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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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피톤치드와 소나무 언덕

김성태 신부(대전교구 솔뫼성지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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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태 신부



해가 긴 여름에는 때늦은 순례자가 많다. 날씨가 무더울수록 저무는 해마저 여간 강하고 성가신 게 아니다. 여름 석양을 피하기에는 숲이 제격이다. 더구나 ‘소나무가 우거진 언덕’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예의 그 소나무 숲에서 순례 온 어느 자매와 마주쳤다. 그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많이 나오니 좋겠다”고 했다.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자매의 행복한 미소와 평화로워 보이는 표정과 숲을 가리키며 만족해하는 분위기로 미루어 보건대, 아마도 피톤치드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기도를 잘하게 해주는 물질인가 보다. 그렇다면 솔뫼는 피톤치드가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밥을 욕심껏 먹은 저녁에 배가 좀 꺼지라고 솔숲을 걸었다. 저물어 가는 성지에 아직도 순례자가 여럿이다. 주머니에서 꺼낸 묵주를 습관처럼 굴려가며 숲을 거의 돌았을 즈음, 한 젊은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숲 안에 있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엄마는 기도책을 반듯하게 펴들고 예수님 앞에 경건하게 서서 기도를 드렸다. 고만고만한 어린아이 둘은 병아리처럼 이리저리 제멋대로 돌아다녔다. 아빠가 바빴다. 입으로는 엄마의 기도와 보조를 맞춰 기도문을 함께 바쳤다. 몸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아이를 하나씩 잡아다가 예수님 앞에 계속 끌어다 놓았다.

서 계신 예수님은 빌라도 같고, 죄도 없이 붙잡혀서 그 앞에 끌려 온 아이들이 꼭 예수님 같다. 그 모양이 자꾸 웃음을 자아내더니, 나를 점점 행복하게 만들었다. 기도에 방해가 될까 봐,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레 손을 들어 축복해 주었다.

솔숲 가득 우리를 감싸고 있는 평화로움과 이 충만함의 정체가 무엇일까. ‘아, 그렇지. 이것이 성지에 가득 피어난다는 피톤치드의 정체이겠지.’



대전교구 솔뫼성지 전담 김성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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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8-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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