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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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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 (88)마음의 상처 ‘피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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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 속에 갇히면 자신을 끊임없이 희생자이며 피해자로 만든다. 과거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처준 사람도 상처를 받은 사람도 ‘용서’가 필요하다. CNS 자료사진






누구나 돌아보면 아파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로 상처 없이 성장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만성질환에 고통받으며 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어릴 적 마음의 상처로 평생 마음 앓이를 하고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아파서 아프기도 하지만 억울해서 더 아프기도 하다. ‘왜 나만 유독 아픈 거야’ ‘왜 너희는 나만 가지고 그래’ 하면서 피해의식까지 안고 산다. 그러다가 불평하고 공격적인 행위를 하고 또 그것을 정당화시키려고 해명하느라 에너지가 소진되어 더 아프다. 그러다 보니 자기비하와 열등감, 자격지심과 우울증에 자신도 모르는 마음의 합병증을 앓기도 한다.

H는 어릴 적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엄마가 너무 싫었단다. 그는 평소에 “난 어릴 적 엄마 사랑을 못 받아서” “난 어릴 적 상처가 너무 커서”라는 말을 자주 한다. 게다가 현재 만나는 사람과 갈등이 생기면 그 원인을 어릴 적 상처에서 찾곤 한다.

어느 날 그는 동료 직원에게 “당신, 인생을 그렇게 살면 안 돼. 내가 당신 같은 사람 잘 알아서 하는 말인데…” 하면서 엄청난 폭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아마도 그 동료의 어떤 부분이 자신의 그림자였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사건이었겠지만 그것이 자신의 상처를 건드렸으리라. 통증이 있는 부위는 건드리면 더 아프니까.

상처는 세균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 항체를 지니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회복의 여지가 결정되는 것 같다. 스트레스는 감기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면역 체계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약을 아무리 먹어도 스트레스를 제어하지 못하면 병은 오래가기 마련이다. 마음의 통증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마음의 상처나 피해 의식을 어느 정도는 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면역 항체로 신체에 침입한 나쁜 세균에 대항하며 건강을 유지하듯 마음의 항체로 일상에서 오는 시련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련이 올 때마다 분노와 원망으로 마음의 병을 더 키우는 사람도 있다.

어느 날 H는 내게 이런 하소연을 해왔다.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며 맘대로 판단한다고. “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해요.” 그렇기에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세요. 나와 똑같은 행동을 높은 직에 있는 사람이 했다면 이런 말이 나올까요? 나니까 그런 거예요.” 순간 얼굴이 붉어지더니 너무 억울하다며 목에 핏대를 세우며 가슴을 쳤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속이 타들어 갔다. 그가 사는 세상이 너무 어둡고 좁고 외롭고 슬퍼서.

상처 속에 갇히면 자신을 끊임없이 희생자이며 피해자로 만든다. 그래서 지금 일어나는 모든 고통의 원인은 과거의 상처 때문이다. “왜 하필 나만? 왜 나만 가지고 그러냐? 너희가 문제야!” 주변에 물의를 일으키고도 “난 힘드니까, 난 피해자니까” 하며 타인에게 탓을 돌린다. 웃고 떠드는 순간에도 누가 나에게 또 그 피해를 줄지 주변을 경계하느라 불안하다. H를 불행으로 몰아넣는 것은 어릴 적 상처보다 바로 자신이 ‘피해자’라는 그 의식이 아닐까 싶었다.

그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엄마를 놓아주고 용서해줘요. 그리고 당신 자신도….” 언젠가는 상처의 흉터보다 새싹처럼 돋아난 새살이 더 크게 보이리라는 희망도 함께 전해주고 싶다.



성찰하기 - 피해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1. 억울하다고 느껴질 때, 혹시 더 많이 주었는데 덜 받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더 준 나는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느껴요.

2. 과거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가지, ‘용서’해주세요. 상처를 준 그를. 그리고 상처를 받고 주는 나도.

3. 감사 일기를 써요. ‘이왕이면 더’보다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그러면 주변이 밝아지는 행복한 기억으로 과거의 상처에 대한 기억을 떠나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11-0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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