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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문학의 징검다리] 18 - 글도 레지오도 주님 영광 드러내려

박광호 (모세,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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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로써 하느님 영광을 드러내리라
 내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직장에 다니고 있을 때, 아버지가 운영한 냉동회사는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 많은 빚을 떠안은 아버지는 서울에서 친지들 집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이 소식을 들은 나는 자식으로서 가슴 아팠다. 밥을 먹든 죽을 먹든 아버지를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뜻에 아내가 동의했다. 그래서 방 하나를 치워 아버지에게 드리고 우리 내외는 자식들과 함께 지냈다. 비록 잘 모시지는 못했지만 마음이 여간 뿌듯하지 않았다.
 이런 우리 내외가 주위 사람들 눈에 신기했던 모양이다. 더욱이 장애인 아들이 아버지를 봉양한다면서, 1986년 어버이날에 국무총리상을 주었다. 당연한 일을 한 나로선 매우 쑥스러운 상이었다.
 그런데 절박한 것은 생계였다. 오로지 한 우물을 파겠다는 생각으로 승부를 걸었던 S출판사였으나 아이들이 커가고 어른을 모신 터여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나는 퇴직금은커녕 밀린 봉급을 모두 포기한 채 사직했다. 출판사의 궁핍을 아는 만큼 달리 방법이 없었다.
 오래지 않아 교회 평신도가 운영하는 요셉출판사 편집장이 됐다. 이때부터 제때에 봉급을 받게 됐고, 생계의 어려움이 덜어졌다. 그러면서 1988년 한 해 동안 자전소설 「사랑의 끝」과 실재인물을 모델로 한 「애리」를 출간했다.
 이 두 작품은 내 소설에 하나의 획을 그었다. 일찍부터 시에서는 신앙이 배어 있었지만 소설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이때에 이르러 소설을 통해 가톨리시즘을 구현해야겠다는 의지가 정립됐다. 소설이 하느님 영광을 드러낼 때 작품으로서의 참가치가 있다는 확신이었다.
 신명나는 레지오 단원들
 한편, 레지오 활동은 상경한 지 3년여 만에 신정동본당에서 다시 시작했다. 한동안의 공백은 서울 생활에 자리 잡지 못한 데서 빚어졌다. 새 인생을 열어준 레지오 마리애는 금방 나를 지탱해 주는 지렛대가 됐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꿋꿋이 버틸 수 있었음은 바로 레지오 단원이라는 의식 때문이었다.
 여기서도 쁘레시디움 단장에 이어 꾸리아 단장으로 활동했다. 내가 단장 직책을 수행함에 있어서 잊지 않은 것은 사명감이다. 성모님께서 한 쁘레시디움 한 꾸리아의 직책을 맡긴 만큼 단장은 단원들을 이끌고 선봉장이 되어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신정동본당에서 힘껏 레지오 사업을 펼쳤다. 대상자를 지속적으로 가정방문하도록 했고, 단장이 그 모범을 보이려고 했다. 행동이 문란한 동네 아가씨들을 선도하는 활동도 했다. 또한 이동문고활동을 하기 위해 움직이는 양면진열대 수레를 제작했다.
 내가 속한 `하늘의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들은 주일마다 신자들에게 교회서적을 판매하고 난 다음 번화가로 끌고 나가 외교인들에게 천주교를 알렸다. 나는 이 활동으로써 교우들이 교회서적에 대한 정보가 없어 읽지 못한다는 것과 외교인이나 타종교인들도 천주교서적에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설한 `죄인의 의탁` 쁘레시디움 단장 때에는 용산에 있는 윤락여성 선도에 나섰다. 형제단원들은 주일마다 윤락가 입구에 「천주교 도서를 빌려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교회서적을 무료로 빌려주었다. 나이 든 자매단원들은 윤락녀들을 만났다.
 이 밖에도 꾸리아 차원에서 매월 한 차례씩 전 단원이 동네청소를 했으며 공원에 나무도 심었다. 이처럼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목적의식과 사명감에 투철한 신명나는 레지오 단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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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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