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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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제4회 국제학술대회 - ‘끝나지 않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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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은 발발 후 7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남겨져 있으며 현재 남북한은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다. 이에 대한 원인과 극복방안, 그리고 교회 역할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장이 펼쳐졌다.

의정부교구가 주최하고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신부)와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강주석 신부)가 주관한 제4회 국제학술대회가 11월 12일 파주 홍원연수원에서 열렸다. 가톨릭신문(사장 김문상 신부), 가톨릭평화방송(사장 조정래 신부)이 후원한 이번 학술대회는 ‘끝나지 않은 전쟁’을 주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혼합 방식으로 진행됐다. 나라와 종교를 초월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담론을 펼친 국제학술대회를 들여다 본다.



■ 회심과 용서를 위한 노력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은 이 시점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남은 것은 기도와 회심입니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는 기조강연에서 한국전쟁이 한국사회와 교회에 가져온 상처를 설명하며, 이를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는 길은 회심과 용서라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가장 먼저 아픔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악의 실재인 전쟁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전쟁이 가져온 악은 서로에 대한 적대적 마음입니다. 전쟁 중에 발생한 죽음, 약탈 등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체험들은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후손들에게까지 재생산됐습니다.”

이어 교회 역시 전쟁으로 인해 극심한 박해를 경험했고, 그 상처로 인한 적대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적대의식의 내면화는 화해와 평화의 사명을 가진 교회가 입은 가장 큰 피해”라고 밝혔다.

이 주교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들어가는 문이며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매우 어려운 일임을 직시했다. 따라서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끄는 일이 교회 역할임을 제시했다.

이 주교는 “진정한 평화는 오로지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교회는 가르치고 있다”며 “「간추린 사회교리」에서 명시하듯 전쟁의 참혹함 앞에서 용서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러한 고통은 갈등 당사자들 모두의 진실하고 용기 있는 참회를 통해서 없어질 수 있다”고 이끌었다.


■ 참회와 화해

제1회의는 ‘참회와 화해’를 주제로 교회의 반공주의에 대한 성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언이 이어졌다.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강인철(요한 세례자) 교수는 한국전쟁 전후 반공주의적 태도를 보인 교회 모습을 드러냈다.

강 교수에 따르면, 한국전쟁 전후 교회 내에서 ‘공산주의자는 박해자’라는 도식이 고착화됐고 교회의 반공주의적 성격은 1980년대까지 유지됐다. 강 교수는 “상대를 악마화하거나 비인간화하는 과도한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고 생산적인 대화와 공존을 기꺼이 허용하는 비판이 있어야 한다”며 “교회 안에 잠복한 반공주의 불씨들을 지혜롭게 관리하면서,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가톨릭 평화운동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교수(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한국학센터장)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위해 북한을 먼저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쿠르바노프 교수는 “한국전쟁은 단순히 종전선언을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분류하는 국제사회의 많은 국가들과 북한 간 대립이 끝나야만 한국전쟁 종전을 명기한 국제 문서에 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문화 및 역사적 성격을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고, 대화와 협상이 가능한 상대로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제2회의에서는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방안들을 모색했다.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일본 도쿄대학 사회과학연구소)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이루기 위해서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한국전쟁과 관련된 모든 나라가 공통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루키 교수는 “식민지 지배국이었던 일본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하며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전쟁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반성과 사죄의 정신으로 전쟁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무력통일을 시도하다 실패해 큰 비극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남북 모두가 인정하고 반성, 사죄하며 다시는 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이삼성 교수는 평화체제 전환의 요건을 설명했다. “평화협정을 평화체제의 결과가 아닌 시작으로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쟁 끝 무렵에 맺어지는 평화협정은 이미 힘으로 결정된 평화의 뒤처리 문서이기 때문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만들어내기 위한 약속 문서로서 평화협정은 당연히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교회의 역할

종합토론에서는 평화를 제대로 중재하지 못한 교회의 과거를 참회하며 전쟁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교회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김선필(베드로) 박사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교회도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교회가 먼저 자기 성찰을 통해 고통스러운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 박문수(프란치스코) 박사 역시 교회가 먼저 용서를 청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질 때 한국전쟁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경선 평화학교’ 대표 정지석 목사는 교회가 가장 앞장서야 할 역할로서 평화교육 운동을 제시했다. 정 목사는 “전쟁의 원한과 증오가 전승되고 있다”며 “이를 종식시키는 것이 바로 평화교육 운동이며, 예수를 따르고 있는 교회는 평화교육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제3국 참가자들도 한국교회 역할을 제시했다.

쿠르바노프 교수는 ‘사랑’을 강조했다. 다른 사람들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계명을 언급하며 “아주 어려운 과제이지만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룩하기 위해 신앙인들은 북한 사람들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참가자들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모았다. 일본 예수회 사회사목센터 야나가와 도모키 연구원은 한반도 분단 원인을 만든 당사국 국민으로서 큰 책임을 지고 있다고 사죄하며 “형제애를 통해 비폭력 대화를 계속 시도할 수 있도록 교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의평화협의회 미츠노부 이치로 신부(예수회) 역시 사죄 뜻을 밝히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말하고 있는 형제애에 입각해 민주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미미한 일본 교회지만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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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11-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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