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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34 - 칠극(七克) 이야기(9)

사악함에 마음의 자리를 내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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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여섯째 주제: 음란함을 막다

빤또하는 "음란은 마치 물이 넘쳐 나는 것과 같은데, 이는 마음을 곧고 바르게 하여서 막아야 한다"(淫如水溢, 以貞坊之)는 말로 이 주제를 시작한다. 물론 인간 수양과정에서 일어나는 개인의 내면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 예수도 인간을 더럽히는 것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입에서 나오는 것은 마음에서 나오는데 바로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살인, 간음, 불륜, 도둑질, 거짓 증언, 중상이 나온다. 이러한 것들이 사람을 더럽힌다"(마태 15,18-19).
 유학에서는 의외로 이 주제를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부덕(婦德)을 이야기하면서 정절(貞節)을 요구하거나, 선비를 이야기하면서 지조(志操)와 절개(節槪)를 제시하기는 한다. 그러나 더 강조하는 것은 내면적 순수함과 깨끗함이다.
 공자는 제자교육에서 「詩經」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詩經」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시경」 삼백 편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는 것`이다."(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 思無邪. 「論語」, 위정편)
 즉 詩의 내용이 善한 것은 사람의 착한 마음을 감동시켜 분발하게 할 수 있고, 惡한 것은 사람의 방탕한 마음을 징계할 수 있으니, 그 효용은 사람들로 하여금 바른 性情을 얻게 하는 데 있는데, 그 핵심이 바로 `생각에 사악함이 없는 것`이라 한 것이다. 정자(程子)는 이 `思無邪`를 성(誠)으로 해석하고 있다.
 `생각에 사악함이 없는 것`(思無邪), 나도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왔던 숙제다. 얼마나 더 수련하면 이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이와 연관하여 빤또하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악한 감정 가운데 욕정(欲情)처럼 이겨내기 어려운 것은 없다. 따라서 사람이 이미 정결로써 그것을 이겨내었다면, 다른 사악한 감정을 이겨내는 일은 그다지 힘이 들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사악한 감정의 때를 이미 씻어내었다면, 속마음은 순수하고 환해질 것이다. 따라서 심오한 도덕과 오묘한 하늘의 일을 모두 비추어 볼 수 있을 것이며, 맑고 깨끗해질 것이다. 그러면 이 속에 하나의 작은 천국이 만들어질 것인데, 하느님(天主)은 그곳에 머무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원문생략, 「七克」, `坊淫`)
 유학에서 사악함과 연관된 또 하나의 수양법은 「周易」에 보인다. 「周易」의 `乾卦 文言傳` 九二爻에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평소의 말도 미덥게 하고 평소의 행실도 삼가며 邪를 막고 誠을 보존하여야 한다"했다.(易乾之九二 子曰 庸言之信 庸行之謹 閑邪存其誠)
 이 구절에 대한 정자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평소의 말도 미덥게 하고 평소의 행실도 삼간다는 것은 어떤 급한 상황에서도 늘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邪를 막으면 誠이 저절로 보존된다." "어떻게 하는 것이 邪를 막는 것인가? 禮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않으면 邪가 막아질 수 있을 것이다."
 사악함을 막고 誠(天道)을 보존하는 것(閑邪存誠), 이것 또한 내겐 중요한 명제였다. 그런데 나는 정자와 정 반대의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즉 誠을 보존하면서 邪를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은 소화데레사 성녀에 관한 책의 어떤 대목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었다.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하느님의 현존을 잃을 때가 있습니까?` 하고 내가 묻자 데레사는 솔직하게 `아니오. 하느님을 생각하지 않고 단 3분도 그냥 지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까지 전념할 수 있는 것에 놀라니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권고와 추억)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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