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36 - 사추덕(四樞德) (1) - 지혜

사추덕,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한 모습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유학사상과 함께 걸어 온 신앙여정, 그 마지막 보따리는 사추덕(四樞德)이다. 더욱이 약속된 연재가 네 번밖에 남지 않았으니 딱 들어맞는 셈이다. 그리스에서 형성되어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체계화된 이 사추덕은 후에 서양 윤리학이나 덕론의 근거가 된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 교부나 철학자들에 의해 수용 발전되어 그리스도교 윤리의 핵심적 덕목이 되기도 한다.
 지혜, 정의, 용기, 절제로 이뤄지는 이 사추덕은 인간의 본질적 특성과 역할 그리고 인간의 궁극적 목적과 결부된 윤리적 체계이다. 마치 유학의 인의예지(仁義禮智)나 삼달덕(三達德)이라 불리는 지인용(智仁勇)과 같은 인간 본성을 바탕으로 연계된 인간의 핵심적인 덕목들인 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그 첫 번째인 `지혜`이다.
 지혜(어떤 철학자는 `사려의 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동양적 어감으로는 `지혜`가 더 어울린다)는 본질상 지성적 덕이기는 하나 그 영역은 도덕적 덕에 속하기에 인간의 여러 덕들 중에서 독특한 입장을 취한다.
 유학의 개념으로 설명하면, 학문함(爲學)이나 호학(好學)의 의미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혜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그것이 목적에 대한 지식이며, 이상적 가치에 대한 지식이며, 탁월성에 대한 지식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형이상학이나 수학과 같은 이론적 영역에서의 이성의 완성과 올바름은 원리들에 의존하지만, 인간행위의 영역에서는 목적이 이론적인 영역에서의 원리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혜의 시작은 주님을 경외함이며, 지혜는 믿는 이들과 함께 모태에서 창조되었다"(집회 1,14)는 집회서의 말씀과 "사추덕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여러 가지 형태에 불과하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은 깊이 새겨둘 만하다.
 그렇다면 유학은 어떨까? 유학 역시 참된 지혜는 자신을 닦는 것(修身)에서 시작해서 근원을 깨닫는(知天) 과정에서 얻어진다.
 맹자에 의하면 그것은 마음 공부에서 비롯되는데, 두 방향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진심(盡心)-지성(知性)-지천(知天)으로 이어지는 진리 추구의 영역이다. 즉 그 마음을 다하는 자는 자신과 사물들의 본성을 알게 되고, 나아가 모든 사물들의 근원이며 총체인 하늘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孟子曰 盡其心者 知其性也 知其性則知天矣. 「孟子」, `盡心上`)
 또 하나는, 존심(存心)-양성(養性)-사천(事天)으로 이어지는 수양과 도덕의 영역이다. 즉 그 마음을 잘 보존하고, 그 내면적이고 도덕적 힘을 기르는 것이 하늘을 섬기고 하늘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것이다.(存其心 養其性 所以事天也. 「孟子」, `盡心上`) 이 두 영역을 아우를 수 있을 때 비로소 참된 앎이 실현되는 것이다.
 한편 「中庸」에서는 수신(修身)-사친(事親)-지인(知人)-지천(知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20장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을 닦지 않을 수 없으니, 몸을 닦을 것을 생각할진댄 어버이를 섬기지 않을 수 없고, 어버이를 섬길 것을 생각할진댄 사람을 알지 않을 수 없고, 사람을 알 것을 생각할진댄 하늘의 이치를 알지 않을 수 없다."(故君子 不可以不修身 思修身 不可以不事親 思事親 不可以不知人 思知人 不可以不知天. 「中庸」, 20章)
 이러한 의미의 참된 지혜를 우리 모두에게 내려주시기를 청하고 싶다. "지혜를 배우려고 원하는 마음이 지혜를 얻는 진정한 시작이다. 지혜를 배우려는 갈망이 곧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며, 지혜를 사랑하는 것은 곧 지혜의 법을 지키는 것이고, 지혜의 법을 지키는 것은 불멸의 보증을 얻는 것이며, 불멸은 하느님 곁에서 살게 한다"(지혜 6,17).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11-0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4

요한 6장 56절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