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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33 - 칠극(七克) 이야기 (8)

절제, 희생 아닌 주님 찬미의 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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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내가 학장이 된 후 제일 먼저 학생들에게 강력히 제안한 것은 `올바른 술자리 문화`였다. 다분히 협박성(?)이 강한 제안이기는 했지만…. 한때 유독 술 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했던 사회적 분위기와 군사문화의 영향이 남아 있어, 서로 술잔을 강권하기도 하고 또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마치 대단한 능력인 것처럼 무용담으로 회자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술잔을 강권하지도 않고, 자신의 주량에 맞게 스스로 결정하며, 한풀이 하듯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자기절제와 책임을 지니면서 화락한 분위기에서 마시는 것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술자리 문화`인 것이다. 학생들은 아직도 관망하는 추세지만 나는 끝까지 밀고 나갈 심산이다. 왜냐면 이러한 자기통제의 능력이 훗날 그들이 보낼 건강하고 행복한 사제생활의 중요한 자산이 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빤또하가 칠극(七克)에서 다섯 번째로 제시하는 수양의 걸림돌도 바로 이 문제다. 즉 절도(節度) 없이 먹고 마심으로 세상일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다.
 사도 바오로도 로마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의 나라는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로움과 평화와 기쁨입니다"(로마 14,17).
 이 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빤또하가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다음과 같은 말씀이었다. "사람들이 바라고 향하여 가고 싶어 하는 것은 다만 아름답고 좋은 것일 뿐이다. 그런데 아름답고 좋은 것에는 셋이 있는데, 하나는 이로움의 아름답고 좋음이고, 또 하나는 의로움의 아름답고 좋음이며, 다른 하나는 즐거움의 아름답고 좋음이다. 그런데 너희가 먹고 마시는 것을 절도에 맞게 한다면, 이로움과 의로움 그리고 즐거움의 셋을 모두 누리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두 잃을 것이다. 그러니 먹고 마시는 것으로 즐거움을 꾀한다면, 이는 다만 몸을 해치고 덕을 없앨 뿐만이 아니라 그가 꾀한 즐거움마저 아울러 없애게 될 것이다."(聖奧斯定云 夫人有欲所趣向者美好而已. 美好有三 一曰利美好 一曰義美好 一曰樂美好 爾食飮以節 利義樂三咸亨也 否則咸亡焉 故食飮圖樂者 微獨傷身損德所圖樂竝消亡矣.「七克」, `塞 `) 정말 깊이 새겨둘만한 말씀이다.
 유학에서도 같은 의미로 절도 있는 삶을 강조한 경전 대목은 너무 많아 다 열거할 수 없을 지경이다. 「論語」에서 공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유익한 즐거움이 세 가지 있고 해로운 즐거움이 세 가지 있다. 예악을 절도있게 하기를 좋아하고 남의 좋은 점 말하기를 좋아하고 어진 벗 많은 것을 좋아하면 유익하다. 교만하고 편안하기를 좋아하고 태만하게 놀기를 좋아하고 잔치 벌이기를 좋아하면 해롭다."(孔子曰 益者 三樂 損者 三樂 樂節禮樂 樂道人之善 樂多賢友 益矣 樂驕樂 樂佚遊 樂宴樂 損矣. `季氏篇`)
 내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줄곧 떠올린 것은 성 이냐시오의 `원리와 기초`였다. 빤또하는 역시 예수회 신부였다. 탐욕과 절도있는 삶을 언급하면서 먼저 인간이 창조된 목적을 상기시킨다.(그것은 우리 주 하느님을 찬미하고 경배하고 섬기며 또 이로써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자체로 금지되지 않고 우리의 자유 의지에 맡겨져 있는 것에 있어서 우리는 모든 피조물들에 대해 초연해지도록(indiferentia) 힘쓰고, 더 나아가 오직 창조된 목적으로 우리를 더욱 이끄는 것을 원하고 선택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사도 바오로도 우리에게 이렇게 권고하고 계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먹든지 마시든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십시오"(1코린 10,31). 절제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하느님을 찬미하는데 참된 의미가 있음을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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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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