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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문학의 징검다리] 12 - 주님이 주신 인생의 반려자

박광호(모세,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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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신문광고를 내다
 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 되면서 기도가 활동 못지않게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자주 묵주기도를 바쳤다. 그러나 1972년 성모의 밤 이후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바치는 기도가 됐다. 실제로 많은 신자들이 날마다 10단 이상을 바치고 있으니, 그때 내가 바친 5단이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온몸을 쥐어짜는 고통 속에서 매일 묵주기도를 바친다는 것은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그래도 신음을 삼키면서 끝까지 기도를 바치곤 했다. 성모님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러한 중에 새로운 기대와 용기가 나를 찾아왔다. 4년 전에 하느님께서 주신 암시를 실현하려는 의지가 새록새록 일었다. 그 여인들과 헤어진 후에도 반려자를 찾고자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하느님의 암시가 유효하다면, 당신이 원하는 여인 또한 어느 하늘엔가 있으리라 믿었다.
 그 같은 믿음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다시 구체화됐다. 나는 주위에서 찾는 것을 단념하고, 교회신문에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다는 광고를 냈다. 광고 문안은 내가 활동 중인 매스컴위원회 모 안토니오 신부님의 허락을 받아, 신부님이 나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작성했다.
 나는 지금까지 확신한다. 그때 광고를 내겠다는 발상이나 문안을 신부님 이름으로 만든 것 모두 성령님의 도우심이었다. 하느님은 내게 암시를 주시고 줄곧 나를 지켜보시다가 성모의 밤 행사 때의 약속을 이행하는 중에 그런 지혜를 주신 것이다.
 
 마침내 나타난 여인과 혼배성사
 1972년 9월 24일자 광고가 나간 지 일주일 만에 모 신부님이 한 여인에게서 받은 편지를 가져왔다. 편지를 펼치자 가슴이 절로 뛰었다. 순교자의 정신으로 나에게 오겠다는 첫머리에 이어, 그와 같은 결심을 하게 된 경위가 자세하게 적혀 있었던 것이다.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수도자가 되고자 전국 각처의 수녀회를 찾았으나 번번이 외교인 아버지에 의해 좌절됐다. 큰딸이 수녀 되는 것을 반대한 부친은, 수녀회에 찾아와 딸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거처가 알려진 까닭에 다른 수녀회로 옮기면 거기에 또 아버지가 나타났다.
 그렇게 전전하다가 마지막으로 부산 모 수녀회까지 갔으나 역시 같은 경우를 당했다. 더 갈 곳이 없어 지도신부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 끝에, 그분 추천으로 독일 글라라 봉쇄수녀회에 가게 됐다. 그러나 또다시 암초에 부딪쳤다. 외무부에서 소양교육을 받고 출국 날을 기다리는데, 난데없이 경찰이 집에 찾아왔다. 출국 예정자에 대한 신원조회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외국에 나가려면 신원조회를 받아야 했다. 결국 부친에게 들통이 나고 출국 날을 놓치고 말았다.
 그 후 주일미사 참례하러 대구 내당동성당에 갔다가 교회신문에서 한 남자에 관한 광고기사를 읽었다. 그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 동안 수도자가 되고자 노력했음에도 이뤄지지 않음은 애타게 반려자를 찾는 이 남자를 만나기 위함이 아닌가. 그것이 하느님 뜻이라면 받아들이자고 결심했다. 이 중환자에게 헌신함으로써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겠다는 것이다.
 장문의 편지를 읽은 나는 내가 찾던 반려자가 이 여인이라 믿고 환호했다. 서신이 오가는 중에 나의 병세가 위중함을 밝혔으나 여인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혼배성사를 갖기까지 양가의 반대가 없지 않았으나 우리의 확고한 의지로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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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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