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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28 - 칠극(七克) 이야기(3)

고개 숙일수록 주님과는 가까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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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칠극(七克)은 교만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것은 판토하가 성경을 인용해 말하고 있듯이, 교만이 모든 죄의 시작(집회 10,13)이며, 모든 악덕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교만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죄악이기도 하다.
 그래서 판토하는 교만의 실마리를 네 가지로 분류한다. "그 첫째는 선(善)이 자기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하느님(天主)께 돌리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선이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공적으로 돌리는 것이고, 셋째는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고, 넷째는 남을 경멸하며 자신을 뭇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원문생략. 「七克」, 1권).
 유학에서도 교만은 결정적인 악덕(惡德)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공자는 「論語」에서 이렇게 말한다. "만일 주공과 같은 아름다운 재능을 갖고 있어도 교만하고 인색하다면 그 나머지는 볼 것이 없다"(子曰 如有周公之才之美 使驕且吝 其餘 不足觀也已. `태백편` 11).
 공자는 늘 주(周)나라의 문물제도를 예찬하고, 그것을 이룩한 주공(周公)을 흠모해 이상적 인간으로 생각하며, 꿈에서라도 그를 만나고자 했다. 그런데 이러한 주공이 훌륭한 능력을 지녔다하더라도 교만하고 인색하다면 인간으로서 더 볼 것이 없다는 말이다. 놀랍다.
 「大學」에서도 "군자에게는 큰 道가 있으니, 반드시 忠과 信으로써 얻고, 교만함과 방자함으로써 잃는다"(君子有大道 必忠信以得之 驕泰以失之. 10장)고 경고한다.
 판토하가 겸손을 이야기하면서 인용한 또 하나의 중요한 성경구절은 "훌륭하게 되면 될수록 더욱 더 겸손하여라. 주님의 은총을 받으리라"(집회 3,18)는 말씀이다. 이것은 그가 높은 지위를 얻으려고 마음 쓰지 말도록 권고하기도 하지만, 이미 높은 지위를 얻었다면 더 겸손하라는 충고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제시하는 많은 예화들은 대부분 서양의 임금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더 나아가 성덕(聖德)에 출중한 서양의 현인들이 오히려 얼마나 겸손에 힘썼는지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유학에서도 `크고 넉넉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교만하지 않는` 사람을 君子라고 말한다(子曰 君子 泰而不驕. 「論語」, 자로편). 이러한 사상은 주역(周易)의 흐름 안에서도 나타난다. 즉 정자(程子)는 주역의 겸괘(謙卦)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겸(謙)은 「서괘전」(序卦傳)에 `크게 소유한 자는 가득차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겸괘로써 받았다`고 했다. 그 소유한 것이 이미 크면 가득차는 데까지 이르게 할 수 없고, 반드시 겸손하고 덜어내야 하기에, `대유괘`(大有卦) 뒤에 `겸괘`로 받은 것이다"(謙 序卦 有大者 不可以盈 故受之以謙. 其有旣大 不可至於盈滿 必在謙損 故大有之後 受之以謙也. 「周易傳」, 謙卦).
 다시 말하면 주역의 64괘의 순서는 아무렇게나 결정된 것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와 성덕(成德)의 과정을 일러주는 것인데, `겸괘`가 `대유괘` 다음에 온 이유는 이미 충분히 가진 자는 반드시 겸손하고 덜어내야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순리(順理)이며, 이상적 경지를 향해 가는 올바른 과정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교만의 시작은 하느님을 무시하는 것(시편10,4;예레 13,5)이며, 모든 것이 하느님에게서 온 것임을 깨닫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 그리고 더욱 높아지려는 욕심과 그것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 자기의 것으로 착각함으로 교만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자,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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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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