자녀를 다시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떼어 놓는 기간도 짧다. 2018년 통계에서도 학대 피해 아동의 82가 다시 원가정으로 돌아갔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아동복지법의 기본 원칙이 피해 아동을 가정에서 떼어놓더라도 아동을 이른 시일에 원가정에 돌아가도록 지원하게 돼 있다”면서 “아동을 가정에서 잘 분리하지도 않지만, 분리해도 1개월 안에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잠시 분리해놨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 아동 입장에서 보면, 막상 부모를 처벌해 달라거나 집을 떠나게 해달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따뜻한쉼자리 이상숙(루치아) 원장은 “아이들에겐 보육원이나 시설에서 사는 것보다 때리는 엄마 아빠가 있는 집에 있는 것이 나을 수 있기에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신고 정신이 중요

아동 학대가 발생한 가정에선 즉시 아동과 부모가 분리되고 아동에 대한 심리 치료, 부모에 대한 상담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또 아동이 가정으로 돌아간 경우 전문가의 관리 감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전문가와 전담 인력의 부족, 예산 등의 문제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담사들이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거나 직접 가정을 방문해 감독하는 방식이지만, 전화로 이뤄지는 관리는 허점이 많아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방문 감독마저 끊긴 상황이다.

이상숙 원장은 “폭력을 행사한 이들에게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면 아동 학대와 가정 폭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온정주의를 바탕으로 한 솜방망이 처벌은 ‘가정 문제만큼은 처벌이 약하다. 가족은 때려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돼 폭력의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동학대를 줄이고 예방하는 최상의 방법은 이웃에 대한 관심과 신고 정신이다. 아동 권리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아동 인권에 민감한 서구 사회에선 아동학대 신고가 보편화 돼 있지만, 한국 사회에선 아직 낯선 문화다. 옆집에서 큰 소리가 나도 ‘괜히 남의 집 가정사에 끼어드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모른 척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웃의 큰소리와 비명을 예사로 넘기지 말고 신고할 때 한 아이의 생명을, 한 가정을 살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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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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