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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 수녀의 중독 치유 일기] (26)“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강복하시며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루카 24,51)

매일 기도 일기를 쓰면서 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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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에게 영향을 받아 종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에도 신앙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주일 미사를 빠지면 벌을 받을 것 같아 행복한 마음보다는 의무적으로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전례 시기마다 다양한 축제와 특별한 기도들은 신비스럽고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경험들이 됐다. 나무 소리가 뻐걱거리는 마룻바닥에 긴 시간을 앉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많은 기도를 바칠 때 지루하기도 했지만, 곁에 앉아서 기도하시는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면 평화롭고 예뻐 보였다. 게다가 성당 정면 벽에 예수님께서 하늘로 올라가는 알록달록 성화를 보면 마치 구름 속에서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더 열심히 기도를 따라 하기도 했었다.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치료 프로그램 중에는 매일 일기 쓰는 과제가 있는데 일기장 마지막에는 하루를 마치면서 기도를 쓰게 한다. 처음에는 “학교 다닐 때도 쓰지 않던 일기를 왜? 매일 어떻게 써요?” “기도문은 못 써요!” 등으로 불만스럽고 부담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종교가 없거나 타 종교 신자일 경우 기도를 쓰는 일은 낯설고 어색할 수 있기에 편안하게 각자가 믿는 신에게 본인의 열망을 쓰면 된다고 설명해 드린다.

처음에는 몇 마디 쓰지 못하거나 매일 똑같은 기도문을 쓰다가 시간이 갈수록 기도 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자신의 단주와 단도박을 청하는 기도에서 가족들을 위한 기도로 점차 바뀌고, 다른 이들을 위한 기도로 점점 확장되는 것을 볼 때 각자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성령을 느끼곤 한다.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강복하시고 하늘을 오르실 때 제자들의 마음을 어떤 기분이었을까? 성경에 보면 하늘로 올라가시는 그분을 제자들은 놀라워하면서 예수님께 경배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즐겁게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내는 모습으로그려진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회복의 여정에서 그분의 힘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지만,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축복하시고 강복하고 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일기와 기도도 부담스러워했던 분들이 종교가 없음에도 자연스럽게 “하느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며 그분께 감사하고 찬미하는 모습들은 제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막연하게 신앙의 중요함을 터득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분께서 하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은 마치 하늘로 올라가시는 예수님의 승천을 바라보는 희망의 눈빛으로 닮아가는 것과 같다.

단주를 열심히 하고 계신 한 분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매일 아침 센터에 나오신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밖 푸른 숲을 바라보면서 마시고는 행복한 모습으로 일터에 나가신다. “선생님 바쁘신데… 안 힘드세요?” 하고 질문하면 늘 한결같은 답을 하신다. “이곳에 오면 힘이 나요. 수녀님들 얼굴, 단주하시는 선생님들, 교육받고 있는 분들, 모두의 얼굴을 보면 힘이 나요. 그분들 얼굴 속에 높으신 분이 계시잖아요? 환한 미소로 오늘도 힘 받고 갑니다.”

이분이야말로 하늘로 올라가는 예수님을 늘 만나고 그 기쁨을 우리와 나누고 있음을 오늘도 체험한다.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상담 : 032-340-7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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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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