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25. 성인(聖人)들과 우리, 무엇이 다른가?

그분 향해 걷다 보면 어느새 성인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동양철학)


내가 어렸을 때, 그 당시 교회 분위기는 성인들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인들을 공경할 뿐 아니라 그들의 삶을 본받으려고 노력했고, 또 힘들 때 그들에게 전구를 청하며, 일상생활에서도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많은 위로와 힘을 얻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교우 자신들도 그들처럼 성인이 되고자하는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마치 성인들과는 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그분들과는 별 관계없이 따로 놀면서 다른 것에 마을을 빼앗기고 있다. 이건 아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 것은 하느님께 축성되어 거룩한 삶을 살도록 불리운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탈출 19,6). "너희는 너희 하느님 야훼께 몸 바친 거룩한 백성이 아니냐?"(신명 7,6) "나 야훼가 너희 하느님이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스스로 거룩하게 행동하여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1,44). "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지내고 거룩하게 살도록 힘쓰십시오. 거룩해지지 않고는 아무도 주님을 뵙지 못할 것입니다"(히브 12,14).
 유학 또한 성인(聖人)이 되고자 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율곡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본성은 본래 선하여,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똑하거나 어리석거나 모두 같은 본성을 지니고 있거늘 성인은 무슨 까닭에 유독 성인이 되고, 나는 왜 유독 보통사람이 되었는가? 진실로 뜻이 세워져 있지 않고(志不立), 아는 것이 명확하지 않으며(知不明), 행하는 것이 독실하지 않기(行不篤) 때문이다"(원문생략, 「擊蒙要訣」, `立志章`).
 `모두 같은 사람인데`라는 표현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왜 나는…. 율곡 선생의 원인분석이 명료하다. 삶의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 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지식은 충분히 쌓았는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힘써 행했는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정말 우리는 성인이 되고 싶은 걸까?
 실상 성인이 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것이 가능한가?`라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송대 유학자들 특히 주렴계 선생은 `가능하다`고 분명히 말한다. 그럼에도 그 당시의 많은 학자들은 비웃거나 스스로 포기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宋代의 구산양씨(龜山楊氏)는 이렇게 한탄하면서 충고한다. 조금 길긴 하지만 차분히 들어보자.
 "옛날의 배우는 자들은 聖人을 스승으로 삼았는데도 그 배움이 지극하지 못함이 있었다. 그러므로 그 덕(德)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성인이 되기 어려움을 보았다. 이 때문에 모든 배우는 자들이 `聖人의 경지를 배워서 이를 수 있다`고 말하면 반드시 미쳤다고 여기며 속으로 비웃는다. 聖人은 진실로 쉽게 이를 수 없으나 만약 聖人을 버리고 배운다면 장차 무엇을 법칙으로 삼겠는가. 聖人을 스승으로 삼음은 활쏘기를 배울 때에 과녁(的)을 세우는 것과 같다. 과녁을 저기에다 세운 뒤에야 활쏘는 자가 이것을 보고서 적중(的中)하기를 구할 수 있으니, 과녁에 적중하고 적중하지 못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을 뿐이지만 과녁을 세우지 않는다면 무엇을 표준으로 삼겠는가"(원문생략, 「心經附註」, `聖可學章`).
 성인들은 많은 영적 보화들을 남겨주면서, 하느님께 이르는 여정을 우리보다 먼저 가신 분들이다. 우리가 가는 길이 아무리 힘들어도, 얼마나 많은 분들이 기쁘고 훌륭하게 이 길을 갔는지 되새긴다면 얼마나 힘이 되겠는가. 우리도 그분들과 함께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충실하게 이 길을 걷다보면, 언젠가 하느님 대전에서 그분들처럼 聖人이 되어있지 않을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07-2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4

마르 5장 34절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