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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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의 협력은 과학관 발전의 토대…성당·절·교회 어디든 찾아 갑니다”

[이상도 선임기자의 톡(talk)터뷰]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김외철(베드로)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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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국립해양과학관 김외철 관장이 활짝 웃고 있다.


본지는 심층 인터뷰 코너 ‘이상도 선임기자의 톡(talk)터뷰’를 시작한다. 톡터뷰는 가톨릭 신앙 속에 사는 국내 인사, 또는 가톨릭교회가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인물을 때마다 만나 그들의 삶과 일, 인생관, 신앙 이야기를 생생히 전하고자 한다. 첫 인물로 성당 등 종교 기관과 협력을 통해 국가와 지역 발전을 꾀하고 있는 경북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김외철(베드로) 관장을 만났다.


과학관 상징 고래인 이유
고래 몸속에서 나오는 쓰레기
기후 위기 심각성 알리는 역할

권위 내려놓고 홍보 앞장
식당·카페 등서 직접 명함 건네
버스 정류장 안내 표지도 바꿔

환경 실천가
텀블러와 손수건 쓰고
30분 거리 걸어서 출퇴근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
‘너희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성당 등 종교시설을 찾는 이유

올해 초 기사 하나가 눈길을 확 끌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과학관 김외철 관장이 울진군청·노인회 등 군내 각종 단체는 물론, 성당과 교회·절·향교를 방문해 과학관을 찾아달라고 홍보한다는 내용이었다. 국가기관의 수장이 정부나 국회는 물론, 종교기관까지 넘나들며 만나는 열정이 궁금했다.

경북 울진은 아직 고속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전국에서 얼마 남지 않은 외진 곳으로, 서울에서 약 4시간 걸린다. 울진군 죽변면 국립해양과학관에 도착한 건 오후 3시 무렵. 1층 관장실에 갔지만, 정작 주인은 자리에 없었다. 관장의 업무를 돕는 비서는 “‘불영사’ 최고 어른인 회주 일운 스님을 만나러 갔다”고 귀띔했다.

불영사는 신라 시대 진덕여왕 5년(651년)에 의상 대사가 세운 천년 고찰로, 울진을 대표하는 절이다. 10여 분 후 도착한 김 관장은 선물로 받은 강정을 내놓으며 “회주 스님이 불자들과 함께 과학관을 방문하기로 약속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종교와의 협력은 과학관 발전의 토대”라고 말했다.

“알다시피 종교가 있는 사람들에게 종교생활은 ‘일상’입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인데요, 성당에 가면 교우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관장으로 부임해 처음 이곳에 와서 성당·절·교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니까 일부 직원들은 한편으로 의아한 눈길을 보내더군요. 하지만 성당과 절·교회는 지역 여론에 큰 영향을 주는 곳이기에, 제가 가면 국립해양과학관이 그들에게도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고, 그러면 그분들이 우리 기관을 방문하게 될 겁니다.”

김 관장은 “과학관 고객에 사각지대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우리의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틀에 박힌 관념을 흔들고(Shake), 배우며(Study), 국민을 섬기는(Serve) ‘3S 정신’이 필요합니다.”
 

울진 국립해양과학관을 방문한 불영사 회주 일운 스님과 함께한 김외철 관장. 국립해양관의 상징인 고래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했다.

 

 


과학관 상징 고래, 해양오염 심각성 전달

국립해양과학관은 국내 유일의 해양과학 전문 교육·전시·체험 기관이다. 2020년 7월 31일 개관했다. 경북 울진에서 국가가 운영하는 유일한 중앙공공기관이다. 축구장 11개를 합쳐놓은 넓은 면적에 10개의 전시실, 393m에 이르는 국내 최장 해상 통로를 지나 바닷속 세상을 만나는 해중전망대, 다양한 심해어류 조형물을 전시한 잔디 광장, 어린이 놀이시설이 있는 해맞이공원 등을 갖추고 있다.

국립해양과학관의 상징은 고래다. 방문객이 처음 도착하는 본관 앞에는 고래의 머리와 몸통뼈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전시실에는 우리 바다에서 잡힌 고래의 뼈가, 파도소리놀이터에는 고래를 응용한 놀이시설이 갖춰져 있다. 관장실 포토존 배경도 고래다. 온 가족이 국립해양과학관을 방문하면 자연을 이해하고, 나아가 아이들이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다. 김 관장은 “고래는 해양 생태계의 최상위 동물로 생태계 보호 및 기후 위기 심각성을 알리는 일등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전시관에는 각 대륙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해류를 타고 모여들어 거대한 쓰레기 지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전시돼 있습니다. 고래는 지구 상에서 가장 큰 동물로, 해양생태계 최상위에 있습니다. 그런데 고래 몸속에서 해양 쓰레기가 나옵니다. 고래를 통해 아이들에게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몸속에 저장하는 고래는 기후 변화를 크게 완화시킬 수 있는 자연의 도우미 역할을 한다는 걸 아는 이들은 많지 않죠. 제가 곳곳을 다니며 저희 기관을 알리는 것도 모두 자연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한 것이죠.”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본관 앞 고래 모형. 국립해양과학관의 상징은 고래다. 고래는 해양생태계의 최상위 동물로 해양오염은 물론 기후변화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립해양과학관 제공


과학관은 지역사회와 ONE-TEAM(한 팀)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과학관은 그간 울진에 사는 지역민들에게도 생소했다. 김 관장은 차관급 관장이란 권위를 버리고 과학관 알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가장 먼저 해양과학관이 있는 ‘울진 알리기’에 착수했다. 먼저 국립해양박물관 앞에 울진이라는 지역명을 넣어 ‘울진 국립해양박물관’이라 표기했다. 이어 ‘울진’이 들어간 과학관 점퍼를 만들고 명함을 제작했다. 또 울진군에 부탁해 버스 정류장 안내 표지도 바꿨다.

그 후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기자가 찾은 날도 김 관장은 죽변항 근처 식당과 카페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명함을 건넸다. “취임 후 제가 사는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과학관에 꼭 한 번 놀러 오시라고 제일 먼저 명함을 쭉 드렸습니다. 미장원·이발소 문도 두드리며 다녔죠. 얼마 전 동해지구 성당 9곳이 모이는 지구모임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명함 드리며 방문을 요청했죠. 우리 바다, 우리 자연 보러 오시라고요.”

김 관장은 “해양과학관은 육지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울진에 있다"며 “지역 사회가 외면하면 해양과학관은 ‘울진의 섬’이 될 것”이라면서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울진군은 올해 ‘1000만 관광객 달성’을 군정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해양과학관은 올해 크리스마스 전까지 누적 관람객 100만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 내 다양한 인프라를 융합해 국민들이 만족하고 가실 수 있도록 지역 사회와 ‘ONE-TEAM’ 정신으로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포부는 당차다. “국립이란 이름에 걸맞게 전 국민이 찾는 진정한 해양과학관이 돼야 합니다. 임기 3년 동안 지역민들과 소통을 늘리고, 작지만 꾸준히 변화를 추구하겠습니다. 또 학생들이 더 많이 견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들 중에 진짜 세계적인 해양과학자가 반드시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김 관장은 종이컵 대신 텀블러, 그리고 일회용 휴지를 줄이기 위해 페트병 등 재활용 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든 손수건을 사용한다

 


일회용품 줄이기? 신앙과 생활

김 관장은 환경 실천가다. 종이컵 대신 텀블러, 그리고 일회용 휴지를 줄이기 위해 페트병 등 재활용 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든 손수건을 사용한다. “우리 화장실엔 손 닦는 일회용 휴지가 없습니다. 한 장이든 두 장이든 그게 나오려면 많은 나무가 희생을 당했을 거 아닙니까? 관장실에서 회의할 땐 머그컵이나 텀블러를 사용합니다. ‘우리가 실천하지 않으면서 해양 쓰레기를 말하는 건 위선입니다. 그런 짓은 절대 할 수 없습니다.”

그는 가능한 한 관용차를 타지 않고 걷는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저는 매일 아침 관사에서 해양과학관까지 30여 분을 도보로 출퇴근합니다. 그러면 아주 아름답고 평화로운 ‘죽변공소’를 지나게 되죠. 매일 국민들과 우리 해양과학관 임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기도합니다.”

김 관장의 세례명은 ‘베드로’다. 서울에서는 잠원동본당, 울진에서는 울진본당과 죽변공소에서 신앙생활을 한다. 잠원동 집을 구할 때 유일한 조건이 성당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마태오 복음 23장 11절 “너희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



김외철 관장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기획비서관·정무운영비서관·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다. 경상북도 서울본부장, 한국인공지능협회 상근부회장을 거쳐 2023년 12월 국립해양과학관 2대 관장에 취임했다.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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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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