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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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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 (86)충고는 가슴에 묻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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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일을 하는 동료나 지인에게 '조언'이란걸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일단 멈춰 생각하고 단순히 내가 불편해서 그러는 건지 상대방을 진심으로 위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CNS 자료사진



가끔 그냥 지나쳐도 되는 일인데 입이 근질근질해서 꼭 한마디 할 때가 있다. 나름 점잖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내 생각에는…” 하면서 조언이란 것을 시작한다. 하지만 상대방은 잔소리나 지적질처럼 듣고 있다는 것을 표정만 봐도 안다. 그러다가 말꼬리가 붙잡혀 반격을 당하면 나도 모르게 말허리를 자르고 말 머리를 내 쪽으로 돌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다가 감정만 상한다.

어느 날 C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게 굳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저 감으로 ‘나에게 불만이 있구나’ 싶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아니나다를까 묻기가 무섭게 눈물까지 펑펑 흘리면서 까마득히 잊었던 지난 일을 끄집어내었다. 이게 뭔가 싶어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았다. 언젠가 C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마무리가 되지 않아 조급한 마음에 “안 되면 소통이라도 해주세요”라고 말했던 것 같다. 자기는 나름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마치 아무것도 안 한 사람처럼 책임 추궁을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는 것이다. 나는 그때 당시 안 된 일에 대해 지적을 하면 그의 역량 문제를 건드리는 것 같아서 소통이라도 좀 해주라고 배려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울먹이면서 또 한 가지가 더 있다고 했다. 내용인즉 기관 휴무 중에 그가 근무한 적이 있었다. 혼자 근무하느라 사무실을 비운 채 여기저기 다녔던 것 같다. 사무실에서 계속 전화벨이 울렸고 나는 “아니, 사무실을 비우려면 착신이라도 하고 다녀야지” 하는 판단이 작동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C와 마주쳤다. 그냥 지나칠까 말까 하다가 한마디 던진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는 자기 나름대로 혼자 여기저기 일을 보고 있던 터에 들은 말이라 더 서운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책임자인 나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몹시 상했던 모양이다. 당시 내 기억으로는 그저 단순하게 그가 놓친 것을 기억시켜주고 가볍게 조언을 해준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입장에선 지적을 당한 것 같아 무척 화가 나고 속상했나 보다.

C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조언이나 충고라는 것은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가슴에 묻었어야 했다. 너나 나나 자기 단점을 왜 모르랴. 능력이 안 될 수도 있고 성향일 수도 있고 나름 자기만의 생각과 계획이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사실 조언이나 충고는 내가 편하자고 하는 말인 경우도 참 많다. 그렇지 않은가. 그가 무언가 마무리가 안 되면 도와주면 되고, 전화벨이 울리면 들어가서 받았으면 될 일이었다. 괜한 지적이나 충고는 마음만 상하고 심하면 말싸움이 되고 관계만 소원해진다. 그러니 타인에게 어떤 문제가 보여 조언을 해주고 싶을 때 반드시 나 스스로를 먼저 점검해야겠다. ‘혹시 내가 불편해서? 아니면 진심으로 그를 위해서일까.’

나만 봐도 그렇다. 내가 알고 있는 나만의 문제를 이 나이 되도록 나 자신도 못 고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안 된다. 안 된다’ 하면 더 안 된다. 내게 문제가 있다면 빨리 인정하고 용서를 청하는 용기가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고치려고 애쓰면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을 더 해서 부족한 것을 보완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유쾌한 일인 거 같다.

돌이켜보면 일의 진행이 더딘 C에게 “고생이 많네요. 그 일 마무리 되면 맛있는 차 한잔 합시다”라고 해야 했다. 전화 착신을 안 한 그에게 “고마워요. 다른 사람 다 쉬는데 나와 줘서. 아, 그리고 아까 사무실에서 전화벨이 울려서 내가 받았어요”라고만 했어도 되었다. 그러면 될 일이었다. 너도나도 기분 좋게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성찰하기

1. 그것이 아니다 싶은 판단이 들어 무언가 말하고 싶을 때, 일단 멈춰 생각해요. 내가 그를 진심으로 위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불편한 것인지.

2. 그래도 꼭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먼저 그의 좋은 점을 떠올려 봐요.

3. 그리고 그의 수고에 감사하면서 칭찬을 먼저 해줘요. 어쩌면 충고 없이도 해결될 일인지도 모르니까요.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10-2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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