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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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29·끝) 교구 시노드와 시노달리타스 - (하) 시노달리타스라는 교회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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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와 가톨릭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6월 28~29일에 걸쳐 ‘주교회의 총회’에서 선출된 대표 옥현진(시몬) 대주교를 중심으로 한국교회의 시노드 단계 결과를 정리했다.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남녀 수도자 대표(2명)와 평신도 대표(4명), 성직자 등 총 26명이 참여하여, 또 한 번 각 교구의 결과들을 가지고 경청과 나눔 그리고 식별의 과정을 거쳐 총체적 종합을 이루어 냈다. 그 결과는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를 거쳐 2022년 8월 말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국에 제출되었다. 또한 이 제출 결과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의 시노드 과정을 거쳐 다시 교황청으로 수렴되어 세계주교시노드 본회의에서 다시 다루어진다.

희망적인 전망과 의의도 있었다. 신앙과 교회의 삶에 대해 그전에는 형식적으로라도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한 적이 없었는데, 이런 부분이 좋았다는 의견도 많았고, 함께 나눈 내용들이 교황님께 직접 전달된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기쁨도 있었다. 신자들은 함께 걷는 교회의 길, 시노드 혹은 시노달리타스 모임을 진행하면서 이것이 단순한 일회성 행사나 사건이 아니라 교회의 일상이 되기를 희망했다.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가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고 함께 성령 즉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기 위해 기도하는 모습에서 초대교회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시아 대륙회의를 위한 한국교회의 종합의견서는 다음과 같이 교회 쇄신을 위해 세 가지 문제의식도 제시했다.


교회 쇄신의 길로서의 성직주의 극복

교회의 체험과 구체적 현실에서 가장 강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은 바로 성직주의다. 성직주의는 두 개의 층위로 구성되는데, 그것은 신자들의 성직자 의존성과 왜곡된 권위주의다. 두 가지 다 하느님 체험의 부재 결과로서 교회적 친교에 준거한 ‘함께 가는 길’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런 잘못된 성직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양성, 제도, 문화적 측면에서의 개선과 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먼저 양성은 일반신자와 성직자 모두 필요하다. 성직주의는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다. 따라서 신앙 감각 안에서 성령의 뜻을 식별하고 교회의 사명을 깨달으며 더불어 그 안에서 고유한 책임과 수행 의무가 있음을 배워가야 한다. 양성은 개인의 주체적 노력과 공동체적인 차원에서의 공동양성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시노달리타스 교회를 만들어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 성직주의의 개선을 위해서도 평신도들의 양성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결국 평신도들은 자기 양성이라는 의식을 갖고 교회 생활에 임해야 한다. 그럼에도 평신도들이 양성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된 것은 이번 시노드의 큰 성과이자 희망으로 간주 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제도적 개선이다.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대한 캠페인과 운동만으로 교회 쇄신이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인간은 사회구조와 제도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이 양성은 힘이 약한 사람이 자신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안에서 끌어내고 외부에서 즉 교구와 제도 차원에서 힘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시노달리타스 정신은 본당과 교구의 사목 평의회와 사제 평의회, 재무 평의회 등 크고 작은 교회 내 공동체 안에서 신자와 사목자가 교회의 진정한 동반자로 여기며 공동 책임과 공동 사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고안과 확산의 필요성이 공감되고 있다.

세 번째로 문화다. 문화는 제도를 포괄하는 생각과 행위의 규범 영역이다. 규범 영역이란 한 집단에서 특정 사고, 가치, 행동이 공동체 내에서 보편적이고 올바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합의다. 잘못된 성직주의의 행동과 사고 형태가 과거에는 일정 부분 규범 영역 내에서 용인되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교회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며 의견을 묻고 경청하여 결정해 나가는 문화는 나아가 일상생활은 물론 교회 내에서 필요한 문화적 양식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확산을 위해 시노달리타스 교회로 진력해 나가는 문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때, 교회는 세상의 빛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빈곤한 시대에 풍요로움을 주는 교회

한국 사회와 교회는 빈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먼저 이 시대는 영성의 빈곤함을 겪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짧은 기간 압축적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지만, 정서적 영적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두 번째 빈곤은 복음적 청빈이 증거되지 못하고 있다. 교회의 전 구성원들이 개인주의, 물질주의에 준거한 소비주의에 빠져있다. 신앙생활도 개인의 소비, 즉 세속화로 인한 종교의 시장화로 다양한 종교제품 중 하나의 소비재로 몰리고 있다. 세 번째는 교회 안의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환대의 빈곤이다. 교회 내의 가난한 이들, 노인, 여성에 대한 차별 문화가 존재한다. 교회는 세상의 상처와 연결되어 있는데, 세상은 물론 교회로부터도 소외당하고 배제되는 경험을 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교회가 하느님의 친교 공동체라는 자의식을 무색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중산층 교회가 된다는 것은 교회가 얼마나 세속화되었는지에 대한 척도가 된다. 교회 안의 약자를 위한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 그들의 소리를 듣고 복음의 정신으로 환대해야 한다. 특히 실생활에서 이혼 후 재혼한 교회법적 혼인 장애에 속한 신자들과 성소수자들은 교회 내의 차별 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지기에 각별한 돌봄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눈길을 끌고 있다.


민주주의 세계에 진짜 민주주의의 빛을 주다

이번 세계주교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만큼 절박한 교회의 현실과 미래 복음화에 대한 길을 열어야 하는 사명을 담지한다. 이번 시노드는 적어도 민주주의가 보편적 제도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의 눈으로도, 교회 역사상 최초로 모든 지역의 개별교회로부터 점층적으로 의견과 동의를 거쳐 주교단과 교황에게 이르기까지 유기적인 절차와 합리적 소통의 형식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결정은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다시 위에서 아래로 의견과 동의가 내려가는 순환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자유 민주주의 공동체에서도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민주주의는 자유롭지만, 다양한 개인의 욕망이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펼쳐지기에 현실의 민주주의 사회는 홉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대의 많은 정치학자들은 어떻게 다양한 개별 욕망이 모여 질서와 안정을 이룰 수 있을까를 연구한다. 학자들은 관용의 규범과 도덕적 질서를 위한 공적 장치 마련이라는 추상적이고 이루어지지 않는 대안들만 내놓는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시노달리타스 교회의 길이 자랑스럽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민주주의 세상의 폭력과 불화에 대해 우리의 시노달리타스 교회가 올바른 영감과 빛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금까지 기획을 함께 진행해 주신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와 필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최영균 시몬 신부(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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