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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따라 떠나는 신앙여행] 39(끝) -사추덕(四樞德) (4) 절제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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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섭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학장, 동양철학)


사추덕의 마지막 덕목인 절제는 정신의 경향인데, 이는 모든 정념과 행위에 그 한도를 정해 주어, 해야 할 바 이상을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그래서 이 절제는 중용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덕은 과도함으로 말미암은 악덕과 부족함으로 말미암은 악덕 사이의 중용인데, 절제는 무감각과 방종 사이의 중용인 것이다.
 유학에서 절제는 예(禮)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본시 "예란 인간됨의 근간이요, 예가 없으면 사람으로서 설 수 없다"(禮 人之幹也 無禮 無以立. 「春秋左氏傳」, `昭公 7년`)고 해 예를 인간의 본질적 가치규범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한다.
 또한 유학에서 제시하는 많은 덕목들은 현실의 실천 과정에서 반드시 예의 조절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자는 "공손하되 예가 없으면 수고롭고, 신중하되 예가 없으면 두렵고, 용맹하되 예가 없으면 어지럽고, 강직하되 예가 없으면 박절하게 된다"(恭而無禮則勞 愼而無禮則 勇而無禮則亂 直而無禮則絞. 「論語」 泰伯篇)고 말한다.
 여기에서 예는 모자라거나 지나치지 않은 `중용(中庸)`의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즉 예는 모든 덕목들을 현실에서 중용에 맞게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군자가 널리 글을 배우고 예로써 단속한다면, 또한 도리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君子 博學於文 約之以禮 亦可以不畔矣夫. 「논어」 雍也篇)는 공자의 말도 바로 현실의 실천 과정에서 예를 통한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유학에서 禮는 핵심적 덕목인 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고, 현실에서 그것을 구현하고 완성하는 필수적 덕목이 된다.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혜가 거기에 미치더라도 仁으로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비록 얻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지혜가 거기에 미치고 仁으로 그것을 지킬 수 있더라도, 장엄함으로 임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존경하지 않을 것이다. 지혜가 거기에 미치고 仁으로 그것을 지킬 수 있고 장엄함으로 임하더라도, 움직이기를 禮로써 하지 않으면 善하지 않다."(원문생략. 「論語」 衛靈公篇)
 그래서 공자는 仁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극기복례(克己復禮)를 제시하고, 그 구체적 조목으로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모두 禮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論語」 顔淵篇 참조) 주자는 `극기복례`를 `자기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이겨서 禮, 즉 天理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을 극복하고 예를 회복하는 것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 이냐시오가 그의 `영신수련`에서 강조하고 있는 초연한 태도(indiferente)는 깊이 숙고할 만하다. 그는 먼저 인간의 창조 목적을 제시하고, 인간의 피조물 사용과 모든 행위는 이 목적에 부합되는 범위에서 선택돼야 한다고 말한다. 아니 부합되면 될수록 더(magis) 활용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치 유학에서 극기(克己)가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복례(復禮) 즉 `天理로 돌아가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연재를 마치며
 근 1년, 유학사상과 함께 신앙생활과 연관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러나 돌아보면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다. 늘 급박하게 글을 쓰게 되어, 깊은 묵상에서 나오는 정갈한 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분들에게서 분에 넘치는 격려와 질책 그리고 제안을 받았다.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얼마 전에는 그동안 몇 번 공동번역을 사용한 부분, 인용된 성경의 틀린 장절까지 지적해주신 분도 있었다. 감사드리고 싶다. 무엇보다도 늘 시한을 넘겨 마지막으로 오는 원고를 인내와 사랑으로 기다려주신 편집국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전례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때, 독자들을 포함한 모든 평화가족들이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서 기쁜 한 해 맞으시기를 기원하고 마음 모아 기도드린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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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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