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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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민화위 ‘전쟁의 기억과 화해의 소명’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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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냉전과 적대를 넘어 화해와 평화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 이하 민화위)는 7월 27일 오후 2시 의정부교구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기헌 주교의 기조강연으로 시작한 심포지엄은 ‘전쟁의 기억과 화해의 소명’을 주제로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이수정(체칠리아·민화위 자문위원) 교수의 발제와 그에 이어진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박동호 신부,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의 토론으로 구성됐다. 이날 행사는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참석자를 50명으로 제한했으며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진행했다.



■ 미움을 넘어 평화를 향한 연대

고향이 평양인 이기헌 주교는 전쟁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으며 당시의 참혹하고 안타까운 상황을 회상했다. 그 기억 속에는 전쟁이 끝나면 곧 다시 만나자고 했던 누님들과의 약속을 70년이 넘도록 지키지 못한 가족의 한이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교는 “신앙의 은총에 힘입어 상처와 미움을 모르고 자랐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제는 ‘족쇄’를 끊어내자”고 호소했다. 이 주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교회가 해야 할 3가지를 강조했다. 우선 그는 “마음에 맺혀 있는 한과 분열, 갈등 이런 것들을 잊어버리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며 “일상생활에서도 분노하고 적대감으로 차별하며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를 위한 기도는 물론, 교육도 중요함을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한 용서와 화해, 연대와 나눔 등의 가치를 교회 안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심포지엄 토론자로 나선 박동호 신부(서울 이문동본당 주임·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공동대표)도 ‘평화학 교과서’나 부교재를 마련해 강론, 교리교육, 신심 등 교회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해 교회도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이 주교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은 올해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과 함께 한반도 평화협정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한반도 평화 여정에 전환점이 될 것이며, 국제 관계도 새롭게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 전쟁의 문화를 만드는 기억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들은 한국전쟁을 둘러싼 ‘기억’을 중심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우선 발제를 맡은 이수정 교수는 경쟁 상황에 놓인 남북한 정권이 ‘전쟁을 통한’ 기억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각 정권은 이 전쟁의 기억에 매우 적극적으로 관여해 서로 다른 ‘단일한 공식적 기억’을 구성했다”며 “이는 전쟁에 대한 집단기억을 정치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국민들을 길들였다”고 해석했다.

이어 남북 모두 정치적 이득을 위해 전쟁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를 강요하고 이에 벗어나는 기억들을 억압해 왔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러한 이분법적이고 대립적인 사유 방식과 의사소통의 황폐화(소통, 협상 능력의 부재)를 ‘전쟁의 문화’가 지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문화는 불안과 공포, 긴장과 갈등이 내면화된 주체들을 형성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한 모두 오랫동안 각각의 공식적인 기억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공식적 기억에 부합되도록 구성된 체험들만 정당성을 획득했다”며 “그와 부합되지 않는 기억은 위험한 기억으로 억압되고 통제돼 왔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발표한 북한 전문가 김성경 교수도 “분단 체제 속에서 살아 온 시민들 역시 이분법적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당신은 어느 편이냐’라는 질문을 받는다”며 “아주 작은 일상 속 사건을 비롯해 굉장히 큰 거대 서사의 맥락에서도 끊임없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빨갱이’로 불리며 차별 받아 온 월북 가족의 사례를 언급하며 “전쟁에 대한 기억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한반도에서는 전쟁의 기억을 전쟁에 대해 상처를 치유하거나 평화를 만들기 위한 기반으로 삼기보다, 아픔을 자극하고 적대와 위기감을 증폭시켜 일상을 전쟁터로 만드는 방식으로 기억했다”고 덧붙였다.


■ 미래를 위한 기억, 화해와 평화의 자원

이어 발표자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쟁에 대한 기억을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입을 모았다. 특히 다양하고 구체적인 기억들은 오히려 과거를 풍부하게 하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기억은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는 점과 전쟁의 기억은 끝없는 여정이며 단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것이자 ‘미래’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냉전의 관점을 벗어나 나와 타인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견줘 살펴보면 전쟁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명확한 구분이 쉽지 않다”며 “이러한 발견은 나의 피해로 타자의 가해를 이해하는 계기, 타자의 피해로 나의 가해를 성찰하는 계기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호적 과정을 통해 기억은 화해와 평화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의 출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동호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을 인용하며 평화를 위한 교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박 신부는 “타인이 받은 고통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공동선을 향해야 한다”며 “교회는 갈등을 회피해서도 안 되고 갈등에 파묻혀서도 안 되며 평화를 위해 일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동선에 입각해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의 귀함을 근거로, 나와 다른 집단도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박 신부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는 이 공동의 선을 넘어서 보편의 선, 거의 우주 차원의 선을 말하는데, 그 안에는 역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그동안 축적돼 온 경험이 다른 집단조차도 공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존엄의 내용을 확장하면서 원수를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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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8-0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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