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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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16. 예수님과의 만남을 향한 데레사의 여정 ⑥

사람이 되신 하느님 아들의 인성(人性)에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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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녀 데레사는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 모두를 깊이 사랑했으며, 특히 그분의 인성에 관심을 가졌다. 사진은 예수 탄생에 관한 이콘화. 평화신문 자료사진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

지난 호까지 성녀 데레사가 일생을 통해 어떻게 예수님과 인격적 관계를 성숙시켜 갔는지 살펴봤습니다. 이제부터는 성녀가 예수님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살펴봐야 할 점은 성녀가 예수님을 만나고 사랑하고 깊은 관계를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예수님 모습에 매료됐는가 하는 점입니다.

성녀가 쓴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면 예수님과 관련해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리스도의 ‘인성(人性)’이란 말이 그것입니다. ‘인성’이란 표현은 신학적인 표현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니신 두 가지 본성(本性)을 일컫는 말 중의 하나입니다. 쉽게 말해 그리스도의 인성은 ‘인간이신 그리스도’를 가리킵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고 난 후, 예수님과 함께 지냈고 그분에 대한 기억을 간직했던 세대가 사라져가고 예수님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자 그분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일 뿐 실은 하느님은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는가 하면, 예수님은 지고지순한 하느님이지 우리처럼 천박한 피조물은 절대 아니라며 그분의 인성을 부인하고 신성(神性)만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생겨나 교회에 큰 물의를 빚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 문제 때문에 초대 교회는 수백 년 동안 홍역을 앓았습니다. 그래서 교회 지도자들은 여러 보편 공의회를 통해 이 문제를 정리하고 ‘신경(信經)’에 담아 불변의 신앙교리로 물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완성된 형태가 소위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이라 하는데 여기에는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신앙의 골자(骨子)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과 관련해서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에 담겨 있는 고백 중에는 “성부와 한 본체”라는 표현과 “동정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 말은 예수님이 성부 하느님과 본질이 같으신 분이라는 말입니다. 또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다”는 말에는 우리와 본질적으로 똑같은 인간이시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시며 동시에 인간이시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 본성(本性)을 지니고 계십니다. 이는 인간의 논리를 초월하는 강생(降生)의 신비, 성부 하느님과 인류를 이어주는 중개자(仲介者)이신 그리스도 인격의 신비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중개자이시기 때문에 예수님은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 드러내는 표징이자 동시에 인간이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 있는 구원의 문이 되십니다.

올바른 영성의 기초인 인간 예수님에 대한 사랑

성녀 데레사는 그리스도께서 지니신 두 가지 본성, 신성(神性)과 인성(人性) 모두를 깊이 사랑했으며, 특히 그분의 인성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스도의 인성이 영성생활에서 왜 중요할까? 영성생활은 우리가 믿는 바를 실생활로 이어주는 장(場)입니다. 그래서 올바른 영성생활 이전에 선행되는 것이 올바른 믿음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잘못된 믿음은 잘못된 영성생활로 이어집니다. 예수님의 신성만 인정하고 인성은 부인한다든지 그 반대로 인성만 받아들이고 신성을 부인하게 되면 왜곡된 영성생활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분의 신성과 인성을 모두 믿고 받아들여야 제대로 된 영성생활의 바탕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자명한 신앙생활의 진리를 초대교회 때부터 지금까지 의혹의 눈길로 바라봤던 사람들이 늘 있어 왔습니다. 성녀 데레사 시대에도 그랬습니다. 당시 소위 열심하다는 영성가들 중에는 특히 예수님의 인성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심지어 부인하기까지 하면서 오직 그분의 신성에만 집중해서 그분과 관계를 맺고 기도수련을 하려 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은 순수 영이시기 때문에 인간이 성화(聖化) 또는 신화(神化)되는 것은 그런 하느님을 닮아가기 위해 모든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육체를 영혼의 감옥이자 영혼을 악으로 인도하는 유혹자로 여기며 거부하고 폄하했으며 거기서 유래하는 모든 자연적인 욕구까지도 잘못된 것으로 치부하고 죄악시했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영혼이 천상을 향해 진보하는 것은 이 썩어 없어질 헛된 육신에서 벗어나 천사와 같은 순수 영적인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 역시 그런 부정한 육체를 취하신 인간의 모습은 참된 예수님이 아니라고 여기며 그분의 신성에만 집착했습니다.

성녀 데레사를 영적으로 지도했던 사람들 중에도 그런 사람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관상기도는 순수 영적인 것이라 기도에 진보하려면 모든 물질적인 형상을 배척해야 한다고 가르치며 그리스도의 인성도 멀리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잘못된 영성지도자들 때문에 한동안 헤매던 성녀는 그것이 뜬구름 잡는 잘못된 기도였다는 걸 깨달으면서 인간이신 그리스도께 돌아와 그분을 많이 사랑해드리고 일상의 삶 속에, 자기 영혼 안에 깊이 현존해계신 인간 예수님과 더 많은 교감을 나누고자 노력했습니다(자서전 22장).

그래서 성녀는 특히 예수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성상, 성화, 상본을 기도생활에서 자주 활용하며 예수님의 모습을 자기 영혼 안에 각인하곤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성부 하느님을 우리에게 계시해주는 분입니다. 또한 우리는 인간이 되신 예수님과의 관계를 통해 성부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예수님께서 이 땅에 강생하셨고 우리 가운데 한 사람으로 사시며 함께 음식을 드시고 병자를 치유하셨으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분의 모습은 신약성경에 충만히 소개돼 있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예수님과의 사랑의 대화이자 교감(交感)이라 한다면 신약성경은 최고의 기도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인간이신 예수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사랑하고 있습니까? 지금 바로 성경을 펼쳐 그분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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