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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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신임 춘천교구장 주교] 삶과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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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사람. 하느님 안에서 늘 기쁜 삶을 살고자 했던 사제. 연민에 가득 찬 마음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던 사제가 이제 교구장으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80여 년 춘천교구 역사 안에서 처음으로 교구 출신 교구장으로 임명된 김주영 주교의 신앙 발자취를 따라 본다.



■ 무명 순교자 집안에서

“저는 하느님 앞에 큰 죄인이고 교회의 부덕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이 큰 직무를 맡게 됐으니 먼저 여러분들의 기도와 축복을 청합니다.”

제8대 춘천교구장으로 임명된 김주영 주교가 임명 소감에서 가장 먼저 고백한 말이다.

마치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교황으로서의 첫 축복(Urbi et Orbi)을 베풀기 전, 하느님 백성에게 자신을 위한 축복을 청한 모습이 연상된다.

이렇듯 김 주교가 보인 겸손한 모습은 선조부터 이어온 신앙에 기반한다. 김 주교의 선조들은 천주교 박해시대 때 박해를 피하다 형성된 구 교우촌인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왕림리(김 주교 출생지)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김 주교 5대 선조는 박해시대 때 옹기를 팔다 실종됐다. 교회에서 밝혀지지 않은 무명 순교자인 것이다. 김 주교의 어린 시절 신앙생활은 이곳에서 선조들 영향을 받으며 형성됐다.

김 주교 부모는 무명 순교자 집안이라는 신원을 잊지 않고 1남 1녀 중 장남인 김 주교에게 어린 시절부터 신앙을 최우선 가치로 삼도록 가르쳤다. 한때 신학교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고 전해지는 김 주교의 아버지는 신앙생활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늘 세상 일보다 우선시해 왔다.

김 주교 할머니 역시 매일같이 묵주기도를 바치며 자녀들을 위해 헌신했다. 선종하기 10년 전부터는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바쁜 자녀를 대신해 밥도 지어 주고 신앙적인 얘기도 나눴다. 김 주교는 우스갯소리로 “어린 시절 성당을 빼먹으면 할머니께서 밥을 주지 않아 성당을 열심히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늘 기도하는 할머니 모습이 성소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모의 맞벌이 때문에 동생 손을 꼭 붙잡고 성당을 다녔던 김 주교는 어느 날 동생과 장난을 치다가 30분 정도 미사에 지각하고 말았다. 그때가 신부님이 거양성체를 하던 때였다. 그 순간 김 주교는 ‘거룩하다’는 강한 이끌림에 사제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후로 복사를 서면서 자연스레 성소의 꿈을 키웠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 아들로서, 형으로서

신학생 시절 김 주교는 모범적인 신앙생활과 우수한 성적으로 타의 모범이 됐다. 김 주교와 같은 춘천 효자동본당 출신인 김학배 신부(교구 사회사목국장)는 “당시 효자동 출신 신학생 9명 중 김 주교가 막내였지만, 한 번도 정도를 어긋나지 않으면서 기쁘고 올바른 생활을 했다”고 회고했다.

김 주교는 춘천교구 사제단에서 중간인 허리 위치에 속한다. 위아래 모두 아울러야 하는 위치에 있는 김 주교는 원로 사제들에게는 아들 같은, 후배 사제들에게는 따뜻한 형 같은 존재다.

김 주교 동기 김동훈 신부(춘천 애막골본당 주임)는 “김 주교는 놀라울 정도로 원로 사제들에게 아들처럼 잘 다가가고 그분들도 김 주교를 아들처럼 대한다”며 “또 성소국장을 했기 때문에 후배 사제들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후배들이 있는 자리면 언제든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선배들에게는 인정받는 후배이고, 후배들에게는 존경받는 선배다”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교구 교회사연구소에서 함께 지낸 신정호 신부(교구 교회사연구소 부소장)도 “김 주교는 힘들어하는 사제들이 있으면 선배든 후배든 직접 찾아가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도록 편안하게 이야기를 잘 들어 준다”면서 “많은 선후배 사제들의 귀감이 됐다”고 밝혔다.






■ 기쁘고 가난한 삶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1테살 5,16-18)

김 주교의 사제서품 성구다. 김 주교는 신학교에서 성서40주간을 하던 중 이 대목에서 자꾸 마음이 끌려 힘들어도 기쁘게 또 늘 기도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는 의미로 정했다. 그 기쁨의 이면에는 스스로 가난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삶,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자리하고 있다.

정 많고 눈물 많기로 소문난 김 주교는 스스로에게는 엄격한 가난을 실천하면서 어려운 이웃에게는 아낌없이 나눴다.

김동훈 신부는 “김 주교는 축일이나 행사 때 자신에게 봉투를 누가 주거나 하면 다 돌려보내면서 본인이 받은 선물이나 옷들은 모두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 준다”며 “정말 가난을 사는 사람이다”라고 증언했다.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임용순(그레고리오) 회장은 “혹시라도 비싼 밥을 먹자고 하면 야단치곤 했다”며 “본인은 검소하게 살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영적, 물적으로 아낌없이 베풀었다”고 회상했다.

교구 여성연합회 김미영(베네딕타) 회장 역시 “여성연합회 차원에서 옷을 한 벌 해 드리려고 했더니, 사제가 무슨 좋은 옷이 필요하냐며 오로지 기도만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모습이 기억난다”면서 “굉장히 청빈한 삶을 사는 사제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올해 2월부터 교구 사목국장을 맡으면서도 나눔에 있어서 남달랐다. 사목국으로 도움을 청하는 이들이 찾아오면 그냥 보내는 일이 없었다. 교구 사목국 담당 이경화 수녀(예수의 까리타스 수녀회)는 “김 주교는 어려운 이들이 오면 절대 그냥 보내지 말고 조금의 여비라도 챙겨 주라고 하면서 소액의 현금을 사무실에 뒀다”며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굉장히 큰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 사목국에서 발행하는 책자를 발송하다 몸이 안 좋아 그만둔 택배기사 주소를 수소문해서 인삼과 홍삼을 보낸 일화도 전했다.

스스로에게는 검소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나눴던 정 많던 사제가 이제 춘천교구장으로서 더 낮은 모습으로 교구민들에게 다가간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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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11-2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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