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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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14. 예수님과의 만남을 향한 데레사의 여정④

성령, 그리스도와 ‘영적 약혼’의 은혜 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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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녀 데레사가 사랑의 불화살에 심장이 관통되는 장면을 형상화한 조각.

예수님을 향한 결정적 회심인 영적 약혼

성녀는 1554년 사순절에 수난하시는 예수님 상을 보며 인류를 향한 주님의 무한한 사랑을 깨치고 크게 회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체험 이후에도 성녀가 완전히 회심한 것은 아닙니다. 성녀는 사람을 참 좋아했고 그들과의 우정이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필요하다고 합리화하며 그런 관계에 의존하고 애착했습니다.

그러던 중 1556년 성령 강림 대축일에 성녀는 예수회 소속 프라다노스 신부에게 영적 지도를 받으며 이 문제에 대해 논쟁하게 됩니다. 당시 프라다노스 신부는 온전히 하느님께 마음을 두기 위해서는 그간 애착하고 있던 여러 우정을 포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성녀를 설득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성녀는 우정이 갖는 유익한 점들을 들어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결국, 성녀를 설득하다 지친 프라다노스 신부는 성녀에게 「오소서, 창조주 성령님」 (Veni, Creator Spiritus), 즉 성령송가를 읊으면서 하느님께 은총을 구하도록 명하게 됩니다. 자신은 이해받지 못했다고 여기며 불만스럽게 경당에 가서 성령송가를 바치던 성녀 데레사, 그런데 성녀에게 엄청난 일이 일어납니다. 바로 그 순간 하느님께서 성녀에게 결정적 회심의 은총을 허락하신 겁니다.

그 이전에도 성녀는 여러 번 회심했고 특히 1554년 사순절 회심으로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만, 1556년의 이 회심은 성녀의 일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성녀 데레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순간이야말로 성녀가 완전히 하느님께 돌아서게 되는 결정적, 최종적 회심이라고 말합니다. 이때 결정적 역할을 하신 분은 성삼위 가운데 특히 성령이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 세상을 떠나가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하신 마지막 고별사(요한 14,15-31)에서 여러 번 힘주어 가르치셨듯이, 성령께서는 궁극적으로 예수님 말씀과 행적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주고 그분께 우리를 이끌어주십니다.

성녀에게 영적 약혼의 은혜를 중재해주신 분은 성령이시지만 그 은혜의 내용은 결국, 두 연인이 약혼(約婚)을 통해 서로 사랑을 약속하며 온전히 결합하고 미래를 함께하기 위해 뜻을 모으듯, 그렇게 예수님과 깊은 관계로 들어가는 ‘그리스도적 차원’을 담고 있습니다. 영적 약혼의 은혜를 받을 당시 성녀는 내면에서 신비스런 주님의 말씀을 들었으며 동시에 처음으로 탈혼하는 체험을 했습니다. 또한, 그때부터 성녀는 많은 신비 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는 주님께서 당신의 예비 신부가 된 영혼에 잠깐씩이나마 천상 은혜를 맛보게 해주시고, 특히 신랑이신 당신을 엿보는 특은을 내리시기 때문입니다. 성녀에 따르면, 이 단계는 6궁방으로 하느님과의 일치를 향한 영적 여정에서 가장 많은 신비 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궁방을 소위 ‘신비체험의 궁방’이라 표현합니다.


신비 현상에 대한 올바른 식별

성녀 데레사는 일생 많은 신비 체험을 했습니다. 영적 약혼의 단계에서 특히 그러했는데 시기적으로 보면 1556년부터 시작해서 영적 결혼의 은총을 받은 1572년까지 집중적으로 이 체험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다든지, 탈혼한다든가, 예수님의 모습을 마치 눈으로 보듯이 그렇게 본다든가, 몸이 공중으로 들어 올려지기도 하고, 심장이 사랑의 불화살에 관통되는 체험 등이 이런 신비 체험에 속합니다. 또 프란치스코 성인이나 비오 성인처럼 오상(五傷)을 받는 것도 이런 체험에 속합니다.

이 기회에 이런 신비 현상이 신앙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잠시나마 짚고 넘어갈까 합니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가 사는 자연 본성적 영역을 넘어서기 때문에 기적 같은 현상으로 간주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자칫 신앙의 본질을 흐려버리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런 신비 현상은 오늘날 교회 안에서 자주 신자들을 현혹하는 ‘사적 계시’ 문제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신비 현상과 사적 계시는 서로 다르지만, 사적 계시 또한 신비 현상을 수반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식별이 요구됩니다.) 신자들은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 건강한 상식을 지녀야 잘못된 가르침으로부터 자신의 신앙생활을 보호할 식별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선, 우리 신앙생활과 관련해서 대전제로 받아들이고 시작해야 할 부분은,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공적인 계시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세말에 가서 그리스도의 재림을 통해 그 계시가 충만하게 완성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신비 현상, 사적 계시, 심지어 성모님 발현까지 포함해서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은 예수님이라는 공적 계시를 부연해 설명해주는 차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계시를 권위 있게 설명하고 가르치는 주체는 지역 교회 내에서는 사도 계승의 직접적 후계자인 주교, 그리고 주교의 교도권을 일정 부분 위임받은 본당 신부입니다. 따라서 신비 현상, 사적 계시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에 대한 식별을 교회 교도권의 해석에 맡겨야 하며 신자들은 그 가르침과 해석에 온전히 ‘순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비 현상, 사적 계시와 관련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식별 기준을 바탕으로 그 현상의 진위(眞僞)를 식별해야 합니다: ①신비체험, 사적 계시에 나타난 진리의 내용이 공적 계시에 부합하는가? ②그것이 그리스도교 신앙과 일치하는가? ③그것이 교도권의 가르침과 일치하는가? 그리고 그 체험을 한 사람이 교도권에 온전히 순명하는가? ④신비 체험, 사적 계시를 받은 사람이 모든 면에서 정상인가? (통계상 이 현상을 체험한 사람 중에 상당수는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음) ⑤신비 체험, 사적 계시가 참다운 영적 결실을 보게 하는가?

성녀 데레사를 비롯해 수많은 성인은 많은 신비 체험을 했음에도 그것에 전혀 무게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가르쳤던 본질적인 것은 예수님, 그리고 교회에 대한 사랑과 순명, 신망애 삼덕 같은 가장 기본적인 지침들이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신앙의 기본기를 잘 연마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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