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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38 -사추덕(四樞德) (3)용기

옳은 일에 나서고 악, 부정엔 맞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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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용기` 하면 군사계급이 떠오른다. 그랬다. 플라톤에게 있어서 용기는 전사(戰士)의 덕목이었다. 그런데 그는 국가의 네 가지 덕목을 개인에게 적용한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계급이 인간 본성의 세 요소를 나타낸 것으로 보아, 생산자, 전사, 지배자가 국가를 형성하듯이 인간에게는 욕정(欲情), 기개(氣槪), 이성(理性)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욕망을 절제하기 위한 절제, 만용에 대한 용기, 어리석음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 이것이 조화를 이룰 때 정의가 된다는 것이다.
 사추덕(四樞德)과 연관해 지난 주에도 인용했던 `공자의 네 가지 근심`(「論語」, 述而篇 참조)을 다시 한 번 숙고하면서 이것이 바로 사추덕의 내용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즉 `덕(德)이 닦아지지 않는 것`(德之不修)은 절제를 말하고(모든 수행의 최고 목표는 중용(中庸)이다!), `학문이 강구(講究)되지 못하는 것`(學之不講)은 지혜를 뜻하며, `옳은 일을 듣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聞義不能徙)은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고, `선(善)하지 않은 점을 고치지 못하는 것`(不善不能改)은 용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근심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겸손한 말이다. 그것들을 추구하고 힘써 행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용기에 대해 토마스 데 아퀴노는 그것이 이성과 정념(情念)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정념이 이성이 지시하는 것으로부터 물러설 경우 위협과 고난에 대한 두려움이 일어나게 된다. 이 때 인간은 이성적인 것 안에서 확고해져 그 같은 두려움에서 물러나지 말아야 하는데 이것은 용기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윤리에서 용기는 두 모습으로 설명된다. 하나는 옳은 일(正義)을 위해 역경과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굳은 마음의 자세이고, 또 하나는 부정과 악의 위협에 직면했을 때 강력히 투쟁하는 모습이다.
 유학에서도 용기(勇)는 지(知), 인(仁)과 함께 삼달덕(三達德)으로 불리는 중요한 덕목이며 여러 형태로 이야기된다.
 첫째, 「中庸」에 의하면 진정한 용기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知恥近乎勇. 20章) 그래서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부끄러움이 없어서는 안되니, 부끄러움이 없음을 부끄러워한다면 치욕스러운 일이 없을 것이다."(孟子曰 人不可以無恥 無恥之恥 無恥矣. 「孟子」, 盡心 上)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용기가 올바른 용기라는 말이다.
 둘째, 공자는 용기야말로 군자(君子)의 도라고 말한다. "군자의 도가 셋인데 나는 하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迷惑)되지 않고,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子曰 君子道者 三 我無能焉 仁者 不憂 知者 不惑 勇者 不懼. 「論語」, 憲問篇)
 이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언젠가 사마우가 군자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군자는 안으로 살펴서 흠이 없으니 무엇을 근심하며 무엇을 두려워 하겠는가."(子曰 內省不? 夫何憂何懼. 「論語」, 顔淵篇.)
 셋째, 자신의 용맹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공자의 제자 자로가 어느 날 공자에게 묻는다. "군자는 용기를 숭상합니까?" 자로의 용맹은 알지만 사리 분별력이 모자람을 간파한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군자는 의로움을 으뜸으로 삼는다. 군자가 용기만 있고 의로움이 없으면 난동을 일으키게 되고, 소인이 용기만 있고 의로움이 없으면 도적질을 하게 된다."(子曰 君子 義以爲上 君子 有勇而無義 爲亂 小人 有勇而無義 爲盜. 「論語」, 陽貨篇) 정의와 분별과 함께 이뤄지는 용기가 진정한 군자의 덕임을 일깨워준 것이다.
 그러나 사도 바오로가 큰 용기를 지니고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은 다르다. "나의 간절한 기대와 희망은 내가 무슨 일에나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고 늘 그러했듯이 지금도 큰 용기를 가지고, 살든지 죽든지 나의 생활을 통틀어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필립 1,20).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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