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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26 - 칠극(七克) 이야기 (1)

칠극에서의 그리스도교와 유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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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이제 또 하나의 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얼마 전 일주일간 개인피정을 가졌다.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생각하다가, 오래 전에 대충 읽어보고 `나중에 깊이 읽어봐야지` 하고는 잊어버린 「칠극」(七克)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책을 피정주제로 삼아 매일 한 주제씩 읽고 그것을 내 삶에 비춰 묵상하며 기도했다. 시간도 부족했고 집중하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은혜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바로 이 `칠극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칠극」은 마태오 리치의 뒤를 이어 중국에 건너 온 예수회 선교사 빤또하가 자신이 배웠던 스콜라 신학의 윤리론, 특히 그 중에서 칠죄종(七罪宗)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7가지 덕을 역시 그 당시를 풍미했던 성리학의 수양체계와 조화시켜가면서 설명한 책이다. 그래서 부산교회사연구소에서 출판한 번역서에는 `그리스도교와 신유학의 초기 접촉에서 형성된 수양론`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실상 스콜라 신학과 성리학은 여러 관점에서 흡사한 면을 지니고 있다. 모든 학문들을 아우르는 방대한 통합체계, 그것을 집대성한 토마스 데 아퀴노와 주자(朱子),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형이상학적 개념과 실천적 수양론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서양 선교사들이 늘 걸림돌처럼 거북해 했던 문제는 역시 우주의 근원 즉 본체론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의도적으로 많은 저술과 대화를 통해 정립하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 주제였던 것이다.
 이러한 점은 빤또하의 저술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던 중국의 많은 유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서문을 써 주었던 진량채(陳亮采)는 「칠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언제나 하느님(上帝)을 따르고 믿어서 하늘의 보답을 누릴 것을 바라고 괴로움에서 영원히 벗어날 것을 바라고 있으니, 이것은 유자(儒者)를 보좌해 주는 것이다"(其欲念念息息歸依上帝 以冀享天報 而永免沈淪 則儒門羽翼也. 「七克篇序」).
 빤또하 자신도 중국으로 오게 된 동기를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사람들이 하느님(상제)이 인간과 사물의 참된 주인임을 알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오를 수 있는 참된 지름길이 있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을 가련하게 여겼다"(원문생략 「七克自序」).
 더 나아가 그는 인간이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덕을 쌓지 못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들면서 역시 삶의 근원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욕망을 이기고 덕을 닦는 일을 종일토록 논의하고, 평생토록 힘쓰는데도 거만함, 질투, 분노, 방탕과 같은 여러 욕망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 겸손, 어짊, 곧음, 참음과 같은 여러 덕은 끝내 쌓여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세 가지 이치에 어둡기 때문인데, 근본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그 첫째이고, 마음을 깨끗이 하지 않는 것이 둘째이며,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이 셋째이다"(然而克慾修德終日論之畢世務之 而傲?忿淫諸欲 卒不見消 謙仁貞忍諸德 卒不見積 其故云何 有三弊焉. 一曰不念本原 二曰 不淸志向 三曰 不循節次. 「七克自序」).
 하여튼 이 책은 인간 죄악의 7가지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교만, 질투, 인색함, 분노, 먹고 마심, 음란함, 게으름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7가지 덕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그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리스도교의 전통적 수양법이기도 한 이 주제들이 유학사상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또 유학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설명하는지 7가지 주제를 따라 설명하고 싶은 것이다. 독자들도 나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피정하는 마음으로 이 길을 걸어가면 어떨지….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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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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