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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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칠극(七克)이야기 (7)

주님 사랑은 원수를 사랑하게 하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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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주제: 분노를 없애다

꽤 많은 분들이 함께 칠극(七克)을 읽고 있노라고 전해왔다. 감사한 일이다. 이 가을에 그리스도교의 정통 수양서를 읽고, 그것에 빠져드는 것은 비록 바쁘고 힘들더라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많은 은총 받으시기를 기도한다.
 탐욕과 함께 분노도 모든 종교의 수행에서 걸림돌이 되는 큰 악덕이다. 언젠가 산상설교를 묵상하면서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마태 5,22)라는 예수의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렇게 큰 죄악인가?
 유학에서도 분노는 수양에 있어 중요한 주제가 된다. 군자가 행동을 함에 있어 올바른 지향을 일러주는 이른바 `구사`(九思)에서도 `분사난`(忿思難)이라는 것이 있다. 화가 나면, 절제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행한 후에 어떤 어려움이 올지 미리 생각하라는 것이다.(「論語」, 季氏篇 참조)
 또한 「大學」에서는 수신(修身)의 요점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데(正心) 있는데, 몸이나 마음에 분노하는 바가 있으면 그 올바름을 얻을 수 없다고 깨우쳐준다.(所謂修身 在正其心者 身心有所忿 則不得其正… 「大學章句」, 傳7章) 분노를 극복하지 못하면 수양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강력한 경고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유학에서는 이 분노를 극복하는 것이 수양의 최고의 경지로 칭송되기도 한다. 언젠가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제자 가운데 누가 학문을 가장 좋아하는지` 물었을 때, 공자는 `안회라는 사람이 학문을 좋아해 노여움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아니하고 잘못을 두 번 되풀이하지 않았다`고 답한 적이 있다.(哀公 問弟子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顔回者 好學 不遷怒 不貳過. 「論語」, 雍也)
 유학에서 `학문을 좋아한다`(好學)는 것은 이미 높은 경지에 이르렀음을 말하고, `노여움을 옮기지 않는다`(不遷怒)는 것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不怨天), 남을 탓하지 않는다(不尤人)는 것을 말한다.
 빤또하는 분노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한 후에,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첫 번째 방법이 원수를 사랑하는 것(愛讐)이다. 이게 가능이나 한 일일까? 유학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덕으로 원한을 갚으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덕에는 무엇으로 갚겠는가? 곧음으로써 원한을 갚고 덕으로써 덕을 갚는 것이다`라고 하셨다."(或曰 以德報怨 何如 子曰 何以報德 以直報怨 以德報德. 「論語」, 憲問篇) 이것이 유학이 지닌 한계다.
 그러나 그리스도교는 이것을 뛰어넘는 차원을 요구하나 그것은 절대자와의 깊은 관계 안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우리가 남에게 대하듯 그대로 우리에게 대해 주심을 깨달아가며, 그분의 능력과 사랑 안에서 노력할 때 가능한 것이다. 즉 윤리도덕의 차원이 아니라 종교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행위인 것이다.
 빤또하가 제시하는 또 다른 방법은, 참음으로써 어려움에 맞서는 것(以忍德敵難)과 고생과 어려움으로 덕을 늘이는(窘難益德)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하느님에게 모든 것을 맡기며, 그분이 알아주시고 갚아주시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지닐 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동양 현인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하늘이 나에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내 덕을 두텁게 쌓아 이를 맞이할 것이고, 하늘이 내 몸을 수고롭게 한다면 나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함으로써 이를 보완할 것이다.(원문 생략, 「채근담」, 전집)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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