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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사이야기] (35)마지못해 나선 순례, 주님 함께하셨네

김광덕(도미니코, 서울대교구 신사동 성베드로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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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10일 가톨릭평화방송여행사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25명의 일원으로 우리 부부는 인천국제공항을 출발, 장도에 오릅니다.

이스라엘 성지에서 봉헌하는 매일 미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삶을 가장 생생하게 체험시켜주는 여정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언약된 땅의 영화와 함께, 메마른 광야의 옛이야기들까지 더듬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장소마다 말씀과 성전이 있고 신앙 선조들의 유적이 있고, 이들은 실제로 있었던 고고학적 유물로써 살아 있는 하느님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길을 걸으며, 그에 관련된 성서를 묵상하며, 매일 성지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부부에게는 오래 간직하고 싶은 미사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성지순례의 둘째 날 저녁, 순례단은 갈릴래아 호숫가 잔디밭 의자에 둘러앉아서 한사람씩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드디어 우리 부부 차례가 오자 옆자리의 로사리아가 먼저 “사실 저는 성당에 다니기 싫어요. 그래서 이번 성지순례에도 오기 싫었지만 남편이 하도 원하기에 따라나섰어요”라고 했습니다. 나는 자주 듣는 말이었지만 다른 교우들이 많이 당황했을 것입니다.

특히 순례단의 한 수녀님은 동행하는 지도 신부님과 면담할 것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순례 칠 일째 되는 날, 예수님이 마지막 숨을 거두신 ‘주님 무덤 성당’을 순례하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묻히셨다가 부활하기 전 3일간 계셨던 예수님의 무덤 성당. 빈 무덤 앞에서 순례단은 지도 신부님의 주례로 미사를 봉헌합니다.

은은한 파이프오르간 반주에 맞춰 현지 수사님들이 라틴어로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르고, 라틴어 전례 예식으로 창미사가 진행됩니다. 순례단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마음이 타오른 로사리아도 마침내 회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음날 순례길에서 “그때 왜 눈물을 흘렸던 거야?” 하고 물었더니 생각에 잠겼던 로사리아가 말합니다.

무덤 성당으로 향하는 긴 줄에 서서 세계 각국에서 온 수많은 사람을 보며 ‘내가 뭐 그리 잘 났다고 하느님이 하신 일들을 믿지 못한다고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나는 놀랐습니다. 뜻밖에도 내가 영세 때 가졌던 생각, 즉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수많은 기적에 의문은 있었지만, ‘전 세계의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믿으며, 목숨 바쳐 지켜온 신앙을 내가 뭐라고 따질 수 있겠냐’며 세례를 받았는데, 똑같은 말을 로사리아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천주교 성지 111곳과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마무리하면서 돌아보면 국내 성지순례에서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하느님 은총이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믿음이 생겼고, 이스라엘 성지순례에서는 성경 말씀은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일은 로사리아가 이스라엘 성지 미사에서 하느님 사랑의 기쁨을 체험했다는 것입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움직이는 우주의 질서 속에서, 알고 보면 우리는 매일매일 기적 속에 살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해가 뜨고 달이 뜨고, 풀과 꽃과 나무와 바람과 물소리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기적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하여 고백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임마누엘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다.(마태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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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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