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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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 시각에서 바라본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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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의 내용이다. 헌법은 누구든지 어떠한 이유에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인 평등권이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법적으로 구제받기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계속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 대표발의로 차별금지법이 발의됐다. 2007년 첫 발의 이후 이번이 8번째다. 번번이 무산됐지만 끊임없이 국회 문을 두드리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어떤 법인지 살펴 보고 교회의 목소리도 들어 본다.



■ 차별금지법이란?

차별금지법안은 이 법의 목적을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권을 보호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따라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 23개의 항목을 제시하고 어느 하나의 영역에서도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 구별, 제한, 배제, 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한다.

차별행위의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으며, 차별 구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정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또 차별행위가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통상적인 재산상 손해액 이외에 별도의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다.

즉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금지, 예방하고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자 한다.

차별금지법안 원문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http://likms.assembly.go.kr/bill/main.do)에서 차별금지법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 의견 표명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다음 날 차별금지법 시안으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을 발표하면서 입법에 힘을 실었다. 2006년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지 14년 만이다. 평등의 원칙이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나라 헌법의 핵심 원리임을 기본 논조로 내세웠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가 실시한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차별을 해소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조했다. 88.5%는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가인권위는 입법을 통해 우리사회의 다양한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권고를 넘어 ‘법률 제정 의견’을 국회에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 왜 포괄적 차별금지법인가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 차별, 성별이나 연령, 기간제나 파견근로자 등 특정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다루는 개별법이 있다. 이번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개별적 차별이 아닌, 포괄적 차별을 다루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한 사람의 정체성은 성별, 장애, 나이, 학력 등 다양한 속성이 중첩돼 있고 일상에서 이들은 서로 연결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차별을 정확히 발견하고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서는 이를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며 개별법만으로는 다양한 차별 현실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세계적 추세를 살펴 보면,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포괄적 성격을 지닌 평등법이나 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있다.


■ 차별금지에 대한 교회의 목소리

교회는 차별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은 “인간 기본권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또는 성별, 인종, 피부색, 사회적 신분, 언어, 종교에서 기인하는 차별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한다”(29항)며 어떠한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양성일 신부는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차별 받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 교회의 기본적인 가르침이기 때문에 어떠한 차별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시각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제도적 장치로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차별금지법에 대한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양 신부는 “일부 사회 집단이 일방적으로 안 된다고 외치는 주장을 식별할 수 있도록 교회 차원에서 명확하게 차별금지에 대한 내용을 신자들에게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이사장 김형태) 소속 장예정(소피아) 활동가도 “모두가 평등한 사회,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마땅히 제정돼야 한다”고 동조했다. 장 활동가는 사회 일각에서 차별금지법이 사회의 소수자에게 특권을 주는 법이라고 오해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권리의 불평등을 겪고 있는 이들도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을 인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인권은 다른 이의 인권을 빼앗아서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예수님께서는 죄 많은 여인,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세리, 도움을 필요로 하는 병자들과 함께 하셨고 그들을 향한 세상의 비난을 감싸 주셨다”며 “예수님을 믿는 우리 신앙인들은 부당한 차별에 맞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는 앞서 2018년 인권 주일 담화를 통해 차별 금지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배 주교는 “여성, 장애자, 성소수자, 이주민, 비정규직이나 청년 노동자, 노인, 아동, 국가 폭력 피해자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도 차별과 폭력이 만연한 인권 사각지대가 널려 있다”며 차별이 일상화된 현실을 우려했다. 이어 “일상적으로 인권을 침해당하고 차별을 겪는 이들은 대부분 여러 부류의 소수자다. 이들의 고통은, 차별과 배제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이를 당연시하는 다수자와 기득권층의 무신경한 태도로 더욱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름으로 말미암아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는 차별과 불이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가 먼저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이웃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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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7-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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