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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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유동본당 청년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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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유동본당(주임 장광재 요아킴 신부)에는 주말이면 청년 작가들의 공방이 열린다. 토요일 어린이 미사와 토요일 저녁 주일미사 전후, 주일 오전 9~12시, 오후 3~6시에 열리는 공방에는 마크라메(서양 매듭 공예), 원석 묵주, 손그림과 향초 등 청년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 판매된다.

본당 청년공방(대표 작가 최은호 마르첼리노)은 청소년 때부터 본당에서 알고 지내던 청년 작가들이 모여 결성했다. 청년들은 공방이 생기기 전인 2021년 7~9월 크라우드펀딩으로 묵주 팔찌, 묵주 파우치를 판매해 코로나19 백신 부족 국가에 순수익 100를 기부하는 ‘교황님과 함께하는 백신나눔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부주임 진슬기 신부(토마스 데 아퀴노·주교좌명동본당 부주임) 등 본당 관계자들은 다른 공동체보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자며 2022년 코로나19로 비게 된 성당 우리농 매장 공간을 청년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내줬다.

공간이 마련되자 함께 활동할 수 있을지 묻는 청년 작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청년 작가라면 누구나 본인이 만드는 작품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마르첼리노의 다락방’을 운영하는 최은호 대표 작가는 “본당이 마련해준 공간에서 작품도 선보이고 판매도 가능해 작가들이 성물방 업체들에 작품을 위탁 판매할 일이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 마크라메’라고, 악세사리를 만드는 얇은 실로 묵주 등 소품을 만든다”고 자신을 소개한 노태식(라이문도) 작가는 “핸드메이드처럼 손수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은 온라인이 아니면 더더욱 누군가에게 작품을 보여줄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주일 미사에 참례하러 왔는데 성당에 활동 공간이 주어지고 뭔가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청년 작가들에게 희망이 된다”고 덧붙였다.

성당에 활동 공간이 마련되니 작가들의 작품 영감도 탄력을 받았다. 노 작가는 “일상의 녹아드는 성물을 만들자”는 영감으로 고리 묵주를 만들었다. 1단 묵주 끝에 고리를 달아 가방에 걸어도 예쁜 고리 묵주는 대중교통에서 기도하는 신자들이 묵주를 찾느라 가방을 뒤적이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깃들어 있다.

성모님의 장미에 영감을 받은 한 작가가 “손목에 꽃다발을 만들어 드린다”는 발상으로 조그만 원석 비즈들을 엮어 만드는 묵주 팔찌는 공방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재능만으로는 살기 어려운 시대, 작품 고민보다 내일 하루 고민이 더 큰 청년 작가들은 활동을 포기하는 일이 많다. 깊이 있는 작품을 위해서는 작품 활동이 계속될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청년공방 작가들은 팔린 작품 가격의 10를 운영비로, 운영 후 남은 돈은 자발적으로 성당에 봉헌한다. 지난해 대림 3주에는 작가들이 100만 원을 모아 성당 건축 후원금으로 봉헌했다.

작가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더 큰 나눔으로 나아가는 건 자기 탈렌트를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진심 때문이다. 지난해 4월과 12월에는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부활·성탄 프리마켓에 참여했다. 성탄에는 입양 아동들을 위한 기부금을 마련하고자 동방 박사와 구유를 형상화한 나무 인형을 함께 제작했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기부금은커녕 적자가 나지만 주저하지 않는다. 나눔은 신자라면 숨 쉬는 일처럼 당연할뿐더러, 작품 활동에 “내 작품을 나눈다”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각자 자기 작업에 시간을 쏟기에도 바쁘지만 청년 작가들이 매주 한 번씩 당번을 서기 위해 기쁘게 공방으로 향하는 이유는 청년공방이 서로 배울 수 있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손그림 작가 이유지(카리타스) 작가는 “혼자 작업실에 있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고, 동료 전문가들 말을 통해 작품에서 개선할 점들을 들을 수 있어 작품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묵주 팔찌를 만드는 이미영(오틸리아)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는 동료 작가들의 태도와 자세를 배울 수 있어 작업에만 집중하느라 몰랐던 열정을 얻어가는 것도 기쁨”이라고 전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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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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