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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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유치원들 문 닫을 때 성모유치원은 학급 늘렸다

[우리 가운데 계시도다 ] ‘몬테소리 평화교육’ 실시하는 대구 성모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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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모유치원 윤경희 원장 수녀가 아이들과 함께 사랑의 그물망 놀이를 하고 있다.

부모들 사이의 입소문 
코로나19 때 운영에 어려움 있었으나 
‘특별한 인성 교육’ 소문, 입학 전화 늘어 


1년간 연구 개발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 
사랑과 지혜 실천하는 아이로 교육
지역 신문에 보도, 부모들 만족도 높아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는 ‘평화의 리더’가 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칩니다. 아이들은 유치원에 오면 오늘은 어떤 사랑을 실천할지 정합니다. 친구에게 따듯하게 이야기하기, 화장실 혹은 신발 정리하기 등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로요. 집에 가기 전에 사랑 실천을 잘했는지 평가를 합니다.”(윤경희 원장 수녀)

대구 중구 남산로4길. 예수성심시녀회가 운영하는 성모유치원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정겹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눈다. 고사리손으로 만든 아기자기한 미술 작품들도 진열돼있다. 복도 벽에는 몬테소리 교육의 창시자인 이탈리아의 교육학자 ‘마리아 몬테소리’ 사진이 걸려있다.

올해 설립 80주년을 맞은 성모유치원도 다른 유치원처럼 원아 감소의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학급 수를 줄여야 했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유치원에는 활기가 넘친다. 유치원에서 진행하는 특별한 인성교육으로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입학을 희망하는 상담 전화가 늘었다.

몬테소리 교육을 하는 성모유치원은 올해 3년째 ‘몬테소리 평화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예수성심시녀회 몬테소리연구소에서 1년간 연구하고 개발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사랑과 지혜를 실천하는 평화의 리더로 성장하자’는 원훈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때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공동체 안에서 모두 각자의 마음에 있는 ‘사랑의 빛’이 빛나려면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를 몸으로 터득한다. 환경생태 교육도 포함돼 있다.

매주 목요일에는 아침마다 학부모들이 아이들 가슴에 데이지 꽃 배지를 달아준다. 데이지 꽃의 꽃말은 평화다. 부모가 아이에게 “○○야, 사랑의 빛을 받으세요”라고 말하면, 아이는 “사랑의 빛을 주셔서 고맙습니다”하고 대답한다. 등원한 아이들은 서로의 가슴에 달린 꽃 배지를 보면서 ‘사랑의 빛’을 확인한다.

사랑과 지혜를 실천하는 교육 현장이라고 해도 시기와 질투, 다툼이 있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대화로 평화롭게 해결하는 법을 연습시킨다.

 
대구 성모유치원은 ‘사랑과 지혜를 실천하는 평화의 리더로 성장하자’는 원훈을 바탕으로, 평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예수성심시녀회가 운영하는 대구 성모유치원 아이들은 친구와 다투면 함께 마주앉아 평화롭게 대화로 해결하는 법을 배운다. 갈등이 풀린 후에는 “우리는 평화를 선언합니다!”라고 외친다.



“두 친구가 싸우면 ‘평화의 꽃’을 가운데에 두고 앉습니다. 마음이 평화로워질 때까지 서로 이야기를 합니다. 한 예로, ‘내가 블록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네가 나를 쳐서 블록이 다 망가져 버렸어. 그래서 내가 화가 나서 때렸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친구가 말하겠죠. ‘나는 일부러 친 게 아닌데 네가 나를 때려서 기분이 나빴어’라고 말해요. 선생님이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너희 마음이 평화로워질까?’”(윤경희 수녀)

아이들은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하면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대답한다. 아이들은 사과한 후 함께 ‘평화의 꽃’을 꽃병에 꽂으며 외친다. “우리는 평화를 선언합니다!”

몬테소리 평화교육을 시작하면서 유치원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아이들은 집에서도 형제자매들과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는 모습을 보인다. 엄마들은 놀이터에서 만나면 성모유치원의 평화교육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다. 지역 신문에 보도까지 됐다.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언어가 긍정적으로 변했다. 교사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지식은 쉽게 얻을 수 있는데, 내 마음이 안 좋을 때에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모른다면 어떨까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에 삶을 기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내 몫입니다.”

윤경희(안나 프란치스) 원장 수녀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지식을 다 얻을 수 있는 AI 시대”라며 “0세에서 7세 사이에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평화를 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뭘까?’ 물으면 아이들은 ‘웃는 거’라고 이야기해요.” 윤 수녀는 “이 시대에 평화교육은 절실하고, 이 시기의 인성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모유치원은 3월 114명의 아이들이 입학할 예정이다. 6학급으로 운영해오다 원아가 감소하면서 4, 5학급으로 줄여 운영했지만, 올해 다시 6학급으로 늘렸다. 1945년 1회 졸업생을 배출한 성모유치원은 올해 설립 80주년을 맞는다.




한국천주교여자장상연합회 유아교육분과위원회 회장 유연숙(세시리아) 수녀
 
한국천주교여자장상연합회 유아교육분과장 유연숙(세시리아) 수녀는 “유아 복음화와 선교를 위해서는 가톨릭 유아교육기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가톨릭 유아교육기관은 전성기였죠. 사회에서 가톨릭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았고, 세상을 거슬러 사는 수도자들이 아이들에 대한 전폭적인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인식이 강했으니까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20년 넘게 몸담은 장상연합회 유아교육분과위원회 회장 유연숙(세시리아, 예수성심시녀회, 대구 요한 바오로 2세 어린이집 원장) 수녀는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폐원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내비쳤다.

“저출생 시대에 원아 감소는 막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러나 ‘유아 복음화’와 ‘선교’를 위해서는 가톨릭 유아교육기관이 있어야 합니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지만, 국공립 단설 유치원은 계속 짓고 있잖아요.”

2023년 현재, 여자장상연합회 유아교육분과위원회가 집계한 가톨릭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전국에 212개. 2018년에만 해도 303개였다. 5년 사이 91개 기관이 문을 닫았다.

유 수녀는 “교회는 가톨릭 유아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는 가톨릭 신자 부모들이 자녀의 신앙교육에 관심이 약한 점도 안타까워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그리스도교의 가치관 안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부모 스스로 신앙이 약하다 보니 자녀의 신앙교육에 대한 필요성도 덜 느끼는 겁니다.”

유 수녀는 2000년대 초 가톨릭 유아교육기관에 대한 지지와 신뢰가 높았던 시절, “‘성당 유치원’을 졸업한 초등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칭찬하는 뉴스도 방영됐다”며 “당시 ‘학교 선생님들이 많이 보내는 유치원’으로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성당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면 냉담하는 부모가 냉담을 풀고, 비신자 부모도 가톨릭 신자가 되는 선교 역할도 톡톡히 했다”고 덧붙였다.

유 수녀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전국의 유아교육에 종사하는 수녀님 300여 명이 모였다”면서 “새 수녀님들이 거의 없고, 활동하고 계시는 수녀님들의 나이 든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했다”고 털어놨다. 수녀들은 고령화되어 가는데, 이들의 자리를 이어갈 젊은 수도자도 부족하다. 수도원 문을 두드리는 성소자들 또한 줄어든 탓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2014년도에 확연히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당시 10년 후에는 출산율이 한국에서 굉장히 문제가 될 거라고 했지만, 체감을 못 했죠. 이제는 적은 수의 아이들이라도 유아 복음화라는 사명을 갖고, 부모들의 요구도 수용하면서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유 수녀는 각 교구장 주교들의 관심도 거듭 요청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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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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