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생활속의 복음] 부활제5주일

죽은 물고기만 물에 떠내려간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오늘 복음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 버린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하고 말씀하신다.

 가지인 우리가 포도나무에 매여 있으면 복음과 전통에 따라 신앙 여정에 필요한 양식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항상 기도하며 주님과 교회 가르침에 따라 생활할 때 영양을 잘 공급 받을 수 있다.

 옛날 세 수도자가 성당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수도자는 예수님과 성모님이 나타나 자기 앞에 계시는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마침내 관상기도가 무엇인지 알겠구나"하고 생각하며 만족했다.

 두 번째 수도자는 자신이 무릎 꿇은 자리에서 위로 들려 올라가 성당의 천장에서 아래를 살펴보고, 내려와 앉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주님께서 나에게 작은 기적을 일으키는 은총을 주셨구나, 다른 사람에게는 침묵해야지"하고 생각했다.

 세 번째 수도자는 그저 무릎과 다리가 아프고 배고프다는 생각만 했다. 온갖 분심 중에 채소와 고기를 듬뿍 넣은 맛있는 햄버거를 먹는 상상도 했다.

 그런 세 수도자를 악마의 하수인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주인에게 "아무리 애써도 저 세 번째 수도자는 유혹하여 꾀어낼 수가 없습니다"하고 볼멘소리를 했다.
 
 환상이나 거짓 거룩함은 자신과 타인을 속일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드러내 놓을 수 있는 용기는 진실하고 거룩함에 가까이 나아가게 한다. 주님을 향한 기도는 축복을 기원하는 것보다 인간의 근본을 되돌아보고 하느님 뜻을 알아듣기 위한 마음의 비움이다.

 현대인들은 복잡하고 분주한 삶에 에워 쌓여 있다. 내면에 있는 잡다한 생각과 감정의 갈등을 잔잔히 함으로써 하느님과 고요한 시간을 갖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 조용한 비움을 향해 돌아가는 것이 성공적 신앙생활의 비결이다. 성숙한 신앙인이 되려면 묵묵히 물러나 앉아 있을 필요가 있다.

 인류 역사상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들도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하는 답을 찾기 위해 고뇌했다. 그리고 우리 존재의 근원을 찾아 나서는 안으로의 비움 여행을 몸소 보여줬다.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문제는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조용히 있을 때 우리 실존의 근원을 알게 된다. 참된 지혜의 원천을 감지하며, 우리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됐고, 그분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임을 알게 된다. 그럴 때 "죽음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9)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 존재의 근원이다.

 근원을 상실한 인간은 "죽은 물고기만이 물에 떠내려간다"는 중국 속담처럼, 나무에서 떨어져 나간 포도가지처럼 세파에 휘말리기 마련이고 자기중심적이 된다.
 
 그리스도인은 기도로써 하느님과 일치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교회 가르침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삶을 상징하는 전례가 우리가 참된 가치를 찾도록 돕는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찬식에서 빵을 먹고 포도주를 마실 때, 주님의 몸과 피는 우리의 몸과 피와 섞인다. 그리스도의 살과 피가 그리스도인의 살과 피와 하나 될 때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서 사는 것이다.

 이런 그리스도인은 자기를 궁극적이거나 중심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처럼 이웃을 위해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자기중심으로 움직이지 않고, 자기를 만드신 하느님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움직인다. 하느님을 만나면 참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세상의 그 무엇에 얽매이거나 집착함이 없이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사는 마음의 비움을 얻을 수 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5-0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6

요한 15장 13절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