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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복음] 연중 제30주일 -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로 초대하시는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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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택 신부



예수님을 따르는 ‘참 제자’ 됨의 길에서 넘어야 할 관문은 겸손의 문입니다. 겸손은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도록 인도해주는 덕목입니다. 겸손함은 강자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굽신거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나약하고 부족한 죄인인지 인정하는 것이며, 그럼에도 나를 받아주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창세기에서 요한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성경 곳곳에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죄 많은 존재인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성경을 죄인의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인간의 죄악이 아니라, 그러한 인간을 받아주고 용서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와 사랑이 결국 승리하며, 인간과 세상을 구원한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며,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로 들어서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르며 하느님의 자녀, 고귀한 인격으로 자기 자신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과 만나며 그러한 경험을 한 사람은 자신이 자격이나 권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렇게 된 것임을 고백합니다.

참 제자가 되는 길에서 넘어야 할 유혹 중 하나는 마치 내가 계명을 지키고 선을 행하며 열심히 기도를 올려 하느님 앞에 설 자격이나 권리를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와 같은 모습입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죄인인지 알지 못하며, 율법만으로는 의로움에 이를 수 없다는 것도 알지 못합니다. ‘거룩한 삶’을 사는 그는 겉으로는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가 하느님과 맺는 관계는 왜곡되어 있었고, 그로 인해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 또한 왜곡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의로움이 오직 하느님의 은총으로 거저 주어지는 것이며, 공로나 자격으로 그분께 요구할 수 없는 것임을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는 자신이 부족한 죄인이며 쓸모없는 종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며,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경험하게 합니다.

참 제자 됨의 길에서 빠지기 쉬운 또 다른 유혹은 시련과 실패, 두려움과 비참함 속에서 좌절하고 절망하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종종 삶에 위기가 닥칩니다. 그때마다 그동안 쌓아온 신앙생활이 물거품이 되는 것처럼,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는 것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면 그러한 시련이 모든 사람에게 생기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시련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는 것을 알고 시련 안에서 견디어내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시련은 우리에게 하느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맺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시련은 우리 자신의 나약함과 죄악을 인정하도록, 하느님의 은총만이 그리스도를 통해 나를 구하실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겸손의 덕을 다져줍니다.

나의 신앙이 타인에 대한 단죄나 하느님 은총의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나의 나약함이 신앙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되도록, 나를 비우고 버리는 삶의 길로 주님은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이성과신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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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0-2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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