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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 바다이음길’에서 한국 그리스도교의 처음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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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중구 개항장(開港場) 거리에는 일대의 다양한 역사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역사문화 순례길’이 조성돼 있다. 특히 ‘1885 바다이음길’은 1885년부터 바다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그리스도교 선교사에 의해 형성된 ‘한국 그리스도교 최초’의 종교 문화 자원을 연결하는 탐방로다. 천주교 첫 선교 수녀 도착지, 한국 최초의 성공회 성당과 감리교회, 인천의 첫 성당인 답동주교좌성당 등이 자리하고 있다. 갈라진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바라며 기도하는 일치주간, 그리스도교 형제교회의 최초와 선교사를 만날 수 있는 2.6㎞ 바다이음길을 걸었다.


바다이음길은 인천 중부경찰서 앞 ‘첫 선교 수녀 도착지 기념비’에서 시작한다. 1883년 인천 개항 후 5년이 지난 1888년 7월 22일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수녀 4명(프랑스인 2명, 중국인 2명)이 이곳 제물포항에 도착함으로써 ‘순교의 땅’ 조선에서 처음으로 수도 생활이 시작된 것을 기념하는 자리다. 조각가 최종태(요셉) 교수의 작품에는 선교 수녀들이 배에서 내리는 장면을 표현한 청동 부조와 제1대 원장 자카리아 수녀의 여행일기에 적혀있던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기도문이 새겨져 있다. 기념비에서 불과 200여m만 걸으면 1885년 인천에 첫발을 디딘 개신교 선교사들의 선교정신을 기린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기념탑에서 큰 길을 건너면 개항장 누리길이다. 초입에는 인천교구 제물진두순교성지와 차이나타운의 화교들을 위해 1966년에 세워진 해안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 일대는 개항 당시 일본과 중국의 조계지(租界地, 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리도록 설정한 구역) 자리다. 열강의 각축장이라는 아픈 역사 한편으로 지붕 없는 근대 역사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볼거리가 풍성하다. 자장면의 원조인 차이나타운도 바로 곁이다.


우리나라 최초 서양식호텔의 역사를 담은 대불호텔 전시관과 인천근대박물관, 신포국제시장거리, 백범 김구 동상을 지나 응봉산 중턱으로의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면 중세 유럽의 건물이 연상되는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대한성공회 인천내동교회다. 1890년 영국성공회 선교사 고요한(Charles John Corfe) 주교는 이곳에 한국 최초의 성공회 성당을 세운다. 미국에서 온 의료선교사 랜디스(Eli Barr Landis) 박사가 세운 인천 최초의 현대식 병원 ‘성 누가병원’도 함께 들어섰다. 현재 성당은 1956년에 지은 것이다. 6·25전쟁 직후 영국 참전용사와 유가족 등의 성금으로 당시 파괴된 성 누가병원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현재의 건물을 지었다. 마당 화단에는 ‘영국병원’(英國病院)이라고 새겨진 표지석, ‘의학박사 랜디스 기념비’, 고요한 주교와 랜디스 박사의 흉상이 나란히 놓여 있다.

인천내동교회에서 언덕을 내려오면 한국 최초의 감리교회인 인천내리교회가 있다. 미국 감리교 선교부의 아펜젤러(Henry G. Appenzeller)가 1885년에 제물포로 들어와 설립했다. 현재의 교회 건물은 설립 100주년인 1985년에 새로 지어졌다. 교회 입구에는 아펜젤러와 2대 목사 조지 헤버 존슨(George H. Jones), 김기범 목사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김기범 목사는 한국 감리교는 물론 한국 개신교를 통틀어서 최초의 목사다. 인천 최초의 서구식 개신교 예배당인 제물포 웨슬리 예배당을 복원한 건물도 교회 옆에 자리하고 있다.


바다이음길의 2.6㎞ 여정은 인천 답동주교좌성당에서 끝을 맺는다. 내리감리교회 정문에서 큰 길을 건너 인천항 제1부두쪽으로 5분 정도 걸으면 언덕 위로 아름다운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답동성당은 인천 최초의 천주교 성당이다. 1889년 파리 외방 전교회 빌렘(J. Wilhelm) 신부가 초대 신부로 부임하면서 답동 언덕에 성당의 초석을 놓는 정초식을 열었다. 이후 코스트(E. Coste) 신부의 설계로 1897년 고딕 양식의 건물을 세웠다. 현재 성당은 1937년 기존 건물의 외곽을 벽돌로 쌓아 올리는 개축공사를 완공하며 아치 형태가 많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변형된 것이다. 정면 3개의 종탑은 건물의 수직적 상승감을 더욱 높인다. 국내 성당 중 가장 오래된 서양식 근대 건축물 중 하나로 문화재청이 지정한 국가 문화재 사적 제287호다. 성당 옆으로는 옛 주교관을 개조해 2021년에 문을 연 인천교구 역사관도 들어서 있다. 역사관에는 조계지에 살던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답동성당에서 세례 받은 성사대장도 전시돼 있다.

성당 마당에 서니 동인천 응봉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반나절 바다이음길을 걸으며 찾은 내동교회와 내리교회의 십자가도 주택 지붕들 사이로 보인다. 낯선 땅 조선 제물포에 첫발을 디딘 외국인 신부와 수녀, 목사와 의사의 헌신과 선교의 열정이 스민 성당과 교회가 139년 개항 역사와 어우러져 자리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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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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