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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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수원교구 용인 신봉동성당

제대를 바라보는 시야막힘없이 탁 트인 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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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봉동성당은 제대와 회중석의 거리가 가깝다. 제대를 중심으로 부채꼴로 펼쳐진 회중석은 미사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한다.



성당은 그 자체로 가톨릭교회의 표징일 뿐 아니라 가톨릭교회가 지향하는 모든 활동의 원천인 전례를 거행하는 거룩한 장소다. 그래서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성당 건축은 모든 거룩한 백성의 일치가 드러나도록 완전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의 지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범 사례 중 한 곳인 수원교구 용인 신봉동성당을 찾았다.



자연 속 주님의 집

경기도 용인시 광교산 자락에 자리한 신봉동성당 주변은 온통 녹음으로 가득했다. 인근에 흐르는 실개천과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새 소리에 눈을 감으면 숲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다. 자연이 저마다의 색을 뽐내는 가운데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어진 회색의 성당은 마치 한 장의 흑백 사진 같다.

성당 뒤편에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한복 위에 영대를 하고 두 손으로 성모상을 감싸듯 들고 있는 오메트르 성인상이 성당을 찾는 이들을 반긴다. 본당 수호성인인 오메트르 신부는 1837년 프랑스 에제끄에서 출생해 1862년 사제품을 받고 1863년 조선에 입국, 용인 손골에서 사목하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충청도 보령 갈매못에서 순교했다. 성인의 숨결이 담긴 손골성지는 성당에서 직선거리로 채 1㎞가 되지 않는다.

본당 수호성인인 오메트르 신부에게 전구를 청하고 성전으로 가는 길에는 십자가의 길 14처가 펼쳐져 있다. 강순석 작가가 제작한 십자가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가 겪은 수난을 아주 가까이, 때로는 멀찍이 떨어진 시점에서 묘사했다. 십자가의 길 앞에 서면 사형 선고를 내린 빌라도가, 예수 그리스도 발에 못을 박는 병사가, 십자가에서 내려오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군중이 된듯한 느낌이다. 우리 구원을 위해 수난하신 주님의 고통이 밀려온다.

▲ 오메트르 상.



▲ 본당 수호성인인 오메트르 신부상. 재불 화가 김인중 신부의 작품인 성전 내 유리화와 14처는 모두 추상 작품으로 믿음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제작됐다.



성체를 닮은 주님의 집

야외 십자가의 길을 지나 성전에 들어서면 정면 제대 뒤편의 9m×6m 규모의 색유리화와 대형 십자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성전 입구의 성인상과 십자가의 길이 사실적 묘사로 순교 신심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전했다면, 성전 내부의 유리화와 십자가는 추상적 작품으로 보는 이들의 신앙적 상상을 자극한다.

색유리화는 노랑·파랑·빨강·초록의 색조가 유리에 자유롭게 흩뿌려져 신비로움마저 자아낸다. 노랑은 부활·기쁨·환희를, 파랑은 성모님의 순결을, 빨강은 성령·열정·순교를, 초록은 창조·평화를 각각 상징한다.

색유리화 앞에는 대형 십자가가 천장에서 길게 내려온 두 줄에 매달려 실루엣처럼 보인다. 나무를 부러뜨려 만든 듯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철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몸 곳곳에 구멍이 뚫려 빛을 투과한다. 인간의 죄로 인해 육신에 오상이 나고 그 상처를 통해 보이는 주님의 희생을 엿보는듯하다. 제대 우측에 자리한 감실 아래에는 오메트르 성인의 유해가 안치돼 있고 나무 제대에는 주님의 마지막 만찬 장면이 새겨져 있다.

기둥 하나 없는 성전 내부는 탁 트인 개방감에 청량감마저 든다. 흰색 배경에 베이지색 나무 재질로 마감돼 있어 정갈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공간을 연출한다.

제대 색유리화를 비롯한 성전 좌ㆍ우측 각각 6개의 색유리화와 도자 회화 14처 등은 유럽에서 ‘빛의 화가’로 찬사를 받는 재불 화가 김인중(도미니코수도회) 신부의 작품이다. 성전 좌우 12점의 색유리화는 열두 사도,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 그 모두가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표현한다.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도자 회화 14처 등은 각자 마음을 비우고 믿음의 눈으로 그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보는 이들을 이끈다.

고개를 들어 천정을 보니 성전이 둥근 타원형으로 지어졌다는 게 실감이 난다. 마치 성체 안에 있다는 생각도 든다. 2210.07㎡에 4층 규모의 성당은 김인중 신부와 교류하는 프랑스 건축가이자 신학자인 베르나르 게일러(70)씨의 작품이다. 그의 밑그림이 모티브가 된 신봉동성당은 김 신부의 작품성을 최대한 살리도록 설계됐다. 그렇기에 성전을 전체를 둘러봐도 물 흐르듯 시선에 막힘이 없다.


▲ 신봉동성당 전경.



전례를 위한 주님의 집

“타원형의 성당 평면은 미사 주례자와 신자의 거리가 가까워져 전례의 능동적 참여를 강조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헌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예입니다.”

건축학 박사인 김진태(수원 도촌동본당 주임) 신부는 최근 가톨릭평화신문 인터뷰를 통해 전례의 능동적 참여를 이끄는 성전의 모범 사례로 신봉동성당을 꼽았다. 제대의 높이는 회중석 높이와 비슷하고 제대와 회중석과의 거리도 3~4m에 불과하다. 회중석은 제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형태로 배치돼 어디에 앉던지 오롯이 제대에 시선이 집중된다.

성전을 나오면 ‘에제끄 1837’이라는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에제끄는 성 오메트르 신부의 고향이고 숫자 1837은 그가 태어난 해다. 벽 한쪽에는 성인의 이콘화도 걸려있다. 여느 때 같으면 신자들의 담소가 끊이지 않았겠지만, 코로나19로 카페가 문을 닫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성당 인근에는 지역에서 소문난 맛집도 많아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시간을 내서 신봉동성당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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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0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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